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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고려박물관의 12개 조선연구회를 아십니까?

특별기획전 , 왜 조선인이 전범이 되었는가를 중심으로
<맛있는 일본이야기 742>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엊그제(8일)가 한로(寒露)였다. 이제 슬슬 찬이슬이 내리는 계절이다. 한가위 내내 가을비가 추적거리고 내리더니 기온이 확 떨어진 느낌이다. 이제 반소매옷은 어림이 없고 긴소매옷에 겉옷까지 갖춰야 할 때다. 강남 갔던 제비가 청명(4월 5일) 무렵에 우리나라로 왔다가 한로(10월 8일) 무렵에 돌아간다는 말처럼 철새들도 우리나라를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봄이 되면 다시 찾아올 것이다. 올봄, 제비가 찾아와 둥지를 틀 무렵 일본인 지인인 마츠자키 에미코 씨가 한국을 찾았다.

 

그녀가 한국에 올 때는 ‘제비의 박씨’ 같은 선물을 한 아름 들고 오는데 가장 반가운 선물은 ‘일본 소식’이다. 일본 소식이야 인터넷으로 실시간 볼 수 있지만, 마츠자키 씨가 갖고 오는 선물은 좀 특이하다. 일본의 양심적인 시민단체인 <시민이 만드는 일본·코리아 교류 역사박물관인 고려박물관(市民が作る日本とコリア(韓国・朝鮮)交流の歴史博物館), 아래 ‘고려박물관’>에 관한 소식을 잔뜩 가져오기에 내게는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한 선물이다. 참고로 마츠자키 에미코 씨는 고려박물관 회원이다.

 

 

물론 고려박물관은 별도로 누리집(https://kouraihakubutsukan.org)이 있지만 나날살이가 바쁘다 보면 나라 안 소식도 놓치는 경우가 많기에 마츠자키 씨가 ‘물어오는 종이로 만든 고려박물관 자료집’등은 곁에 두고 있다가 짬을 내 읽을 수 있어 좋다. 어느새 나도 인터넷보다 ‘종이로 만든 자료집’이 좋은 세대가 되어버렸다. 그녀가 올봄 ‘물어다 준 자료’를 대충 훑어보았을 때만 해도 올해 고려박물관의 야심 찬 기획전인 <왜 조선인이 전범이 되었는가(なぜ「朝鮮人」が戦犯になったのか?>를 반드시 보고 와서 기사화해야겠다는 각오를 했던 기억이 새롭다.

 

<왜 조선인이 전범이 되었는가, 아래 ‘조선인전범 전시’>는 지난 5월 7일부터 시작하여 9월 28일까지 무려 3개월 20일이라는 기간 동안 이어졌었다. 사실 나는 이 소식을 접하고는 식민지 지배하에서 23명의 조선인들이 BC급전범(BC級戦犯)이 되어 제대로 된 재판도 받지 못한 채 억울한 사형을 받아야 했던 사실(史實)을 반드시 기사화해야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러나 실천에 옮기지 못한 채 전시가 끝나버리고 말았다. 특히 조선인전범 전시 기간 동안에 5회에 걸친 강연회가 잡혀있었기에 그 가운데 한번은 다녀와서 기사를 써야지하면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그 5회에 걸친 강연 날짜와 주제 및 강사를 밝히면 다음과 같다.

 

제1회(5월24일): 우치미 아이코 (内海 愛子) 교수의 <전쟁 재판은 식민지 지배를 어떻게 재판 했는가: 조선인 BC급 전범부터 생각해본다>

제2회(6월14일): 고시오 카이헤이(小塩海平) 교수의 <조선인 포로감시원이 동원된 일란전쟁(日蘭戦争, 일본과 네덜란드 전쟁)을 생각한다>

제3회(7월12일): 강수일 등(전범자 이학래의 조카) <전범자 이학래 씨가 지속적으로 호소한 것>

제4회(9월6일): 다구치 히로시( 田口裕史) 씨의 <국가보상 등 청구 재판, 입법 운동, 그리고 현재 묻고자 하는 것>

제5회(9월20일): 가마쿠라 히데야(鎌倉英也) 씨의 <조문상(趙文相)과 이학래(李鶴来)의 부조리 와 차별의 현재>

 

이상의 5회 강연과 석 달 20일 동안 전시되었던 ‘조선인전범 전시’도 놓쳤다. 굳이 이유를 든다면 일부러 도쿄로 취재를 떠나야 하는 경비 문제(완전 자비로 진행해야 하는 점)가 크지만, 이 기간에 집필 중인 원고의 마감 문제도 걸려 있어 부득이 도쿄행을 미루다 보니 전시도 강연도 모두 끝이 나고 말았던 것이다.

 

하지만 여기까지 이야기는 어쩌면 지엽적인 것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번 글에서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러한 진지한 주제를 다룬 도쿄의 <고려박물관> 이야기다. 고려박물관에 대해서는 기자가 여러 번 우리문화신문(오마이뉴스 포함)에 소개한 바 있다. 하지만 이곳의 연구회에 관해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고려박물관에는 지난번 <2025년 고려박물관기획전 :왜 조선인이 전범이 되었는가>를 기획한 조선인BC급전범연구회(朝鮮人BC級戦犯研究会)를 비롯하여 모두 12개의 연구회가 있다.

 

 

놀랍지 않은가? 순수한 일본인 시민들이 만든 고려박물관에서 다양한 연구회를 만들어 지속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말이다. 고려박물관을 만든 양심있는 일본 시민들은 그 설립 목적을 ‘고려박물관은 풍신수길(도요토미히데요시)의 두 번에 걸친 침략(임진왜란, 정유재란) 및 근대 식민지시대(조선침략)의 과오를 반성하며 역사적 사실을 직시하여 일본과 코리아의 화해를 지향’하기 위해서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기사 맨 아래 고려박물관 설립 목적 참조)

 

놀라운 것은 조선여성사연구회(朝鮮女性史研究会)의 경우, 한국인들도 실천하지 못하는 ‘한국여성독립운동가들을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자는 고려박물관 소속 조선여성사연구회 회원들의 내한(2013.10.23.) 때에 이들에게 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한 특강을 한 적이 있다. 이를 계기로 2014년 일본 처음으로 도쿄 한복판에서 항일여성독립운동가 시화전을 열었고 기자가 그곳에 달려가서 특강을 하는 등 지금까지 활발한 교류를 펼치고 있다.

 

 

 

이것이 하고픈 이야기의 전부는 아니다. 실은 다음 사항이다. 재외동포청(https://www.oka.go.kr) ‘재외동포현황’에 따르면 현재 재일동포(2023)는 모두 411,900명이며 귀화자 390,218명을 합하면 802,118명이라고 한다. 여기서 귀화자 숫자 390,218명은 일본 법무성 (1952-2022)의 자료다. 하지만, 일본에 적을 두고 있는 동포 말고도 장ㆍ단기 유학생 및 기타 체류자와 그 가족을 합치면 숫자는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고려박물관에 관한 관심을 두고 찾아가서 그들과 함께 다양한 연구회에 가입하여 한일 사이 역사, 문화 교류 등에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이 이번 기사의 고갱이다.

 

일본은 지역이 넓어 도쿄 외 지역에서 도쿄에 있는 고려박물관을 방문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도쿄와 인근 지역에 거주한다면 서울에 살고있는 기자보다는 접근성이 훨씬 좋을 것이다. 기자는 오래전부터 고려박물관의 활동을 지켜보면서 이들의 이야기를 우리문화신문(오마이뉴스 포함) 등에 소개해오고 있지만 매번 현장 취재를 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 3개월여 동안 고려박물관에서는 <왜 조선인이 전범이 되었는가(なぜ 「朝鮮人」が戦犯になったのか)의 전시와 5회의 강연이 있었지만 솔직히 조선인들이 일본의 전범(戦犯)이 되어 억울한 사형을 당한 사실에 대해 자세히 아는 한국인들은 많지 않을 듯하다. 일제강점기에 일제의 만행 가운데는 우리가 알고 있는 조선인 강제노역, 일본군위안부 등의 문제 말고도 일본인으로 둔갑시켜 병사로 전쟁터에 내몰렸다가 전후 전범처리 과정에서 처형을 당하고도 아직도 그 지위가 회복 안 된 억울한 조선인전범(朝鮮人戦犯)들의 문제도 있다는 것을 환기시키고 싶다.

 

 

일본 사회도 근래들어 우익의 활동이 우려될 만큼 활발하다. 이러한 가운데 과거 일제국주의가 저지른 조선침략으로 빚어진 조선인 전범문제 등을 파헤치고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고려박물관 회원들의 눈부신 활동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일말의 일본의 희망을 보는 듯해 기쁘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독자가 있다면 도쿄 신오쿠보에 있는 고려박물관의 다양한 활동에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쓴다.


【일본 고려박물관(高麗博物館)은 어떤 곳인가?】

1. 고려박물관은 일본과 코리아(한국ㆍ조선)의 유구한 교류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전 시하며, 서로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고 이해하며 우호를 돈독히 하는 것을 지향한다.

2. 고려박물관은 히데요시의 두 번에 걸친 침략과 근대 식민지 시대의 과오를 반성하며 역사 적 사실을 직시하여 일본과 코리아의 화해를 지향한다.

3. 고려박물관은 재일 코리안의 생활과 권리 확립에 노력하며 재일 코리언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를 전하며 민족 차별 없는 공생사회의 실현을 지향한다."라는 목표로 설립한 고려박 물관은 (당시 이사장 무라노 시게루) 1990년 9월, <고려박물관을 만드는 모임(高麗博物館 をつくる会)>을 만들어 활동해온 순수한 시민단체로 올해(2024) 34년을 맞이한다.

 

고려박물관은 양심있는 일본 시민들이 만든 순수 민간단체로 전국의 회원들이 내는 회비와 자원봉사자들의 봉사로 운영하고 있다. 한국 관련 각종 기획전시, 상설전시, 강연, 한글강좌, 문화강좌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고려박물관 찾아 가는 길★

JR 야마노테선(山手線) 신오쿠보(新大久保)에서 내려 쇼쿠안도오리(職安通)

한국 '광장' 수퍼 건너편 광장 건물 7층

*전화:도쿄 03-5272-3510 (한국어 대응이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