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30 (화)

  • 맑음동두천 25.8℃
  • 구름조금강릉 27.3℃
  • 맑음서울 26.6℃
  • 구름많음대전 25.0℃
  • 흐림대구 22.6℃
  • 흐림울산 23.8℃
  • 구름많음광주 24.8℃
  • 흐림부산 27.2℃
  • 구름조금고창 25.2℃
  • 제주 24.5℃
  • 맑음강화 25.7℃
  • 구름많음보은 24.4℃
  • 구름많음금산 25.9℃
  • 구름많음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2.1℃
  • 구름많음거제 25.3℃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우리문화 톺아보기

서도의 긴잡가(雜歌)를 서도좌창이란 이름으로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751]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공명가(孔明歌> 관련 이야기로 공명의 마음을 움직이게 된 계기는 유현덕의 일편심이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공명가>는 중국 촉한(蜀漢)의 명재상이었던 제갈량(諸葛亮)을 주제로 하는 노래인데, 판소리 「적벽가」에는 유비가 공명을 만나러 삼고초려(三顧草廬-멀리 풀밭에 있는 오두막집을 세 번이나 찾아감) 뒤에, 유비(유현덕)의 일편단심에 감복을 받아 견마지력(犬馬之力)을 약조한다는 이야기, 공명을 대하는 지극 정성에 관우와 장비 등이 불평을 쏟아내지만, 유비왈 “공명을 얻음이 고기가 물을 얻음과 같다”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소개하였다.

 

<공명가>의 줄거리는 조조와 대치하고 있는 공명이 오(吳)의 주유와 함께 전략을 논의하는데, 결론은 화공(火攻)이어야 승산이 있다. 그러나 겨울철이니 동남풍(東南風)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에 공명이 산에 올라가 동남풍을 비는 내용이 곧 <공명가>의 주된 내용이다.

 

결과적으로 공명의 신통력으로 동남풍은 일게 하였다. 그러나 공명의 이러한 능력이 훗날에는 여러 나라, 여러 사람들에게 걱정이 될 것이라며 동지였던 오나라의 주유는 공명을 해칠 계책을 세운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를 예견한 공명은 몸을 피해 무사히 돌아간다.

 

<공명가>를 서도의 대표적인 좌창의 하나로 꼽고 있는 이유를 든다면, 제갈량(諸葛亮)이 동남풍 불기를 기도하는 내용이나, 공명의 능력을 걱정한 나머지 그를 잡으려고 추적하던 오나라의 군대를 격퇴하고 돌아가는 대목 등등, 가사의 내용이 너무도 흥미롭게 전개된다는 점이다. 또한 그 가사 위에 얹혀 진행되는 특유의 가락 전개라든가, 언제 들어도 호쾌한 <엮음 수심가> 조가 중심을 이루는 창법, 그리고 변화무쌍한 장단의 전개 등등, 각각의 음악적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의 노래, 곧 <공명가>를 비롯하여 <초한가>나 <제전>, 등을 위시한 긴잡가를 서도지방이나 경기지방에서는 좌창(坐唱)이라고도 부른다. 좌창이란 말의 근본적인 의미는 노래의 성격상 ‘앉아서 부르기에 적절한 노래’라는 뜻이다.

 

예전부터 가곡(歌曲)이나 가사(歌詞), 또는 시조(時調)나 시창(詩唱)과 같은 유의 노래들을 정가(正歌)라 불렀데, 이러한 유의 노랫말들은 앉아서 읽거나 또는 불러온 것이다. 그렇기에 그 내용을 노래할 때도, 손이나 발의 움직임은 불허해 왔던 관습이 그대로 이어진 것이 아닐까 한다.

 

이러한 예는 민속음악 가운데서도 앉아서 부르는 노래들, 예를 들면 서울, 경기지방의 긴잡가라든가, 휘몰이잡가, 송서나 시창의 류가 그러하고, 서도지방의 대표적인 소리 <수심가>라든가, <관산융마-關山戎馬>를 비롯한 시창(詩唱), 그리고 긴잡가의 대부분이 감정을 절제하며 부르는 소리이기에 이 소리를 하면서 손이나 발, 몸의 움직임은 금기시해 온 것이다. 이러한 관습은 쉽게 변하지 않아서 현재에도 창자의 앉는 태도에 따라, 노래에 대한 평가나 객석의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왜 이러한 서도의 대표적인 노래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잡가>, 또는 <긴잡가>라는 이름을 붙여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 또한 <긴 잡가>라는 말에서 <긴>은 무엇을 의미하는 말일까? 하는 점들이 궁굼하다. 잠시 이러한 용어들을 살펴보고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한다.

 

<긴 잡가>라는 이름에서 <긴>은 짧다의 반대 개념인 <길다>라는 의미다. 그러나 여기서는 그 노래의 길이가 ‘길다’, ‘짧다’의 개념이 아니다. 다시 말해, <긴>은 곡조의 길고 짧음보다는 <느리게 부르는 잡가>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느리게 부르는 곡조를 왜 ‘길다’라는 이름으로 쓰고 있는 것인가?

 

예전에는 음악의 형식을 만(慢)-중(中)-삭(數), 곧 긴-잦은 형태로 구분하여 느린 곡은 <긴 음악>, 빠른 곡은 <잦은 음악>으로 구분해 왔다.

 

예를 들어, 저 유명한 모음곡 형식의 『영산회상』이란 악곡도 제일 느리게 시작하는 첫 곡은 <상령산>, 또는 <긴영산>, <대령산> 등으로 부르고, 그 뒤로 이어 나오는 곡은 <중영산> 그리고 빠른 곡조는 <잔영산>으로 불러왔다. 이와 같은 구분에 의하면, <긴 잡가>라는 말에서 <긴>은 곡조가 길다는 의미보다는 ‘느리다’는 뜻을 지닌 표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잡가(雜歌)라는 노래의 이름은 또한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잡가라는 이름에서 <잡-雜>이란 무엇인가?

 

잡의 의미는 ‘여러 가지가 뒤섞여 순수하지 않다’라는 의미가 강하다. 예를 들면, <잡탕>이나 <잡소리>, <잡음>, 등등 순수하고 깨끗한 의미가 아니라, 이것과 저것이 뒤섞여 순수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는 전문가들을 포함한 애호가들이나 학생들에게도 그 연행형태가 단정하면서도 비교적 긴 가사를 노래하는 느린 형태의 노래라는 의미에서 <좌창-坐唱>이란 명칭을 권하고 있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