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백두산 가는 길 돌아보니 높고 힘찬 산줄기 (달) 굽이굽이 물줄기 따라 가면 (돌) 강바람 산바람 우릴 반기고 (빛) 압강은 아리수처럼 푸근해 (심) ... 24.11.10.불한시사 합작시 꼭 작년 이맘때쯤이었으니 감회가 더욱 새롭다. 시벗들과 함께한 고구려 답사 여행 중, 그 현장의 바람과 빛 속에서 쓰였던 합작시 가운데 하나로, 그때그때 마주친 풍경의 감동을 찬탄하며 한 줄 한 줄 쌓아 올린 즉흥의 흔적이다. 현장의 시공이 고스란히 겹쳐 묻혀 있으니, 오늘 다시 떠올려도 그날의 공기까지 그대로 되살아난다. 저 푸른 압록강 물줄기를 따라가며 멀리 백두산으로 닿아가는 가파른 산악과 웅혼한 능선을 올려다보던 누군가의 눈길, 길게 이어진 철조망 바깥으로 굴곡의 역사처럼 굽이굽이 흘러가던 압록강과 강 건너 북녘 산야를 묵묵히 응시하던 순간의 깊은 시름이 아직도 마음 어딘가를 서늘히 울린다. 바람은 북방 초겨울의 숨결을 실어 오면서도 한켠으론 따뜻했고, 그 바람을 들이마시던 호흡 속에 저기 저 강산이 품고 있는 한과 정이 뒤섞여 아득히 번져갔다. 백두산 가는 길 도도한 강물을 따라 그 웅대한 풍경 앞에서 누군가 그저 오래전 잃었던 어머니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압록강 포도주농장 산빛 물빛 달빛으로 빚은 술 (빛) 눈 속 꽃핀 달콤한 붉은 향기 (돌) 제비들 집을 짓는 와이너리 (달) 옛 민족 회한의 맛 서려있나 (초) ... 24. 11. 10. 불한시사 합작시 백두산 기슭에 야장쿠(鴨江谷) 포도주농장(와이너리)가 2012년에 생겼다. 집안시(集安市)에서 한 시간쯤 압록강변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댐으로 생긴 넓은 호숫가의 거북머리 같은 언덕에 자리를 잡고 있다. 양지가 발라 여름엔 햇볕이 따갑고 겨울엔 눈 덮인 호수의 바람이 차가운 곳이다. 이곳에 공자의 후손 공경삼(孔慶森) 씨가 새 품종의 포도밭을 일구고 비달 아이스와인(Vidal Icewine)을 주조하였다. 자랑스럽게도 2018년과 2023년에 세계대회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1등 상을 받았다. 2024년에 불한시사의 시벗들이 방문했을 때 공사장은 외출하여 만나지 못했지만, 포도주농장에서 환대해 주어 백두산의 추억이 담긴 와인의 깊은 맛을 시음하였다. 그때의 감동을 담아 쓴 시를 한시 작가 윤병일 시인이 칠언절구로 번역해 주었다. 다음 기회에 보자는 전언에 붓글씨로 써서 가져가려고 했던 것이나, 아직도 짬을 못 잡아 서가에서 맴돌고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장천1호 고분의 아픔 내려다보면 푸른 오리나래 (빛) 말 타고 사냥턴 이 어디 갔나 (돌) 뒷산 그리메로 낙엽은 지고 (달) 풍류도 회복할 날 기약하네 (심) ... 24.11.11. 불한시사 합작시 길림성의 집안시에서 압록강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장천분지(長川盆地)의 동쪽에 압록강이 내려다보이는 낮은 언덕이 있는데, 그곳에 아담한 고분 두 채가 있다. 둘레가 88m에 높이가 6m로 그곳에서 가장 큰 봉토돌방무덤이다. 장천1호 고분은 불교내용을 많이 담은 묘실벽화로 유명하다. 당시 도교적 신화로 채워진 중국 남북조 시대의 고분과 뚜렷이 구분된다. 묘실 앞방에 예불도, 보살도 및 비천도가 그려졌고, 연꽃그림이 무덤 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제작 시기는 고구려의 전성기인 5세기 후반으로 알려져 있다. 불한시벗 가운데 한 분은 1990년대 초에 방문하여 묘실벽화를 직접 보았다. 그 감동을 맛보려 모두 설렘에 부풀어 있었지만, 막상 묘실이 닫혀있는 사연을 듣고 뜨악했다. 묘실벽화가 도굴꾼에게 훼손되었다는 것이다. 도굴꾼 가운데 장천마을 사람은 잡혀서 사형당했다는데, 나머지 도망간 한국인들은 오리무중이란다. 그들은 묘실벽화의 한 부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