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서도의 토속소리, <투전풀이>란 상가(喪家)에서 망자(亡者)와 그 집안 식구들을 위로하기 위해, 또는 밤샘하는 사람들이 졸음을 이기기 위해, 벌이는 일종의 놀이 형식이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원래 투전(鬪牋)이란 돈 놀음으로 그림이나 문자를 그린, 종이조각을 가지고 승부를 가리는 성인남자들의 방안놀이다. 그러나 이 노래에서는 돈 놀음보다는 소리가 중심이 되기에 남의 눈을 피해 가며 거액을 잃고, 따는 금지된 거래와는 그 성격과 규모가 다르다. 유지숙이 부른 <투전풀이>는 노랫말 9종, 박기종의 《서도소리 명곡대전》에는 <투전타령>이란 이름으로 40종의 노랫말을 소개하고 있으나, 즉흥적으로 둘러대는 사설치레가 재미를 더하고 있다. 이번 주에는 부산에서 서도소리와 경기소리를 중심으로 학생들과 일반인들을 지도하고 있는, 그러면서 공연활동도 나름대로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남성소리꾼, 하인철 명창을 소개한다. 경기지방의 소리도 그렇고, 더더욱 서도지방의 소리를 이어가고 있는 전반적인 소리꾼들이 점차 줄어들고 현실에서 하인철과 같은 남성 소리꾼이 활동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는 사실은 크게 격려해 줄 일
[우리문화신문=김광옥 수원대학교 명예교수] 정도전 (1342, 충혜왕 복위 3~ 1398, 태조 7) -② 정도전은 조선전기 정치인이자 학자이다. 조선의 정신적 기틀을 세운 인물이다. 호는 삼봉(三峰)이다 활동사항 정도전은 문인이면서 동시에 무(武)를 겸비했고, 성격이 호방해 혁명가적 소질을 지녔으며, 어려서부터 학문을 좋아하고 의론(議論)이 정연했다고 한다. 그는 오랫동안 유배ㆍ유랑 생활을 보내면서 곤궁에 시달렸다. 더욱이, 부계혈통은 향리(鄕吏)의 후예로서 어머니와 아내가 모두 연안 차씨(延安車氏) 공윤(公胤)의 외가 쪽의 서자였다. 특히 모계에 노비의 피가 섞여 있었다. 이러한 혈통 때문에 권문세족이나 명분을 중요시하는 성리학자들로부터 백안시당하는 경우가 많았고, 조선시대에도 3대 종 집안의 하나라는 세인의 평을 받았다. 그가 청ㆍ장년의 시기를 맞았던 고려 말기는 밖으로 왜구ㆍ홍건적의 노략질로 나라 안이 어수선했고, 안으로는 권문세족의 횡포로 정치기강이 무너지고 민생이 몹시 고단하였다. 이러한 때에 9년 동안의 시련에 찬 유배ㆍ유랑 생활은 그에게 나라를 사랑하고 백성 사랑 의식을 깊게 만들었으며, 그의 역성혁명(왕조가 바뀌는 일) 운동은 이러한 개혁의지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편지가 왔다네> 와 <농부가>, 그리고 퉁소를 소개하였다. 함경도 지방에서는 각 마을의 최고 퉁소잽이들이 모여 겨루기 한마당이 열려 왔다는 점, 연변의 조선족 사회에서도 함경도에서 옮겨 온 동포들이 <퉁소예술절>을 열어 오고 있을 정도라는 점, <편지가 왔다네>는 사설 내용이 재미있거니와 다른 지역의 농부들이 농사 관련 농요를 부르듯, 함경도 지방에서도 관련 농요들을 불러왔다고 이야기하였다. 이번 주에는 <투전풀이> 또는 <투전타령>이라 해서 노름을 하며 부르는 노래들을 소개해 본다. 투전(鬪牋)이란 돈 놀음이다. 그림이나 문자를 넣어 끗수를 표시한 종잇조각을 가지고 승부를 가리는 성인남자들의 방안놀이를 말함인데, 심심풀이의 수준을 넘어 거액의 돈을 잃거나 해서 신세를 망친 사람들이 많았다는 이야기를 우리는 자주 들어왔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노래로 소개하는 <투전풀이>, 또는 <투전타령>이라는 소리는 놀음판에서 불리는, 곧 투전하며 부르는 소리이긴 하되 놀음이 위주가 아니라, 소리가 중심을 이루는 말이 되겠다. 다시 말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우리 겨레의 큰 명절 ‘한가위’가 채 20일도 남지 않았다. 곳곳에서는 벌써 명절 잔치가 시작된 듯하고 각 기업체는 명절맞이 선물 광고에 한창이다. 그런데 문제는 누구는 ‘한가위’라 쓰고 누구는 ‘추석’이라고 쓴다. 심지어 추석은 ‘秋夕’이라고 한자로 써 놓기도 한다. 혼란스럽다. 도대체 명절을 두고도 왜 각기 다른 말을 쓰는 것일까? 먼저 ‘추석’과 ‘한가위’의 말밑(어원)을 살펴본다. 먼저 중국에서는 가을을 셋으로 나눠 음력 7월을 맹추(孟秋), 8월을 중추(仲秋), 9월을 계추(季秋)라고 불렀는데 그에 따라 8월 보름을 중추라 했다. 그래서 우리도 예전 ‘중추절’이라 쓰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추석’이라는 말은 5세기 송나라 학자 배인의 《사기집해(史記集解)》에 나온 “추석월(秋夕月)”이란 말에서 유래한다. 여기서 “추석월”은 천자가 가을 저녁에 달에 제사를 지낸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우리 명절과 잘 맞지 않는 말이란 생각이다. 더구나 중국 사람들조차 이 말을 거의 쓰지 않는다고 한다. 그에 견주면 ‘한가위’는 뜻과 유래가 분명한 우리 토박이말이다. “한가위”는 ‘크다’라는 뜻의 '한'과 '가운데'라는 뜻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박물관을 찾은 많은 분들이 스치듯 지나가는 전시실이 있습니다. 구석기시대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인 ‘구석기실’입니다. 심지어 일부 관람객은 “전시실에 누가 자갈돌을 가져다 놓았어?”라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관람객의 관찰이 틀리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자갈돌로 만들어진 점이 우리나라 구석기의 큰 특징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연천 전곡리 유적에서 처음 확인되어 이제는 전국에서 출토되는 주먹도끼는 자갈돌을 재료로 삼았습니다. 구석기시대 사람들은 자갈돌을 깨뜨려 다듬어서 주먹도끼를 만들었습니다. 이처럼 두들겨 치거나 깨뜨리는 타격 기술은 인류 첫 돌연장인 찍개에서부터 이용되었습니다. 진열된 주먹도끼나 찍개는 크기도 하고 모양이라도 있으니 도구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구석기실 마지막 장을 차지하는 작고 길쭉길쭉한 돌날은 도대체 어떻게 쓰였고 무슨 의미가 있는지 단박에 알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앞선 시기의 주먹도끼와는 견줄 수가 없을 정도로 작고 약하게 생겼습니다. 이것은 대체로 길이는 5㎝ 이하이고, 너비는 0.5㎝ 안팎으로, 길이가 너비의 2배를 넘습니다. 그래서 ‘작은 돌날’이라 부르며, 세석인(細石刃)ㆍ좀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 이야기한 북녘땅의 다양한 토속소리에는 함경도 지방의 <애원성(哀怨聲)>이나, <아스랑가>, <전갑섬타령> 등도 있다고 이야기하였다. 또한, <신고산타령>이나 <궁초댕기>로 대표되는 함경도의 통속 민요와는 달리, <애원성(哀怨聲)>은 지역의 특성을 그대로 안고 있는 토속민요로 현재는 이북5도청 내의 함경도 무형자산으로 보호받고 있다는 이야기, <전갑섬타령>에 나오는 해안 퉁소란 말에서 퉁소는 통소(洞簫)라 쓰고, 퉁소라 읽는데, 단소와 같이 세로로 부는 대나무 악기의 이름이란 이야기와 단소보다는 굵고 길며 그 음색이 거칠면서도 애잔하여 듣는 이의 가슴을 아련하게 하는 악기라고 하였다. 퉁소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함경도는 마을마다 퉁소를 즐겨 불 정도로 일반화 되어 있었는데, 예를 들어, 각 마을을 대표하는 으뜸 퉁소잽이들이 모여 겨루기 마당이 열리곤 했다. 그날의 열기는 대단했었고, 심지어 멀리 다른 지방까지 가서 명인들을 초빙해 올 정도였다고 한다. 중국의 연변 조선족 사회만 해도 퉁소에 대한 애정은 특별한 편이어서 자체적으로 &l
[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지난 8월 22일부터 31일까지 부산시민공원 미로전시실에서는 아주 특별한 그림 전시회가 있었다. '조선을 사랑한 일본인 화가 작품전'이 그것이다. 일본화가가 조선을 사랑했다고? 라고 반문 할지 모르지만 이 전시회에 소개된 야마카와 슈호, 야마구치 호슌, 가토 세이지, 가토 쇼린 작가 등 일본인 화가 35명이 그런 사람들이다. (사)부산한일문화교류협회는 지난 전시에서 일본인화가 35명의 작품 500여점을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이에 이들 작품 가운데 몇편을 4회에 걸쳐 소개한다. <1> 야마카와 슈호(山川秀峰)의 조선부인(朝鮮婦人) 야마카와 슈호 (山川秀峰)는 일본 미인화(美人畵)의 거장으로 1939년 6월 조선총독부 철도청의 초청을 받고 한 달 동안 조선을 여행했다. 경성과 평양에서 조선부인을 사생한 백여 점의 작품을 가지고 귀국 후 이것을 토대로 조선부인 목판화 2점을 제작하였고 그의 미인화 작품 7점이 일본 유형문화재로 등록되어 있으며 여기에 조선부인 목판화 1점도 포함되어 있다. 이번 출품작은 조선부인(朝鮮婦人) 이다.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유지숙 서도명창의 북녘소리, <토리>를 소개하고 있다. 토리란 해당 지역의 독특한 가락, 소리제를 뜻한다. 북녘땅에도 다양한 토속소리들이 있었으나 그 전승이 어려워 현재는 거의 잊혀 불리지 못하고 있는 소리들이다. 그 지역의 노래 제목이나 노랫말이라도 소개하고 싶은 마음에서 이 글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주에는 <산천가(山川歌)> <삼동주타령>, <끔대타령> 등을 소개하였다. <산천가>는 북한의 유명 소리꾼이었던, 김진명의 작품으로 산과 강을 친구 삼아 인생을 함께하는 모습이 그대로 친근감을 주고 있다는 이야기, <삼동주 타령>은 제주민요 오돌독과 비슷한 형태를 지닌 굿거리풍의 소리라는 점, <끔대타령>은 일명 <나물타령>이라고도 부르는 2박 계통의 빠르고 익살스럽게 부르는 민요이며 <풍구타령>은 황해도 지역의 노래로 대장간에서 쇠를 녹일 때, 불렀던 소리라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어서 북쪽의 소리 중, 함경도 지방의 <애원성>과 <아스랑가>, <전갑섬타령> 등을 소개해 보기로 한다. 10.…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개성 부근에서 출토되었다고 전하는 아름다운 청자 주전자와 받침입니다. 고려시대 귀족들이 이 주전자에 담긴 술을 서로 따라 주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절로 상상되는 작품입니다. 색은 맑고 푸르며, 표주박 모양 주전자와 대접 모양 받침이 한 벌을 이룹니다. 푸른 배경 위에 까맣고 하얀 무늬가 눈에 띄며 전체적으로 균형과 조화가 돋보입니다. 주전자는 술, 물 등의 액체를 담아서 따르는 용도며, 받침은 주전자를 받쳐 주전자에 담긴 액체를 보온하는 등 기능적인 역할을 합니다. 완벽한 조합과 독특한 표현 기법, 자유분방한 무늬가 특징인 이 주전자와 받침은 2017년에 보물로 지정되었습니다. 완벽한 구성과 형태의 아름다움 이 작품은 주전자, 그리고 주전자 뚜껑, 주전자를 받치는 받침이 하나의 꾸러미를 이루고 있습니다. 고려청자 가운데 주전자는 상당히 많은 수가 전해집니다. 그렇지만 이처럼 뚜껑과 받침까지 완전한 하나의 꾸러미를 갖추고 있는 예는 드물어 이 청자가 더욱 값어치 있게 느껴집니다. 주전자는 표주박 모양[瓢形]을 그대로 담았습니다. 식물이나 동물, 인물 등 사물의 형태를 본떠 만든 청자를 상형청자(象形靑磁)라고 하는데, 이 주전자도
[우리문화신문=김광옥 수원대학교 명예교수] 정도전(鄭道傳, 1342, 충혜왕 복위 3~ 1398, 태조 7) 정도전은 조선전기 정치인이자 학자로 호는 삼봉(三峰)이다. 출생지는 충청도 단양 삼봉(三峰)이다. 고려 말 개혁적 신진사대부로 활동했으나 모계에 노비의 피가 섞여 있어 혈통 문제로 고난을 겪었다. 하지만 이성계 휘하에 들어가 조선의 건국을 기획하고 구현해냈다. 조선조의 국가경영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고 제도로서 정착시킨 설계자이기도 하다. 《조선경국전》을 비롯한 경세론 관련 저작을 남겼다. 세자책봉 문제로 불거진 제1차 왕자의 난 때 이방원에 의해 희생되었다. 그의 사상을 모은 《삼봉집》이 있다. 세종과 무슨 연관이 있을까 생각되지만 조선 건국의 민권 사상과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주요한 인물이 아닐 수 없다. 정도전에 대한 평가는 시대에 따라, 관점에 따라 다르게 평가될 수는 있으니 먼저는 당시 왕조세력의 관점인 《조선왕조실록》 평가로서의 졸기를 살펴보자.(《태조실록》7/ 8/26. 1398) 졸기 정도전의 호(號)는 삼봉(三峰)이며, 본관은 안동(安東) 봉화(奉化)다. 고려 왕조 공민왕 9년(경자년, 1360)에 성균시에 합격하고, 임인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