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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제전(祭奠)’, 너무도 애절한 서도의 좌창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755]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공명가> 후반부를 중심으로 소개하였다.

 

공명의 신통한 능력을 보고 난, 주유(周瑜)는 서성(徐盛), 정봉(丁奉)에게 명하기를 ‘공명은 살려둘 수 없는 모사(謀事)꾼이니, 그의 목을 베어오라.’라고 지시를 한다. 남병산에 올라가도 공명은 없었고, 강가에도 없었다. 이미 배를 타고 떠나가는 공명을 쫓아가며 그를 부르지만, 공명은 “내 너희 나라에 은혜를 베풀었는데, 나를 해코자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를 물으며 떠나간다.

 

그럼에도 서성이 쫒아 오자, 공명을 안내하던 명궁(名弓), 조자룡(趙子龍)이 그들을 제어하니 그제야 포기하고 돌아가며 ”유황숙은 덕이 두터워 저런 명장을 두었지만, 오왕 손권은 다만 인재(人材)일 뿐“이라는 구절을 남기며 되돌아간다고 이야기하였다.

 

공명가는 산문체로 이어진 통절형식(通節形式)의 노래로 <엮음 수심가>조의 높게 지르거나 길게 뻗어나가는 가락들이 자주 나온다는 이야기와 함께 목을 조여 내며 떠는 졸음목의 표현법이 긴장감을 주고 있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 주에는 서도의 그 유명한 좌창, 제전(祭奠)을 소개한다.

 

 

이 노래는 남편을 먼저 저세상으로 보내고, 혼자 된 여인이 한식날 남편의 무덤을 찾아가 갖가지 음식이며 술로 상차림을 하고 애절하게 회상하는 서도 좌창의 하나다. 한 여인을 통해 ‘인생은 덧없는 존재’임을 서도소리 특유의 한탄조로 부르는 좌창이다.

 

노래는 “백오동풍(百五東風)에 절일(節日)을 당하여”라고 시작하지만, 과거에는 노래가 시작되기 전, 대사 부분이 있었다고 하나 그 부분은 생략하고 곧바로 창으로 시작한다. <제전>이라는 좌창은 애절함의 극치를 맛보게 하는 노래인데, 특유의 요성(搖聲)이나 퇴성(退聲) 등의 표현법이라든가, 강약의 대비, 농담(濃淡), 명암 등등이 긴장감을 이어주고 있는 서도의 대표적인 좌창이다.

 

그 시작 부분은 다음과 같다.

 

“백오동풍(百五東風한식-寒食) 때 불어오는 봄바람을 이르는 말로,

동짓(冬至)날에서부터 105일째 날이 한식날이기 때문에 이렇게 표현한 것임.)에

절일(節日)을 당하여, 임의 분묘(墳墓)를 찾아가서 분묘 앞에 황토요,

황토 위에다 제석(祭席-제사 때 자리에 깔아놓는 돗자리)을 깔고,

제석 위에다 조조반(祖祖盤- 밑받침)을 놓고, 조조반 위에다 좌면지

(座面紙, 제상-祭床 위에 까는 기름종이)를 깔고,

좌면지 위에다 상간지(上簡紙)를 펴고, 차려간 음식을

벌리올 제, 우병좌면(右餠左麵- 오른쪽에 떡, 왼편에 국수),

어동육서(魚東肉西-동쪽에 생선, 서쪽에 육고기)

홍동백서(紅東白西 -붉은 빛 과일은 동쪽, 흰색 과일은 서쪽)

오기탕(五器湯-제사에 쓰는 다섯 종류의 탕) 실과를

전자후준(前煮後樽-익힌 전이나 찜은 앞줄, 술잔은 뒷줄)으로

좌르르르 벌일 적에,” <아래 줄임>

 

위의 노랫말에서도 확인되듯이 <제전>이란 노래 속에는 제사(祭祀) 상차림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설명되고 있어서 더더욱 흥미를 끈다. 가령, 각 제물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소개되는 것은 물론이고, 그 제물을 어디에 놓는가? 하는 그 위치라든가, 때에 따라서는 그 제물의 생산지 등도 구체적으로 소개되고 있어서 새로운 사실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노래를 듣게 되면, 우리가 잘 모르는 지역의 특산품들이 지역의 이름과 함께 유명해졌는가? 하는 그 정보도 소개하고 있어 지역의 특산품들을 알게 한다.

 

가령, 제물과 관련한 노랫말들을 조금 더 읽어보면 아래와 같다.

 

“신계(新溪-황해도 중동부의 군 이름, 동쪽은 강원도 이천, 남쪽은 금천과 평산군이 있음) 곡산(谷山-황해도 북쪽의 군 이름) 무인처(無人處)에 머루 다래며, 함종(咸從-평안남도 강서군의 한 마을 이름) 약률(藥栗-약과 같은 밤. 그만큼 몸에 유익하다는 보약과 같은 밤)이며, 연안(延安-황해도 남부에 있는 읍 이름) 백천(白川-황해도 연백군의 한 면 이름)의 황(왕)밤 대추도 놓고, 경상도 풍기 준시, 수원 홍시며, 능라도 썩 건너서 참모롱이 둥굴둥굴 청(靑)수박을 대모장도 드는 칼로 웃꼭지를 스르르르 돌리어 떼고, 강릉 생청을 주루루루 부어 은(銀)동글 반(盤)수복저로다 씨만 송송 골라내며 한 그릇 메(제사밥), 한 그릇은 갱(羹-제사국)이로구나. <가운데 줄임>”

 

위 노랫말에서 함종의 약률이란 말은 평안도 함종이란 마을에서 나는 밤이란 뜻으로 그 밤은 약이 될 정도로 몸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함종의 밤은 평양의 밤으로 인식되고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