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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과거시험, 글을 짓는 ‘거벽’이 함께 들어가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5161]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올해에 낸 문제가 혹 다음 해에 나오기도 하고, 서울에서 출제한 것이 혹 지방에서 나오기도 하며, 유생이 사사로이 지은 문제가 역시 국시(國試)에서도 나올 수 있어서 혹 남의 작품을 외웠다가 합격하는 자도 있고, (가운데 줄임) 또 과장이 엄격하지 못해 무뢰배가 요란하게 밟고 다니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갖은 수단으로 엿보고, 책을 끼고 들어와 답안을 대신 써주므로 공부하는 자가 이 탓에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으니 극히 온당치 못합니다."

 

위는 《명종실록》 8년(1553) 6월 9일 자 기록입니다. 그런가 하면 정조 18년(1794)에는 "손으로 붓 잡을 줄도 모르는 사람들까지 분수없는 생각을 가지고 함부로 과거에 응시한다."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였습니다. 또 응시생인 양반집 자제들은 과거장에 여러 명의 조수를 데리고 들어가는데 글을 짓는 '거벽(巨擘)', 글씨를 써주는 '서수(書手)'가 따라 들어갑니다. 정작 과거를 보는 사람은 손도 까닥 안고 대리시험을 보는 것입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좋은 자리를 먼저 잡고 답안지를 다 쓰면 폭력을 써가면서까지 답안지를 대신 내주는 '선접군(先接軍)'이 있었습니다. 수만 장의 답안지를 며칠 안에 다 봐야 해서 실제로 답안지 앞부분만 보거나 앞에 낸 답안지만 채점하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에 딥안지 내는 것도 먼저 내야 했기 때문입니다.

 

어제 우리나라는 55만 명이 수능 시험을 치렀습니다. 다행히 수능에는 큰 부정 시험이 적발되지 않았지만,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명문대의 중간고사에서 일부 학생이 챗GPT를 활용하는 등 인공지능(AI)으로 시험 문제를 푼 사실이 확인되어 크게 문제 되기도 했습니다. 시험이 한 사람의 앞날을 결정짓는다는 생각에 예나 지금이나 시험 부정은 끝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