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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행복한 이에겐 행복이 내려지고

구상, 초겨울의 서정
​[겨레문화와 시마을 230]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초겨울의 서정

 

                                                   - 구상

 

     초설(初雪)

     첫눈을 맞을 양이면

     행복한 이에겐 행복이 내려지고

     불행한 사람에게 시름이 안겨진다.

     보얗게 드리운 밤하늘을

     헤치고 가노라면

     등불의 거리는 고성소처럼 그윽한데

     멀리 어디선가

     기항지(地) 없는 뱃고동 같은 게

     쉰 소리로 울려온다.

 

 

 

 

우리 겨레는 24절기에 맞춰 믿고 싶은 염원이 있고, 그것을 기다리면서 살아왔다. 입춘 날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일을 꼭 해야 일 년 내내 액(厄)을 면한다는‘적선공덕행(積善功德行)’을 믿고 실천해 왔다. 예를 들면 밤중에 몰래 냇물에 가 건너다닐 징검다리를 놓는다든지, 거친 길을 곱게 다듬어 놓는다든지, 다리 밑 거지 움막 앞에 밥 한 솥 지어 갖다 놓는다든지 따위를 실천하는 미풍양속이다. 그런가 하면 삼월 삼짇날 “제비맞이”라는 풍속도 있는데 봄에 제비를 처음 보았을 때, 그 제비에게 절을 세 번 하고 왼손으로 옷고름을 풀었다가 다시 여미면 여름에 더위가 들지 않는다고 믿었다.

 

정호승 시인은 그의 시 <첫눈 오는 날 만나자>에서 “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 첫눈은 내린다”라고 속삭인다. 우리 겨레는 소만에 들인 봉숭아물이 소설까지 빠지지 않으면 첫사랑을 만난다고 믿었다. 물론 그런 기다림이 아니래도 첫눈이 오면 마음이 설레게 마련이다. 그러나 손톱에 봉숭아물을 들인 사람이라면 더욱 마음이 설레고 말 것이다. 첫눈 오는 날 첫사랑을 만난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일 것이냐?

 

그런데 여기 구상 시인은 그의 시 <초겨울의 서정>이란 시에서 정호승 시인과는 다른 첫눈을 말한다. 곧 “첫눈을 맞을 양이면 / 행복한 이에겐 행복이 내려지고 / 불행한 사람에게 시름이 안겨진다.”라고 노래한다. 그렇다.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첫눈을 맞으면 맞는 만큼 더욱 행복하다고 느낄 것이며, 불행을 안고 사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첫눈 맞으면서 더욱 비참해진다고 생각할 것이다. 눈을 맞으며 이왕이면 그 눈이 내게 행복을 더해준다고 믿으며 살면 어떨까?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