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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한시사 합작시 45. 압록강 가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압록강 가을

 

 

     가을비 오네 강 건너 북녘땅 (달)

     헐벗은 산하 돌아갈 길 먼데 (돌)

     강 안개 강버들 기러기 날고 (빛)

     찬 비 너머 북녘 더 쓸쓸하네 (심)

                                   ... 24.11.10. 불한산방합작시

 

 

 

 

 

 

지난해 가을 이맘때였다.

불한시사 시벗들과 고구려의 옛 땅을 따라 며칠을 걷던 여정이었다. 국내성과 환도성이 있는 집안(輯安) 지역을 거닐며, 이 강산에 켜켜이 스며든 역사의 숨결을 함께 되새겼다. 그때 주고받던 합작시(合作詩) 가운데 하나가 오늘의 시로 남았다. 날마다 아침 압록강가를 걸으며 북한 땅을 바라보던 그 순간, 그 심정을 한민족이라면 어찌 짐작하지 못하겠는가. 말로 다할 수 없는 괴로움, 오직 침묵으로 삼켜야 했던 아픔이었다.

 

몇 겹의 철조망 넘어,

푸른 강물을 건너다보이는 민둥산의 연봉들, 초라한 마을들과 그 아래로 자리 잡은 초소와 병영들, 그 모든 풍경이 침묵으로만 응답하였다. 그날의 강바람과 낙엽, 희미하게 내리던 눈발과 흩뿌리던 빗줄기 사이로 우리는 무언의 소원을 되뇌었다. 언제쯤이면 이 강과 저 산을 마음껏 건너고 가로질러 달릴 수 있을까.

 

언제쯤이면 고구려의 광대한 고토와 산야를 우리의 품 안에서 다시 안아볼 수 있을까. 그날의 걸음마다 얼어붙은 흙 위에 새겨진 발자국이, 지금도 기억 속에서 서서히 녹으며 한 줄의 시가 되어 흐른다. 이 강의 물결은 여전히 흘러 북으로, 또 남으로 향하나, 그 사이에 선 마음은 어디로도 갈 수 없었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강을 막은 것은 철조망이 아니라, 잊힌 마음의 경계였음을. 그날의 바람과 눈빛, 그리움과 결의가 뒤섞인 저 하늘 아래에서 우리는 작은 시를 남겼다. 그것은 단지 회고가 아니라, 한 겨레의 한 마음이 다시 이어지기를 바라는 기원의 흔적이었다. (옥광)

 

ㆍ불한시사(弗寒詩社)는 문경의 불한티산방에서 만나는 시벗들의 모임이다. 여러 해 전부터 카톡을 주고받으며 화답시(和答詩)와 합작시(合作詩)를 써 왔다. 합작시의 형식은 손말틀(휴대폰) 화면에 맞도록 1행에 11자씩 기승전결의 모두 4행 44자로 정착되었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정형시운동으로 싯구를 주고받던 옛선비들의 전통을 잇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