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압록강 포도주농장
산빛 물빛 달빛으로 빚은 술 (빛)
눈 속 꽃핀 달콤한 붉은 향기 (돌)
제비들 집을 짓는 와이너리 (달)
옛 민족 회한의 맛 서려있나 (초)
... 24. 11. 10. 불한시사 합작시
백두산 기슭에 야장쿠(鴨江谷) 포도주농장(와이너리)가 2012년에 생겼다. 집안시(集安市)에서 한 시간쯤 압록강변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댐으로 생긴 넓은 호숫가의 거북머리 같은 언덕에 자리를 잡고 있다. 양지가 발라 여름엔 햇볕이 따갑고 겨울엔 눈 덮인 호수의 바람이 차가운 곳이다. 이곳에 공자의 후손 공경삼(孔慶森) 씨가 새 품종의 포도밭을 일구고 비달 아이스와인(Vidal Icewine)을 주조하였다. 자랑스럽게도 2018년과 2023년에 세계대회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1등 상을 받았다.
2024년에 불한시사의 시벗들이 방문했을 때 공사장은 외출하여 만나지 못했지만, 포도주농장에서 환대해 주어 백두산의 추억이 담긴 와인의 깊은 맛을 시음하였다. 그때의 감동을 담아 쓴 시를 한시 작가 윤병일 시인이 칠언절구로 번역해 주었다. 다음 기회에 보자는 전언에 붓글씨로 써서 가져가려고 했던 것이나, 아직도 짬을 못 잡아 서가에서 맴돌고 있다. 시벗 4인의 합작시와 더불어 감상하면 좋을 듯싶어 소개한다.
술노래(酿酒曲)
아늑한 오리나래 골짜기에 (鸭谷连丘貌亦奇)
자주 빛 비녀를 꽂은 거북이 (石头紫宝簪神龟)
서릿발에 강바람이 서러워 (霜花耐忍酸江雪)
밤새 술 익는 노래를 부르네 (夜夜孤吟酒熟词) - 한빛 -
| ㆍ불한시사(弗寒詩社)는 문경의 불한티산방에서 만나는 시벗들의 모임이다. 여러 해 전부터 카톡을 주고받으며 화답시(和答詩)와 합작시(合作詩)를 써 왔다. 합작시의 형식은 손말틀(휴대폰) 화면에 맞도록 1행에 11자씩 기승전결의 모두 4행 44자로 정착되었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정형시운동으로 싯구를 주고받던 옛선비들의 전통을 잇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