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공명가> 앞부분을 중심으로 소개하였다. 조조와 대치하고 있는 제갈양, 곧 공명이 오(吳)나라의 주유와 함께 전략을 논의하며 화공(火攻)이어야 승산이 있다는 점에 동의한 뒤, 주유는 걱정만을 하고 있을 때, 공명이 남병산에 올라가 동남풍이 불도록 하늘을 움직였다는 내용을 소개하였다.
이번 주에는 그 이후 부분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신통한 공명의 능력을 보고 난, 동맹국 장수인 오나라의 주유(周瑜)는 시기와 질투심이 생겨나 도움받은 것은 잊은 채, 오히려 공명을 해 칠 계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의 부하들인 서성(徐盛-吳나라의 장수이름), 정봉(丁奉-吳나라의 장수이름) 두 장수에게“공명은 도저히 살려둘 수 없는 모사(謀事)이니, 그의 목을 베어오라”라고 강력하게 지시하였다.
모사(謀事)란 “어떤 일을 꾸민다”라는 의미로 부정적인 일을 획책하는 말이다. 관련하여 속담에 “모사는 재인(在人), 성사(成事)는 재천(在天)”이라는 말, 곧 사람이 일을 꾸미지만, 성사 여부는 하늘이 한다는 말이 떠오른다.
주유의 명령대로 두 부하 장수가 공명을 잡으러 남병산에 올랐으나, 공명은 이미 몸을 피해 그곳에 없었다. 다시 강가로 그를 잡으러 내려가지만, 그곳에도 공명은 없었다. 뱃사공에게 물으니, 그가 하는 말이“ 웬 사람이 발 벗고, 머리 풀고 구절죽장(九節竹杖-아홉 마디의 대나무 지팡이) 짚고 예 와 있더니, 강상(江上)의 일엽편주(一葉片舟-한 척의 작은 배) 떠오더니, 한 장수 배 앞에 나서 양손을 읍(揖-상대방에게 공경을 표하는 예법의 하나)하여 선생을 맞아 모시고 강상(江上)으로 행(行)하더라”라고 전해주는 것이다.

이후의 노랫말은 다음과 같이 이어지고 있다.
「서성(徐盛) 그 말 듣고 선척(배)을 재촉하여 순풍에 돛을 달고 따를 적에, 앞에 가는 배, 돛 없음을 보고, 점점점 따르다가 선두에 성큼 나서 하는 말이,
“앞에 가는 배, 공명 선생이 타셨거든 잠깐 노 놓고, 닻 주고, 배 머무르소서. 우리 도독전(都督殿-군무를 맡아보던 무장으로 여기서는 주유를 말함)의 신신부탁이오니, 말 한마디 들으시고 행선을 하소서”
공명이 뱃머리 선뜻 나서 하는 말이,
“서성아 말 들어라. 내 너희 나라에 은혜도 많이 베풀고,
동남풍까지 빌어 주었건만, 무삼 혐의로 나를 해코자 하느냐!
너희 두 장수는 부질없는 길을 따르지 말고, 빨리 돌아가
내 말 갖다가 도독전에 전하고 너의 국사나 도우려무나
서성이 들은 채 아니 하고 따를 적에,
자룡이 뱃머리 성큼 나서 외려 하는 말이,
“서성아 말 들어라. 내 너를 죽일 것이로되,
양국의 화기(和氣)가 상할 듯하여 죽이지는 않고,
살려 돌려보내거니와 잠깐 이내 수단이나 비양(比揚, 잘난 체하며 거드럭거리다)하노라.“
철궁(鐵弓)에 왜전(矮箭-짧은 화살) 먹여 각지(角指, 활을 쏠 때 엄지손가락의 아랫마디에 끼는 물건) 손 끼어들고 좌궁 우거질까? 우궁이 잦아질까?, 줌 앞날까, 중 뒤날까? 각지 손 지긋 떼니 강상에 번개같이 빠른 살이 서성 돛대 맞아 물에 텀벙 떨어지니 돛은 좌르르 용총 끊어져 뱃머리 피핑핑 돌아를 갈 제, 재삼 연하여 철궁에 왜전 먹여 각지손 지긋 떼니, 강상에 수루루 건너가 서성 쓴 투구 맞아 물에 텀벙 떨어지니, 서성이 혼비백산(魂飛魄散-몹씨 놀라 정신을 잃는다는 말, 넋이 나간다는 의미) 하여 겨우 인사 차려 사공더러 묻는 말이, ‘저기 저 장수는 어떠한 장수냐?’
사공이 여짜오되, 전일 장판교(長板橋) 싸움에서 아두(阿斗-유비의 아들. 촉한의 2대 임금으로 알려진 인물)를 품에 품고 순식간에 수만 대병을 제쳐버리고 강판교로 돌아와도 아두 잠들고 깨우지 않았다 하시던 상산 땅의 조자룡(趙子龍)이로소이다
서성이 할 일 없이 빈 뱃머리를 본국으로 돌리며 자탄하고 가는 말이 그 유명한 유황숙과 오나라의 손권을 견주는 대목인데, 이 부분은 <수심가> 가락으로 “유황숙은 덕이 두터워 저런 명장을 두었지만, 오왕 손권은 다만 인재(人材)일 뿐이어서 돌아간다”라는 대목이다.
이 공명가는 산문체로 이어진 통절형식(通節形式)의 노래인데, <엮음수심가> 조의 창법처럼 소리를 높게 지르거나 또는 길게 뻗어나가는 가락들이 자주 나오고 있다. 특히 목을 조여 내며 떠는 졸음목의 표현법이 시종 긴장감을 이어주는 서도의 대표적인 소리로 알려져 있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