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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멀리서 손님이 찾아오면 마중한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5147]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반보기

 

                                            - 이명수

 

     손님이 멀리서 찾아오면

     중간쯤 나가 마중한다

     제주공항에서 수월헌(水月軒)의

     중간은 애월(涯月),

     자구내 포구에서 한림, 월령코지, 명월 지나

     애월 곽지모물까지

     낮달과 함께 네 개의 바다를 건너간다

 

 

 

 

한가위 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역시 우리 겨레의 큰 명절답게 이때 즐겼던 시절놀이(세시풍속)은 참으로 많지요. 우선 손에 손을 잡고 둥근 달 아래에서 밤을 새워 돌고 도는 한가위 놀이의 대표 '강강술래'가 있습니다. 또 서당에서 공부하는 학동들이 원님을 뽑아서 백성이 낸 송사를 판결하는 놀이 '원놀이', 잘 익은 곡식의 이삭을 한 줌 묶어 기둥이나 대문 위에 걸어 두고, 다음 해에 풍년이 들게 해 달라고 비손하는 풍습 올게심니(올벼심리)', 채 익지 않은 곡식을 베어 철 따라 새로 난 과실이나 농산물을 먼저 신위(神位)에 올리는 ‘풋바심’, 한가위 전날 저녁에 아이들이 밭에 가서 발가벗고 자기 나이대로 밭고랑을 기는 풍속 '밭고랑 기기' 같은 것들이 있지요.

 

그런가 하면 '반보기‘ 곧 중로상봉(中路相逢)도 있는데 한가위가 지난 다음 서로 만나고 싶은 사람들끼리 때와 장소를 미리 정하고 만나는 것으로 중도에서 만났으므로 회포를 다 풀지 못하고 반만 풀었다는 데서 나온 말입니다. 마음대로 친정 나들이를 할 수가 없었던 시집간 딸과 친정의 어머니가 중간 지점을 정하고, 음식을 장만하여 만나서 한나절 동안 회포를 푸는 것이지요. 요즘은 자가용 승용차를 타고 고향길에 나서든지, 시골의 보모가 자식들을 만나러 상경하기도 하여 ’반보기‘가 ’온보기‘로 대체되었습니다.

 

여기 이명수 시인의 <반보기>에는 “손님이 멀리서 찾아오면 중간쯤 나가 마중한다”라고 합니다. 굳이 한가위 시절놀이 ’반보기‘가 아니어도 손님이 오면 중간쯤 나가 마중한다는 것이고, “제주공항에서 수월헌의 중간은 애월, 낮달과 함께 네 개의 바다를 건너간다”라고 노래합니다. 우리 겨레는 손님을 그저 맞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쯤 나가서 기뻐 맞이하는 성품을 지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