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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성어’(四字成語)로 보는 세종의 사상

《훈민정음(訓民正音,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

사자성어(四字成語)로 보는 세종의 사상 45

[우리문화신문=김광옥 수원대 명예교수]  

 

10월 9일은 한글날이다. 그 역사를 보자. 《세종실록》 25년(1443) 12월 30일 기사에 ‘훈민정음을 창제하다’라고 되어 있다.

 

(훈민정음을 창제하다) “이달에 임금이 친히 언문(諺文) 28자(字)를 지었는데, 그 글자가 옛 전자(篆字)를 모방하고, 초성(初聲)ㆍ중성(中聲)ㆍ종성(終聲)으로 나누어 합한 연후에야 글자를 이루었다. 무릇 문자(文字)에 관한 것과 이어(俚語, 속된 말)에 관한 것을 모두 쓸 수 있고, 글자는 비록 간단하고, 요약하지마는 전환(轉換)하는 것이 무궁하니, 이것을 훈민정음(訓民正音)이라고 일렀다.”(⟪세종실록⟫25/12/30)

 

 

이후 잠잠하다가 다시 세종 28년에 기사가 나온다. 3년 동안 훈민정음에 대한 음운연구와 구체적인 시행방안 등의 연구가 계속되었을 것이다. 이어 세종 28년에 《훈민정음》이 이루어진다. 어제와 예조 판서 정인지의 서문이 있다.

 

“이달에 《훈민정음(訓民正音)》이 이루어졌다. 어제(御製)에, 나랏말이 중국과 달라 문자와 서로 통하지 아니하므로, 우매한 백성들이 말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마침내 제 뜻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내 이를 딱하게 여기어 새로 28자(字)를 만들었으니, 사람들로 하여금 쉬 익히어 날마다 쓰는 데 편하게 할 뿐이다. (⟪세종실록⟫28/9/29)

 

이어 “계해년 겨울에 우리 전하(殿下)께서 정음(正音) 28자(字)를 처음으로 만들어 예의(例義)를 간략하게 들어 보이고 이름을 《훈민정음(訓民正音)》이라 하였다. 물건의 형상을 본떠서 글자는 고전(古篆, 한자 전서체)을 모방하고, 소리에 인하여 음(音)은 칠조(七調), - 칠음七音. 곧 궁(宮)•상(商)•각(角)•치(緻)•우(羽)•변치(變緻)•변궁(變宮)의 일곱 음계(音階)에 합하여 삼극(三極, 천지인)의 뜻과 이기(二氣, 음양)의 정묘함이 구비 포괄(包括)되지 않은 것이 없어서, 28자로써 전환(轉換)하여 다함이 없이 간략하면서도 요령이 있고 자세하면서도 통달하게 되었다. 그런 까닭으로 지혜로운 사람은 아침나절이 되기 전에 이를 이해하고, 어리석은 사람도 열흘 만에 배울 수 있게 된다. 이로써 글을 해석하면 그 뜻을 알 수가 있으며, 이로써 송사(訟事)를 청단(聽斷, 송사(訟事)를 자세히 듣고 판단)하면 그 실정을 알아낼 수가 있게 된다. 자운(字韻)은 청탁(淸濁, 맑음과 흐림)을 능히 분별할 수가 있고, 악가(樂歌)는 율려(律呂, 가락)가 능히 화합할 수가 있으므로 사용하여 구비하지 않은 적이 없으며 어디를 가더라도 통하지 않는 곳이 없어서, 비록 바람소리와 학의 울음이든지, 닭울음 소리나 개 짖는 소리까지도 모두 표현해서 쓸 수가 있게 되었다.”(⟪세종실록⟫28/9/29, 1446).

 

훈민정음 창제의 핵심 목적 가운데 하나로, 백성이 스스로 배우고 깨닫게 하는 교화의 도구로 문자를 만든다는 뜻이다. 10월 9일은 세종이 1446년 훈민정음의 편찬을 선포한 날을 기려 한글의 독창성과 과학성을 나라 안팎에 널리 알리고 범국민적 한글 사랑 의식을 높이기 위하여 지정한 국경일이다. 법정 공휴일이자 5대 국경일이다.

 

한글날에는 한글을 주제로 하는 다양한 행사가 전국 곳곳에서 열리며, 기업 브랜드나 CI의 외국 문자 표기가 한글로 바뀌기도 한다. 또한 비록 문자인 '한글'과 언어인 '한국어의 토박이말'은 서로 다른 개념이나, 한글은 문장의 구조상 사람의 말소리를 기호로 표기하는 표음 문자이므로 한자나 로마자 등 다른 문자로는 표기되지 않는 향토적인 토박이말을 사용하자는 운동 등도 진행되고는 한다.

 

한글날의 기념일을 세는 단위도 '몇 주년', '몇 회'가 아닌 '몇 돌'이라고 표기하는 사례를 들 수 있다. 2025년은 한글날은 제579돌이다. 처음으로 한글날 기념식을 거행한 것은 훈민정음 반포 480년 기념일인 1926년 11월 4일의 일로, 현 한글학회의 전신인 조선어연구회와 신민사의 공동 주최로 식도원이라는 요릿집에서 수백 명이 참가한 가운데 당시로서는 성대하게 열렸다.⟪조선왕조실록⟫에 훈민정음 관련 기사가 1446년 9월 말일(29일)에 실렸기 때문에 11월 4일에 기념식이 열렸다. 이때까지는 아직 한글이라는 명칭이 널리 알려지지 않아 '가갸날'이라는 지금은 좀 생소한 이름을 사용했으며 한글날이라는 이름으로 바뀌게 된 것은 1928년의 일이다.(참고 : 나무위키)

 

훈민정음 창제와 관련해 《세종실록》)에는 훈민정음의 창제 이유ㆍ정신ㆍ철학을 담은 표현이 여럿 나오는데, 그중 사자성어로 요약되거나 직접 사용된 표현들을 정리해 보자.

 

* 음양상응(陰陽相應) : 음과 양이 서로 대응한다.

 

음양이 서로 조응하고 흉신(凶神)이 다 잠복한다는 점을 말한 것인즉,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되옵니다.(⟪세종실록⟫1/3/9)

 

* 자수간요(字雖簡要) : 글자는 비록 간단하다. (⟪세종실록⟫25/12/30)

 

* 전환무궁(轉換無窮) : 전환이 무궁하다. (⟪세종실록⟫25/12/30)

 

* 편어일용(便於日用) : 날마다 쓰는 데 편하게 하다. (⟪세종실록⟫28/9/29)

 

그 밖에 《훈민정음 해례본》 음의 편에 “천지지음양이응호(天地之陰陽而應乎), 오행지이론(五行之理論)…” 자음·모음 창제 원리에 음양오행 사상이 담겨 있음을 나타낸다.

 

세종의 철학적 언어관이 드러난 표현이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한글의 효용성은 국제적으로도 인정되고 필요한데 아직 그 표기법이 통일되지 못해 그 결과가 미미하다. 완벽한 외국어 표기를 기하기 전에 국제어라 할 영어의 B와V, F와P, L과R의 한글 표기법부터 정하고 사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