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슬옹 교수] 정조는 원손 시절에 큰외숙모인 여흥 민씨에게 한글로 편지를 썼다. 편지를 썼던 때는 1756~1759년(영조 32~5년) 무렵으로 다섯 살에서 여덟 살로 추정한다. 편지에는 “가을바람에 몸과 마음이 평안하신지 안부를 여쭙습니다. 뵈온 지가 오래되어 섭섭하고 그리웠는데, 어제 봉서를 받고 든든하고 반가우며 할아버님께서도 평안하시다고 하오니 기쁘옵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어린 나이에 편지 형식을 갖춰 쓰면서도 외숙모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이 잘 드러나 있다. 정조의 한글 편지를 통해 정조가 어린 나이지만 할아버지의 건강에도 마음을 쓰는 효심이 깊은 손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Young King Jeongjo Writes a Letter in Hangeul to His Maternal Aunt When King Jeongjo was still a young prince (between the ages of five and eight, during the period 1756–1759, around the 32nd to 35th year of King Yeongjo’s reign), he wrote in Hangeul to unc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그림 속, 알록달록한 여러 빛깔 실로 고옵게 짜인 '어우러지다' 글씨 아래로 세계의 온갖 아름다운 문화들이 한판 가득 펼쳐져 있습니다. 마당 한편에서는 신나는 북소리에 맞추어 저마다 나라 옷을 입은 이들이 정답게 손을 맞잡고 춤을 추고, 커다란 도화지 위에는 아이들이 저마다의 색깔을 칠하며 하나의 커다란 그림을 그리고 있네요. 마당 가운데 놓인 둥근 광장에서는 바이올린과 기타, 세계의 전통 악기와 음식, 책과 전구들이 마술처럼 솟구쳐 오르며 하늘을 수놓은 구름마저 무지갯빛으로 물들이고 있습니다. 마당에 둘러앉아 비빔밥과 타코, 싱그러운 과일을 함께 나누며 환하게 웃는 사람들의 풍경을 보고 있으면, 다름이란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더욱 넓고 따뜻하게 채워주는 소중한 선물임을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여럿이 자연스럽게 사귀어 조화를 이루는 '어우러지다' 5월 20일, 세계인의 날을 맞아 나라 곳곳이 다채로운 빛깔로 가득합니다. 경남을 비롯해 시흥, 인천, 평택 등 여러 지역에서 국적과 문화의 벽을 허물고 서로 다른 음식과 문화를 나누는 흥겨운 잔치 마당이 펼쳐지고 있네요. "다름이 모이면 더 큰 우리가 된다"라는 말처럼, 세계인의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김영기와 함께 월하 스승에게 전수 장학생으로 인정받고, 가곡 공부에 전념해 온 이승윤의 이야기를 하였다. 김영기가 공연 무대를 중심으로 활동해 오면서 가곡의 지평을 넓혀 왔다면, 이승윤은 가곡의 후진들을 열심히 양성해 온 가객이란 점에서 견줄 수 있다는 점, 그는 공연 당일, 우조(羽調) <중거(中擧)>를 불렀는데, 그 곡은 <이수대엽>에서 파생되어 나온 변주곡의 이름으로 <중허리>, 또는 <중허리 드는 자진한잎>으로도 부른다는 점, 초장 중간 부분을 고음(高音)으로 들어낸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이란 점도 이야기 하였다. 우리가 전통가곡을 감상할 때, 가령, 우조 <이수대엽>이라든가, 또는 우조 <중거>와 같은 낯선 이름을 대하게 되는데, 악곡의 이름도 친숙하지 않은 편이거니와 곡명 앞에 붙여 소개하는 <우조>라고 하는 이름도 어떤 뜻을 지닌 용어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간단하게 정의하면, <우조(羽調)>라고 하는 말은 <웃조>, 곧 높은 악조라고 생각하면 된다. 낮고 평평한 악조인 평조(平調)에 견줘,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그림 속, 고즈넉한 한옥 마당 한가운데에 놓인 커다란 복주머니에서 반짝이는 불빛과 함께 온갖 기발한 생각의 조각들이 마술처럼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연필과 책, 톱니바퀴와 나침반, 배터리와 전구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슬기들이 가득 차 있는 것 같습니다. 그 곁에서 연필을 요리조리 살펴보는 배움이, 장독을 튼튼하게 고치는 어르신, 차세대 기술을 궁리하는 연구자, 그리고 칠판 앞에 모여 앉아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과 마당 한편에서 손수레를 손보는 농부의 모습까지 참 정겹습니다. 저마다 마당 구석구석에서 나날의 불편함을 슬기로 바꾸어 가는 바람빛(풍경)을 보고 있으면, 우리 머릿속에 숨겨진 무궁무진한 생각의 보물창고가 활짝 열리는 듯하여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반짝이는 생각과 꾀가 가득 찬 '슬기주머니' 61돌 발명의 날을 맞아 온 나라가 발명의 열기로 뜨겁습니다. 지식재산처의 학생 발명 경진대회 기별부터, 기업 연구원들이 더 오래가는 차세대 배터리 특허를 개발해 ‘발명왕’ 상을 받았다는 것까지 가슴 뛰는 기별들이 이어지네요. "모두가 발명가인 나라"라는 올해의 내세움말(슬로건)처럼, 우리의 나날살이를 한결 더 편리하게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그림 속, 국립 5·18 민주묘지의 푸른 잔디 위로 뉘엿뉘엿 저무는 노을빛이 장엄하게 내려앉고 있습니다. 추모비 앞에 수많은 시민이 모여 고개를 숙인 채 간절한 마음으로 손을 모으고 있지요. 분향대에서 피어오르는 은은한 향연은 그날의 아픔과 숭고한 희생을 기억하는 우리의 다짐처럼 하늘로 부드럽게 피어오르고, 둘레에 가득 피어난 붉은 장미들은 슬픔 속에서도 피어난 민주주의의 아름다운 결실을 닮았습니다. 두려움에 맞서 서로를 지켜냈던 이들의 넋을 기리는 정숙하고도 경건한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슬픔을 넘어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뜨겁고 단단한 무언가가 차오름을 느끼게 됩니다. 꿋꿋하게 뜻한 바를 밀고 나아가는 '굳세다' 5·18 민주화운동 46돌을 맞아 광주 곳곳에서 추모 음악회와 시민 걷기 행사, 당시의 생생한 기록을 돌아보는 전시가 이어지고 있다는 기별을 보았습니다. 특히 그림 속 풍경처럼 오늘날의 젊은 세대와 어린이들이 직접 참여하여 그날의 아픔을 보듬고 민주주의의 참뜻을 기억하려는 모습이 참으로 뜻깊고 든든하게 다가옵니다. 오늘 우리가 마음 깊이 새겨볼 토박이말은 '굳세다'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 말을 '뜻한 바를 굽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베스트셀러는 종종 판을 바꾸어 다시 펴내고, 그때마다 저자는 수정과 보완을 거듭하면서 완성도를 높여갑니다. 조선시대에 책을 출판하는 일이 오늘날과 같지는 않았지만, 1459년에 세조가 편찬한 《월인석보(月印釋譜)》가 오늘날로 치면 수정, 증보로 완성도를 높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월인석보》는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의 앞 두 글자 ‘월인’과, 《석보상절(釋譜詳節)》의 앞 두 글자 ‘석보’를 합하여 붙인 책 이름입니다. 그럼 《월인천강지곡》과 《석보상절》은 어떤 책들일까요? 먼저 그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부모님과 아들의 명복을 빌며 1446년에 세종의 비이자 당시 수양대군이었던 세조의 어머니 소헌왕후(昭憲王后, 1395~1446)가 수양대군의 사저에서 돌아가셨습니다. 세종은 수양대군에게 “왕후의 명복을 비는 데는 불경을 옮겨 쓰는 것만 한 일이 없으니, 네가 석가모니의 행적을 편찬하여 번역함이 마땅하다.” 하셨습니다. 이에 수양대군은 1447년에 석가모니의 전기를 모아 《석보상절》을 펴내고 이를 막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훈민정음으로 번역하여 세종께 올렸습니다. 이를 보신 세종이 《석보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그림 속, 묏등성이 너머로 뉘엿뉘엿 저무는 노을빛이 다랑논 물결 위로 부드럽게 내려앉아 누리를 온통 따스한 감빛으로 물들이고 있습니다. 정갈한 한옥 마당 한편, 스승과 배움이가 나란히 서서 그 아름다운 바람빛(풍경)을 마주하고 있네요. 스승님의 따뜻한 손길이 닿은 아이의 어깨에서 깊은 믿음이 느껴지고, 사랑스러운 눈길로 아이의 앞날을 빌어 주시는 스승의 모습은 우리를 비추는 저 노을보다 더 포근하게 다가옵니다. 뜰에 가득 피어난 카네이션 꽃잎들이 바람에 흩날리며 두 사람의 뒷모습을 감싸 안는 이 바람빛은, 마치 스승의 가르침이 제자의 삶 속에 꽃길로 피어나는 듯하여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한구석이 뭉클해집니다. 마음으로 높이 바라보는 '우러르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온나라 배곳(학교) 곳곳에서 들려오는 따뜻한 기별들이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마음을 담아 쓴 손편지와 작은 공연으로 고마움을 이어주는 아이들의 모습은, 교육 현장의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가 왜 '좋은 가르침과 배움'을 지켜가야 하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오늘 우리가 마음 깊이 새겨볼 토박이말은 '우러르다'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 말을 '위를 향하여 고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그림 속,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은 텃밭에 햇감자와 햇양파가 바구니에 소담하게 담겨 있습니다. 흙냄새를 머금은 채 갓 거두어들인 작물들의 뽀얀 속살이 보기만 해도 든든한 느낌을 주네요. 곁에서 정답게 일손을 나누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수확의 기쁨이 발갛게 배어 있고, 자리를 깔고 둘러앉아 감자를 다듬는 어르신들의 웃음소리가 냇물 소리와 어우러져 초여름의 평화로운 바람빛(풍경)을 오롯하게 만들어 주는 듯합니다. 땀 흘려 가꾼 보람이 맺힌 저 열매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차오른 생명의 에너지가 제 가슴속까지 따뜻하게 전해져 옵니다. 속이 좋은 것으로 가득한 '알차다' 햇양파와 햇감자 같은 초여름 제철 먹거리가 벌써 부터 시장에 나오기 시작했다는 반가운 기별을 이제야 들었습니다. 농민들이 이른 새벽부터 수확한 햇작물들을 보며, 우리는 길었던 봄을 지나 밥상 위에 오른 여름의 맛을 느낍니다. 오늘 우리가 마음 깊이 새겨볼 토박이말은 '알차다'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과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는 '알차다'를 '속이 꽉 차 있거나 내용이 아주 실속이 있는 상태', 또는 '열매나 그 속이 빈 곳 없이 꽉 찬 상태'라고
[우리문화신문=김슬옹 교수] 1727년(영조 3년), 김만중의 딸이자 신임옥사 때 죽임을 당한 이이명의 처인 김씨 부인은 손자와 시동생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영조에게 한글 탄원서를 올렸다. 탄원서의 크기는 가로 81.5cm, 세로 160cm에 달할 정도로 크다. 정자로 정성 들여 쓴 글에서는 정치적 격변기에 집안의 위기를 맞은 사대부 여성의 절박한 심정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김만중은 한글을 나랏글로 삼아 한다고 주장하고 한글 소설 〈구운몽〉, 〈사씨남정기〉 등을 직접 쓴 빼어난 한글문학가이자 평론가였다. Submitting a Petition in Hangeul for the Family’s Sake In 1727 (the 3rd year of King Yeongjo’s reign), Kim Man-jung’s daughter, the wife of Lee Im-yeong, submitted a petition in Hangeul to King Yeongjo. This petition was a desperate plea to save the lives of her grandson and brother-in-law, who were in danger of b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그림 속, 불길이 할퀴고 간 잿빛 들판 위로 노란 조끼를 입은 이들이 모여 정성스레 어린나무를 심고 있습니다. 메마른 땅을 일구는 그들의 손길 위로 따스한 햇살이 내려앉고, 그 정성에 응답하듯 발치에는 파릇파릇한 새싹들이 고개를 내밉니다. 한편에서는 정성껏 지은 밥을 나누며 이웃의 지친 마음을 다독이는 따스한 바람빛(풍경)이 이어지네요. 무너진 집터를 치우고 서로의 어깨를 감싸 안는 저 묵묵한 뒷모습들은, 절망이 머물던 자리에 다시 희망의 뿌리를 내리는 든든한 버팀목 같습니다. 누군가의 아픔을 나의 일처럼 여기며 기꺼이 내미는 그 따뜻한 손길이 모여 비로소 온 누리에 다시금 살아 움직이는 삶의 기운이 차오릅니다. 기꺼이 힘을 보태어 보탬이 되는 '이바지하다' 최근 산불 피해 지역을 비롯한 우리 사회 곳곳에서 묵묵히 애쓴 자원봉사자들을 기리는 ‘대한민국 자원봉사대상’ 후보자를 공모한다는 기별이 들려옵니다. 누군가는 밥을 짓고, 누군가는 나무를 심고, 또 누군가는 이웃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그 모든 시간은 단순한 도움을 넘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숭고한 정성이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마음 깊이 새겨볼 토박이말은 '이바지하다'입니다. 《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