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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호 소설 <오사카 투표 참관인>

《월간문학》 (683호) 2026.1월호에 실린 김길호 작품

[우리문화신문=이윤옥 이야기] “이쿠노에서도 투표를 할 수 있었지만 일부러 영사관까지 갔는데 오빠가 없었습니다. 혹시 점심 먹으러 가지 않았나하고 생각했습니다.” -김길호 소설 <오사카 투표 참관인> 가운데, 《월간문학》 (683호) 2026.1월호-

 

처음에 《월간문학》 신년호를 펴들고 ‘이달의 소설’에 실린 김길호 작가의 <오사카 투표 참관인>이라는 제목을 발견하고는 ‘소설’이 아니라 ‘수필’이 아닌가 싶었다. 소설 제목이라는 게 본래 따로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왠지 투표라는 말도 그렇고 참관인이라는 말이 소설의 세계가 아닌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쨌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소설이냐 수필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이리라고 생각하고 다시 첫 줄부터 읽어 나갔다.

 

 

김길호 작가의 글을 읽다보니 지난해 대통령 선거까지 나 자신이 숱한 선거를 해왔던 기억이 새롭다. 투표를 해온 횟수보다 앞으로 투표할 횟수가 얼마 남지 않은 나이지만 솔직히 투표가 어떻게 이뤄지는 지에 대한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그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게 한표를 찍는 행위 외에는 무관심 그 자체였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재일동포인 주인공 민우는 여차여차하여 ‘대통령 투표 참관인’의 자격으로 오사카 총영사관 투표소 참관인이 되었다. 지난해 5월22일부터 26일까지 6일 동안 제21대 대통령 재외선거 투표소 참관인이 된 것이었다. 소설의 무대를 투표소로 잡은 것이 재미있다. 나라안에서의 투표 정경이야 수십년 해오던 것이니까 특별할 것도 없는 것이지만 나라밖에서의 투표 모습은 그 자체가 흥미로울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고국에서는 전산화에 따른 행정편의로 구태여 자기 지역에서 선거를 하지 않아도 되는 형국이지만 나라밖에서는 고국처럼 투표소가 많이 설치되지 않다 보니 자신이 사는 곳에서부터 투표소까지 많게는 몇 시간씩을 투자하면서까지 투표소에 가야함에도 기필코 찾아가서 투표를 하는 모습을 보니 코끝이 찡하다. 더군다나 총영사관과 같은 큰 규모의 투표소로 투표자들이 몰리는 것은 투표도 투표지만 그동안 못 만났던 동포들을 만나는 기대감도 있다는 사실이 실감났다.

 

고국이라면 부딪히지 않을 사람들이지만 타국에서는 동포들끼리 만난다는 그 자체가 설레임이 되는 것이고 보면 이래저래 투표 참관인인 주인공 민우는 그 6일 동안이 각별했다. 나라 안이나 나라 밖이나 선거날 신분증을 안가지고 가는 사람들은 있는 법이지만 나라밖의 경우에는 국내와 달리 국외부재자와 재외선거인등록변경 신청을 하는 등 그 절차가 복잡한데 이를 미처 하지 못해 허탕치고 돌아가는 모습의 동포들을 보면서 민우는 안쓰러워한다. 모든 일상을 뒤로 미루고 대통령 선거를 위해 모국의 영사관까지 찾은 유권자들이라 더욱 그런 마음이 든다고 했다.

 

“일본은 언제나 남의 나라라는 인식이 무의식 속에서도 옹이처럼 박혀있어서 열외자로 느껴왔던 소외감이 선거날 만큼은 옅어져간다”라고 주인공 민우는 독백처럼 이야기한다. 그런날에 유권자 확인 절차를 미처 못하고 찾아온 동포들의 헛걸음을 보아야하는 그 안타까움은 민우로 가장한 김길호 작가의 마음일 듯하여 더욱 공감이 간다.

 

자신이 나고 자란 곳에서 아무런 불편없이 투표를 할 수 있다는 사실, 각 정당과 관련 투표 참관인들이 6일 씩이나 사전 교육 등을 받으면서 철저한 선거 준비를 해준 덕에 유권자들이 편하게 투표를 할 수 있다는 사실도 김길호 작가의 <오사카 투표 참관인>을 통해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 ‘철들자 망령난다’라는 우리 속담은 나를 두고 하는 말인 듯 하다.

 

물론 <오사카 투표 참관인>의 줄거리가 ‘투표에 관한 내용’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무대에서 펼쳐지는 사람들과의 만남도 재미가 쏠쏠하다. 바로 “예상 못 했던 사람들과의 만남”이 그것이다. 민우의 옛애인인 윤정애도 그 가운데 하나다.

 

단편 <오사카 투표 참관인>을 읽으며 ‘소설의 맛’을 다시 음미하게 된다. 실제 같으면서도 허구이고 허구 같으면서도 실제인 이야기가 소설이라지만, 좀처럼 소설의 주제로 다루기 어려울 것 같은 내용을 <오사카 투표 참관인>으로 풀어낸 김 작가의 상상의 세계가 놀라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