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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위민천(食爲民天, 먹는 것은 백성에게 가장 중요)

‘사자성어’(四字成語)로 보는 세종의 사상 26

[우리문화신문=김광옥 수원대 명예교수] ‘식위민천’은 《조선왕조실록》에 모두 28건이 나오는데 그 가운데 세종 때 8건이다. 다른 임금은 성종이 5건으로 많다. 두 분 다 어질다고 존경받는 임금들이다. 세종은 1418년 8월 18일 즉위한다. 즉위한 지 두 달도 되지 않은 10월에 ‘먹는 것이 백성의 하늘’이라는 명제를 선언한다. 즉위식에서 선언한 ‘시인발정’(施仁發政, 백성사랑은 임금 노릇의 근본)의 구체적인 시행책의 하나가 되는 셈이다. 사간원에서 상소하여 아뢰기를,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요, 먹는 것은 백성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온데, 이제 흉년을 만나 민생이 염려되오니, 각 군의 조세를 경창(京倉)에 전부 바치는 것을 제하고는, 곡식으로 거두어 각기 그 고을에 두었다가, 내년의 씨앗으로 예비하게 하고, 그 농사를 그르침이 더욱 심한 주ㆍ군(州郡)은 조세를 전부 면제하시기를 청하나이다. 그리고 왜적이 중국을 침범하여, 그 약탈한 재물을 가지고 우리나라 남쪽 지경에 와서 배를 대고 해변의 백성들과 교역한 지 오래 되었는 바, 지금 우리는 기근으로 재물이 없어 교역하지 못한즉, 왜적이 의식을 얻을 곳이 없게 되면 반드시 도둑질할 마음을 가지게 될 것이옵니다.

우리 토박이말의 속뜻 – ‘고맙다’

[우리말은 서럽다 58]

[우리문화신문=김수업 전 우리말대학원장] '고맙다'라는 말은 아무리 많이 들어도 귀가 아프지 않고 늘 반가운 낱말 가운데 첫손 꼽힐 것이다. 그런데 일제 침략 뒤로 일본 한자 말 '감사하다'에 짓밟히고, 광복 뒤로 미국말 '땡큐'에 밀려서 안방을 빼앗기고 내쫓겨 요즘은 목숨마저 간당간당한다. 우리말을 아끼고 가꾸려는 뜻을 굳게 세우고 생각의 끈을 단단히 다잡는 사람이 아니면 입에서 '감사하다'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고, 새로운 세상에 남보다 앞장서려는 사람들 입에서는 '땡큐' 소리까지 보란 듯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고맙다'는 '곰'에서 말미암았다. 단군 이야기에 단군을 낳으신 어머니로 나오는 '곰', 동굴에서 쑥과 마늘만 먹으며 백일기도를 드리고 마침내 사람으로 탈바꿈하여, 하늘에서 내려오신 환웅의 아내가 되어 단군을 낳았다는 바로 그 '곰'이다. 이 곰은 본디 하늘 위에서 온갖 목숨을 세상으로 내려보내고 해와 달을 거느려 목숨을 살리고 다스리는 하늘 서낭(천신)과 맞잡이로, 땅 밑에서 온갖 목숨을 세상으로 밀어 올리고 비와 바람을 다스려 목숨을 살리고 북돋우는 땅 서낭(지신)의 이름이다. 이런 땅 서낭 '곰'을, 우리 글자가 없던 시절의 《삼국유사》에

우리 토박이말의 속뜻 – ‘거짓말’

거짓말이 스스로와 세상을 망가뜨리는 것인 줄 모른다 [우리말은 서럽다 57]

[우리문화신문=김수업 전 우리말대학원장] '거짓말'은 왜 하는 것일까? 거짓말의 첫걸음은 스스로를 지켜서 살아남으려는 마음에서 비롯한다. 사람뿐 아니라 목숨 있는 모든 것은 배우지 않아도 스스로를 지켜서 살아남으려고 안간 힘을 다한다. 그런 안간힘으로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마땅한 길을 찾아 익히며 살아남는다. 거짓말은 사람이 스스로를 지켜서 살아남으려고 안간힘을 다하며 찾아낸 속임수 가운데 맨 첫걸음이다. 사람은 세상으로부터 저를 지켜야 한다는 것을 알아차린 때에 무엇보다 먼저 거짓말을 방패로 삼는다. 세상이 저를 못살게 군다는 것을 알아차리면, 사람은 맨 먼저 거짓말이라는 속임수로 스스로 지키려 든다. 이러한 것은 말을 마음대로 하고 들을 수 있으며 집 밖에 나가서 이웃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세상이 무섭다는 것을 배우는 때, 곧 너덧 살 때부터 비롯한다. 그러나 거짓말은 이런 첫걸음에서 그치지 않는다. 거짓말의 둘째 걸음은 속임수가 먹혀들어 갔을 적에 돌아오는 야릇한 기쁨을 맛보려는 마음에서 비롯한다. 견디기 힘든 어려움이나 참기 어려운 괴로움에 빠져 헤어날 길이 없을 적에, 세 치 혀로만 내뱉는 손쉬운 거짓말 한마디로 거뜬히 거기서 벗어 나면 그때 돌아오

간행언청(諫行言聽, 간하는 것을 실행하고...)

‘사자성어’(四字成語)로 보는 세종의 사상 25

[우리문화신문=김광옥 수원대 명예교수] 세종이 임금으로 정치를 잘하였다는 평가는 우선, 생각한 것을 말하기보다 남의 말을 끝까지 잘 듣는 일일 것이다. 임금은 우월적 지위에 있으므로 가)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지 않고 또한 때로 나) 자기주장에 반대되는 의견을 들으려 하지 않고 막으며 다) 의견 개진을 어렵게 하거나, 펼치지 못하게 하고 자기 의견을 고집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와 달리 세종은 간하는 것을 실행하고 말하는 것을 들어주려 했다. 때로 독단으로 처리한 과제가 있기는 하지만 이는 자기 신념[철학]에 따른 것이어서 전체 회의 분위기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다. 실록에 나타난 예를 보자. (의산군 남휘의 간통과 폭행 등의 범행을 처벌해달라는 상소문) 우사간 이반(李蟠) 등이 상소하기를, "신 등은 그윽이 생각하건대, 간(諫)하는 것을 실행하고, 말하는 것을 들어주는 것은 인군(人君)의 아름다운 덕행이라 하옵니다. 근일에 헌부에서 의산군 남휘(南暉)의 범행한 바를 두세 번 신청(申請, 일을 알려 청구함)하였사오나, 끝내 허락을 얻지 못하였사오니, 전하께서 간(諫)함을 좇고 말함을 들어주시는 미덕에 어떠할까요? (⟪세종실록⟫ 6/8/4) 이 문제는 종친

<50돌 기념 동문연주회>, 상상만으로도 행복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705]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단국대 국악과에서 1980년대 초, 타악(打樂) 전공과 경서도 민요 전공을 신설하게 된 배경 이야기를 하였다. 일반적으로 대학 국악과의 전공과목은 기악(器樂)이 중심이었다. 이에 견줘 성악 분야는 그 뒤에 가곡(歌曲)과 판소리, 경서도창(京西道唱) 전공들이 신설되면서 해당 분야가 확대되었고, 이어 타악(打樂)이나 국악이론, 국악작곡 등도 전공 교과목으로 개설되었다. 특히, 타악 전공의 중요성은 벌써부터 인지되고 있었으나, 정작 전공분야로는 매우 늦게 선정이 된 셈이다. 서양음악의 지휘 형태와는 달리, 정악(正樂)과 민속악(民俗樂)합주에 있어서 지휘자의 역할은 바로 장고나 북 중심인데도, 타악기가 전공분야로 자리 잡지 못한 상황은 어떻게 해석해야 좋을지 모를 일이다. 뒤늦게 타악 전공을 포함하게 된 것은 어쩌면 시대의 요청이 아닌가 한다. 현재, 각 대학에서의 세부 전공 분야는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으나, 대체로 기악분야로는 피리, 대금, 해금, 거문고, 가야금 외에 소금과 단소, 아쟁, 타악(장고ㆍ꽹과리)등의 기악 분야 전공과 성악분야의 정가, 판소리, 경서도창, 그리고 국악이론과 작곡 분야가 전공 교과목으

우리 토박이말의 속뜻 – 가시버시

[우리말은 서럽다 56]

[우리문화신문=김수업 전 우리말대학원장] '가시버시'는 요즘 널리 쓰이지 않는 낱말이다. 그런데 누리집에 가 보면 이것을 두고 말들이 없지 않다. 우리 토박이말을 알고 싶은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자주 쓰지 않는 토박이말이 이야깃거리가 되어서 그런가 보다. 이것은 참으로 반가운 노릇이다. 그런데 누리집에서 오가는 말들이 국어사전의 풀이 때문에 큰 잘못으로 빠지는 듯하다. 낱말의 뜻을 국어사전이 잘못 풀이하면, 그것은 법률의 뜻을 대법원이 잘못 풀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바로잡을 길이 없다. 그런데 '가시버시가 바로 그런 꼴이 되어 있다. 말이니 하는 것부터 잘못 짚은 것이다. 알다시피 우리는 상스러운 말과 점잖은 말을 가려 써야 한다는 가르침을 줄곧 받았고, 두 국어사전에서 말하는 '속되다', '낮잡다'는 것은 곧 상스럽다는 뜻임이 틀림없다. 그러니까 '부부'는 점잖은 말이거나 적어도 여느 말인데, '가시버시'는 그것을 속되게 이르거나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참으로 커다란 우리네 마음의 병집이 감추어져 있다. 국어사전이나 국어 교사가 점잖은 말이니 부지런히 익혀 쓰라고 가르치는 낱말은 모조리 중국에서 들여온 한자말이고, 속되고 낮잡고 상스러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