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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뭐꼬의 장편소설 <꿈속에서 미녀와>

사랑은 자연이 우리에게 제시하는 속임수다

이뭐꼬의 장편소설 <꿈속에서 미녀와> 46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모든 생물이 양성생식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개체가 세포분열에 따라 둘로 나뉘면서 새로운 개체가 태어나는 방법도 있다. 세포 분열하는 단세포 생물은 암수가 없어서 성은 하나이다. 세포 분열을 무성생식 또는 단성생식이라고 한다. 크기가 아주 작은 생물들은 단성생식을 하는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세균과 바이러스, 그리고 플랑크톤 등의 미생물들은 단성생식을 한다.

 

크기가 큰 생물들, 예를 들면 하늘을 나는 새와 바다의 물고기 그리고 곤충과 양서류 포유류 등의 동물들은 양성생식을 한다. 또한 온갖 풀과 나무 등 식물들도 모두 양성생식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양성생식이 시작되었을까? 이 질문은 지금도 여전히 생물학계에 남겨진 최대 난제 가운데 하나다. 불완전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학설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양성생식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던 진화의 초기 단계, 곧 남조류가 나타났던 30억 년 전부터 어류가 나타난 약 6억 년 전까지 아주 오랫동안 생물은 단순하게 세포 분열에 따라서만 증식되었다. 무성생식 생물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죽음이라는 개념을 적용하기가 어렵다.

 

예를 들면, 여기에 한 개의 단세포 플랑크톤이 존재하고 이것이 둘로 분열되었다고 하자. 분열에 따라 만들어진 두 개의 세포는 원래의 세포가 가지고 있는 유전자와 완전히 똑같은 유전자를 복제하여 가지고 있다. 두 개의 세포는 유전자 차원에서는 완전하게 일치한다. 두 개의 세포가 분열하여 네 개로 늘어난다. 그러나 많아진 네 개는 여전히 똑같은 유전자를 복제하여 가지고 있다. 이런 식으로 분열한다면 부모와 자식이라는 개념이 적용될 수가 없으며 유전자로 보면 자식은 부모와 다르지 않다. 따라서 죽음이라는 개념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러한 무성생식에는 위험성이 따른다. 세포 분열을 할 때 유전자를 잘못 복제하게 되면 한 번의 실수가 미미한 것이라도 자꾸자꾸 횟수를 거듭하는 동안에, 복사한 문서가 차차로 옅어지는 것처럼, 원본과는 크게 다른 것으로 되어 간다. 때로는 치명적인 돌연변이가 나타나 종족이 모두 멸종될지도 모른다. 생존을 위한 외부 환경이 악화됐을 때는 적응하지 못하고 모든 개체가 다 죽게 되는 최악의 사태가 나타날지도 모른다.

 

유전자를 반으로 나누어 암수가 보관하다가 서로 다른 암컷과 수컷이 만나서 결합하여 유전자를 합하게 되면 똑같은 자손이 태어나지 않는다. 때로는 불량한 자손이 태어날 수도 있지만 우량한 자손이 태어날 수도 있다. 불량한 자손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여 도태되고 우량한 자손은 환경에 잘 적응하여 살아남을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므로 양성생식은 무성생식에 견줘서 자손의 보존이라는 측면에서는 더 유리한 선택이 되는 것이다.

 

미국 인디애나 대학의 모란 박사는 예쁜꼬마선충(C. elegans)을 대상으로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예쁜꼬마선충은 흙 속에서 미생물을 잡아먹는 선형동물로서 다 자라도 몸길이가 1mm 정도인 다세포 생물이다. 예쁜꼬마선충은 단순한 신체 구조 때문에 실험모델동물로 많이 이용되는 생물이다.

 

예쁜꼬마선충은 자웅동체인 개체와 수컷인 개체로 이루어져 있어서 양성생식과 무성생식을 모두 할 수 있는 특이한 생물이다. 실험에서 예쁜꼬마선충에게 박테리아성 기생균을 감염시켜 생존에 불리한 환경을 만들었더니, 양성생식을 하는 집단이 늘어났다. 반대로 기생균을 제거하여 생존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었더니 무성생식을 하는 집단이 늘어났다.

 

고등생물에 성이 존재하는 이유는 생명체가 불리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사람은 왜 남녀로 나뉘어져 사랑을 할까? 하나의 생물종으로서 인류의 자손을 살아남게 하기 위한 필수적인 생존전략이 암수 분리 그리고 암수의 결합인 사랑이라는 것이 생물학자의 답변이다. 우리는 나를 위하여 사랑을 하는 것이 아니고 자손을 위하여, 인류가 종족으로서 살아남기 위하여 사랑을 하는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1788~1860)는 “사랑은 종족을 번식시키기 위해 자연이 우리에게 제시하는 속임수다”라고 말하였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가 특정 이성에게 강하게 끌리는 까닭은 본능적으로 나의 단점을 보완해 줄 완벽한 후손을 남기려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키가 작은 사람은 큰 사람에게, 성격이 급한 사람은 차분한 사람에게 끌리는 현상을 그는 종족의 균형을 맞추려는 자연의 설계라고 보았다. 그는 사랑의 목적이 오직 출산에 있기 때문에 목적을 달성(아이를 낳음)하고 나면 이성에 대한 환상이 신기루처럼 사라져 부부관계가 권태로워지게 된다고 주장하였다. 쇼펜하우어가 주장한 사랑은 생물학적 결정론이라고 볼 수 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