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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해우림 관현악단, 사랑국악앙상블 순회 연주 ‘만남'

The길 센터, 「Концерт(콘서트) Среща(만남)」

[우리문화신문=이진경 문화평론가]  2월 1일부터 9일까지 모두 5회 진행된 해우림 국악관현악단과 사랑국악앙상블의 불가리아 순회 연주는 단순한 나라 밖 공연을 넘어, 전통음악의 나라 밖 소개라는 차원을 넘어, 장르 간ㆍ문화 간 번역의 가능성을 실험한 복합 예술 프로젝트였다. 이 프로젝트는 필자 이진경(사랑국악앙상블 단장)과 해우림국악관현악단의 지휘자 안준용이 함께 구축한 이번 무대는 국악관현악의 구조적 밀도와 현장성이 국제적 맥락 속에서 어떻게 재해석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단순한 연주 교류가 아니라, 음악ㆍ신체·서사가 유기적으로 결합한 하나의 문화적 제안이었다.

 

 

불가리아 전통음악과의 협업은 공연의 핵심 축이었다. 서로 다른 음계와 리듬 체계를 지닌 두 전통음악은 충돌하기보다 병치와 공명을 통해 새로운 음향적 마당을 형성했다. 한국 전통악기의 농현과 불가리아 특유의 선율 감각은 서로를 대비시키면서도 보완적으로 작동하며, 전통이 고립된 유산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확장되는 지금의 언어임을 드러냈다. 이는 문화 교류가 단순한 병렬적 나열이 아니라, 상호 호흡을 통해 재구성되는 과정임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안무는 이러한 음악적 만남을 공간적으로 조직하는 또 하나의 서사로 보였다. 이지은 안무감독은 곡의 성격에 따라 다른 전략을 구사하였다. 특히 찬송가 메들리에서는 수화적 동작을 기반으로 한 군무가 인상적이었다. 단원들과 같은 단복을 착용하고 하얀 장갑을 낀 채 진행된 퍼포먼스는 찬송가의 메시지를 손짓과 몸짓으로 전달하며, 음악을 청각적 경험에서 시각적 상징으로 확장했다. 언어를 넘어서는 신체의 기호는 타문화권 관객에게도 직관적 소통의 통로가 되었다.

 

 

「내 나라 대한」에서는 절제된 동선과 공간 활용을 통해 서정성과 정체성의 층위를 드러냈다. 앵콜곡 「골든」에서는 관객을 무대 위로 초대해 한국에서 유행하는 사진 동작을 함께 취하고, 복조리를 나누는 참여형 퍼포먼스로 전환하였다. 이는 무대를 일방적 재현의 공간이 아니라 공동 경험의 마당으로 전환한 장면이었다.

 

그러나 이번 공연의 백미는 단연 「민요 메들리」였다. 청소년 단원 김아민과 함께 구성한 ‘꽃타령, 뱃노래, 아리랑’ 서사 퍼포먼스는 단순한 군무를 넘어 하나의 짧은 연극적 구조를 띠었다. 아리랑이 지닌 이별과 이동, 한의 정서를 신체의 흐름과 대치, 시선의 교차로 형상화하며, 설명 대신 체험을 선택했다. 이는 타문화 관객에게 낯선 서사를 언어가 아닌 움직임으로 번역한 사례로, 문화 간 이해를 감각의 차원에서 성취한 장면이었다.

 

 

 

고지희 안무가가 구성한 비틀즈 메들리 역시 독창적 시도였다. 서구 대중음악의 상징인 비틀즈의 선율 위에 긴 한삼과 부채춤이라는 전통적 도구를 활용하여 현대무용의 미를 구현했다. 고전적 소품을 통해 오히려 현대적 조형미를 부각하는 전략은, 전통을 장식이 아닌 조형적 언어로 재해석한 결과였다. 특히 이러한 발상은 이지은 안무감독의 제안에서 출발했으며, 두 안무자의 협업은 고전미와 현대적 감각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성과를 이루어냈다.

 

안준용의 지휘 아래 형성된 해우림국악관현악단의 관현악적 긴장과 사랑국악앙상블이 이끄는 앙상블의 응집력은 이러한 실험을 안정적으로 지탱하는 토대였다. 음악은 구조적 완성도를 유지하면서도 유연하게 확장하였고, 움직임은 그 소리를 시각적·공간적 차원으로 번역하였다.

 

 

 

이번 공연을 초청한 ‘The길 센터’의 이재영 센터장은 “이번 순회 연주를 통해 ‘The길 센터’의 인지도가 확장되었고, 지역 감리교회에 새로운 방문자들이 유입되는 계기가 되었다”라고 평가하였다. 이는 공연이 예술적 성취에 머물지 않고 지역 사회 안에서 실제적 파급력을 형성했음을 보여준다.

 

‘만남’은 문화 교류의 표피적 이벤트가 아니라, 서로 다른 시간성과 미학이 교차하며 생성된 복합 예술의 마당이었다. 전통은 이 무대에서 과거의 재현이 아니라 현재의 언어로 작동했으며, 음악과 움직임이 국경을 넘어 관계를 형성하는 매개가 되었다. 이번 순회 연주는 전통예술이 세계 속에서 어떻게 살아 움직일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증명한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