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올해는 2월에 하루가 더 있으니 이걸 좋다고 축하해야 하나? 아니면 그만큼 3월이 하루 늦게 와 봄이 늦어진다고 짜증을 내야 하나? 이제 곧 봄이니 오늘 이전 겨울은 올겨울이 아니라 지난겨울이라고 해야 할 것 같고 지난겨울은 역시 춥기도 추웠지만 눈도 많고 비도 많은, 특별한 겨울이었음을 기억한다. 영상 10도 이상으로 올라가 겨울이 다 끝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곧 다음 날에 큰 눈이 오고 추위가 닥치곤 하는…. 그야말로 오락가락하는 날씨를 보였는데, 이것이 혹 29일 하루가 더 끼는 윤년이라서 그런 것인가? 올해는 윤년이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기로는 4년에 하루씩 2월이 29일이 되니 그렇게 하루가 추가되는 해를 윤년이라고 한다. 그것은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데에는 365일 5시간 48분 46초가 걸리는데 달력은 하루 단위로 해서 1년을 365일로 정했으므로 그 남은 5시간 48분 46초을 네 번 더하면 거의 하루가 되므로 4로 나눠지는 해에 하루씩을 더 집어넣는 것이고, 그러다가 또 6시간에서 부족한 11분 14초가 겹치면 그것도 하루가 되므로 그 하루를 빼기 위해 100으로 나눠지는 해는 윤년이 아니라 평년으로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p.28) 도림은 개로왕에게 나아가 이렇게 말했다.“신이 젊어서 바둑을 배워 자못 신묘한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제 실력을 한번 보여 드리고자 합니다.” 개로왕이 도림을 불러들여 바둑을 두어 보니 국수의 실력이었다. 개로왕은 도림을 늦게 만난 것을 한탄하고 손님으로 받아들였다. - 《삼국사기》 고구려 출신 바둑 고수 도림에게 속아 나라를 망친 개로왕의 이야기는 꽤 들어 보았을 것이다. 도림은 개로왕이 바둑을 좋아한다는 점을 이용해 환심을 산 뒤, 궁궐 증축과 같은 대규모 토목 공사를 부추겨 국력을 소진하도록 했다. 결국 개로왕은 백제의 도읍 한성을 공격한 고구려군에 목숨을 잃고 아들 문주왕은 서울을 웅진(오늘의 공주)으로 옮겨야 했다. 이렇든 우리 역사에는 알게 모르게 많은 바둑 이야기가 숨어 있다. 바둑을 즐기는 사람이 많기도 했지만, 바둑이 때로는 모든 것을 걸게 될 만큼 사람의 마음을 빼앗는 매력이 있어서이기도 했다. 설흔이 쓴 책, 《돌 하나에 웃었다 울었다 역사 속 바둑 이야기》는 우리 역사에 나오는 바둑 이야기를 마치 친한 친구에게 들려주듯 재미있게 풀어 쓴 책이다. 보통 개로왕과 도림의 이야기만 많이 알려졌지만, 삼국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여행은 목적지도 중요하고 함께하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그게 못지않게 안내원도 중요합니다. 백두산 천지를 갔을 때 연변 출신의 안내원이 한번 보고 말 사람들임에도 식구처럼 여행단을 챙기는 것을 보고 적잖이 감동한 적이 있습니다. 그녀의 이름이 "매화"였지요. 봄은 섬진강에서부터 옵니다. 양안에 흐드러지게 핀 매화로부터 봄이 시작되는 것이지요. 추운 겨울, 매서움의 끝자락이 아직 가시지도 않았는데 순백색 고결함으로 다가온 매화야말로 봄의 환희입니다. 강희안은 《양화소록》에서 매화를 1품으로 분류합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글을 남기지요. '옛 선비들이 매화를 귀하게 여긴 것은 첫째는 함부로 번성하지 않는 희소함 때문이고, 둘째는 나무의 늙은 모습이 아름답기 때문이며, 셋째는 살찌지 않고 마른 모습 때문이고, 넷째는 꽃봉오리가 벌어지지 않고 오므라져 있는 자태 때문입니다.' 봄이 되면 대부분이 벚꽃이나 개나리, 진달래 등의 봄꽃을 떠올리지만 누가 뭐래도 그 품격으로나 생명력 면에서 매화만 한 게 없습니다. 찬바람과 눈보라를 이겨내고 살포시 얼굴을 내미는 매화는 그 자체만으로도 생명의 신비이고 경이로움이니까요. 김진섭은 〈매화찬(梅
[우리문화신문=안승열 명리학도] 명리학은 인간 운명의 이치를 탐구하는 동양 고유의 철학이다. 하지만, 이천 년 이상 연구 해온 이 명리학은 일제강점기 이후 쇠퇴했는데 이제 현시대에는 다시 합리적인 이론체계를 갖춘 동양의 미래 예측학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이에 안승열 선생은 이 명리학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 독자들과 만나려고 한다. <편집자말> 명리학은 인간 운명의 이치를 탐구하는 동양 고유의 철학이다. 간지로 표현된 사주에서 태어나기 전에 주어진 뭇 기운들이 현생에 어떤 길흉화복의 에너지로 나타나는지 예측하여 이로써 현생의 행복을 도모하려는 학문이다. 경험 통계에 근거하여 사주 간지를 짧게는 천여 년 길게는 이천 년 이상 연구 검토해 왔다. 사주에서 주로 인격의 운명을 감정하지만, 일부 한의사들은 체질의 운명을 감정하기도 한다. 명리학의 사상적 근거는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 형성되기 시작한 오행론이며 학문적 입지를 다진 이는 10세기 초 송나라의 서거이(호, 子平)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우리나라에는 송나라와 교역이 활발했던 고려 초에 들어왔으며 현재, 대만과 일본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미국 서유럽에서도 관심을 두기
[우리문화신문=일취스님(철학박사)] 요즘 트로트가 대중 속에 깊이 파고들면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트로트를 많이 애창하고 있다. 그 노래 가운데 가수 노사연의 ‘만남’의 노래 한 구절을 음미해 보자.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람이었어 잊기엔 너무한 나의 운명이었기에 바랄 것은 없지만 영원을 태우리~ (아래 줄임) 만남이란 여러 가지 형태로 이루어지지만 모두 운명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게다가 또 헤어지는 것조차 운명이라고 해야 할까. 하기야 인연 따라 만났다 인연 따라 헤어지는 것을 어떻게 말할 수 있겠냐만, 누구나 거역할 수 없는 법칙이기에 운명으로 돌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사람들은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을 되풀이하며 살아가고 있다. 예컨대 만남과 헤어짐 그 자체는 뜬구름 같아서 만났지만 언제 어떻게 헤어질지 모르는 묘연한 만남의 관계를 두고 그저 “정처 없이 꿈속을 걸어가는 나그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단지 인간 삶의 문제라기보다 어차피 만물의 생존 법칙에 해당하며, 자연의 순환이기 때문에 만남의 그 자체를 크게 부각하여 ‘천생연분(天生緣分)’이니 ‘지란지교(芝蘭之交)‘란 말이 어쩌면 모순일 수도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이쯤 되면 대개의 아가씨는 넘어가기 마련이다. 자기를 예쁘다는데 싫어할 아가씨가 어디 있을까? 고향, 나이, 성씨, 코, 입, 눈, 등등 모든 것이 다 예쁘다니 그것이 빈말인 줄 알면서도 아가씨들은 일단 이 남자에게 호감이 느끼고 대하는 것이다. 한참 떠들면서 술을 먹다가 김 교수가 지방 방송을 끄라고 하더니 썰렁한 퀴즈를 냈다. “여러분, 인연과 연인의 차이를 압니까? 옷깃이 스치면 인연이라고 했는데, 그러면 연인은 무엇이 스치나요?” “입술!” “정답은 아닙니다.” “그러면 뭘까?” “정답은 속옷입니다. 속옷이 스치면 연인이 됩니다.” “말이 되네요, 하하하.” 김 교수가 술집에 가서 쉽게 인기를 끄는 것은 우스운 이야기를 많이 알기 때문이다. 구세대 사람들이 익숙한 고금소총 이야기는 물론, 과거에 유행했던 참새 씨리즈, 그리고 요즘 신세대 사이에 인기인 만득이 시리즈. 그리고 술자리에서 안줏감으로 빠질 수 없는 갖가지 Y담 등등 김 교수의 이야기보따리 속에는 온갖 종류의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들어 있다. 술자리의 분위기에 따라서 적절한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기술을 김 교수는 가지고 있었다. 몇 차례 사람들이 재미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이번 글로 <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가 100회를 맞았습니다. 그동안 독자의 편에 서서 쉽게 풀어 환경이야기를 써주신 이 교수님께 깊은 고마움을 드립니다. 2024년 2월 21일 현재 "지구온난화라는데 왜 겨울이 더 추워질까?" 편을 12,233 명의 독자가 읽었고, "생물대멸종의 원인은 기후변화였다" 편을 10,813명, "내가 발생시키는 탄소발자국 계산해볼까?" 편을 10,158명이 읽는 등 한 편에 1만여 명에 육박하는 독자들이 글을 읽었습니다. 유명 언론이 아닌 <우리문화신문>으로서는 작지 않은 반향입니다. 앞으로도 더욱 큰 호응을 기대합니다.(편집자 말) 2006년에 처음 발견된 가습기살균제(아래 살균제) 사고로 2024년 1월 31일까지 18년 동안에 피해 신고자 7,901명 가운데 1,847명이 죽었다. 피해자 대부분은 어린 아기였지만 어린 아기를 기르는 산모도 상당수 포함되었다. 이 사건은 사고라기보다는 참사라고 표현해야 마땅하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사망자가 세월호 참사(304명 죽음)나 이태원 참사(159명 죽음) 때보다 훨씬 많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점점 국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오랜만에 어른들과 새해 인사를 나누기 위해 인사동 한정식집의 조용한 방에 들어가니 벽 위에 액자가 하나 걸려있다. 현대 우리 서단의 최고봉이었던 일중(一中) 김충현(金忠顯 1921 ~ 2006) 씨가 경신년 신춘에 쓰신 것이다. 경신년은 1980년이니 일중 선생이 육순에 쓰신 것으로 네 글자 가운데 세 번째 글자를 잘 모르겠다. 먼저 나는 그것이 '한가지' 혹은 '같다'는 뜻을 가진 '동(仝)'이란 글자 같다고 하니 다른 사람이 동조하면서 손말틀(휴대폰)을 두들기더니 `仝`의 옛 글자가 저렇게 생겼단다. 그래서 일단 동이란 글자로 보고 '양소동진' 네 글자의 뜻을 함께 유추해 보니 '소(素)를 기르는 것이 진(眞)과 같다'라는 식의 풀이가 나온다. 여기서 소(素)는 소박함, 본래의 것일 터이니 욕심 없고 꾸미지 않고 참된 본 바탕 정도의 뜻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본래의 마음을 기르는 것이 참된 것이라는 해석이 된다. 그렇게 뜻을 새기면서 일중 선생의 멋진 예서(隸書) 글씨에 찬사를 보냈다. 그러다가 집에 와서 아무래도 이 문장이 그냥 튀어나온 것이 아닐 것 같아서 인터넷 사전을 뒤져보니 중국 삼국 시대 위(魏)나라 혜강(嵇康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지난 1월 15일은 신영복 선생 8주기였습니다. 세월 참 빠르네요. 장례식에 참석한 것이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8주기라니... 8주기에 참석하였을 때 선생의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신영복 선생의 책은 거의 다 읽어보았는데, 참석자들이 선생님에 대한 추억을 얘기하는 것을 들으면서 오래간만에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그래서 무엇을 읽을까 생각하다가 신영복 선생의 마지막 강의를 담은 《담론》을 다시 읽기로 하였습니다. 예전에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아 이 책에 줄을 쳐가며 읽었지요. 그러나 한 번만 읽고 그칠 수 없어 다시 한번 읽고, 그리고 특히 마음에 들어오는 부분은 일일이 타자를 쳐서 따로 저장해 두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오래간만에 다시 읽었는데, 《담론》은 여전히 나에게는 울림이 있는 책이네요. 마지막 강의라고 하였는데, 선생은 2006년 성공회대를 정년퇴임한 뒤에도 석좌교수로 <인문학 특강> 한 강좌는 계속하였습니다. 그러다가 2014년 희귀 피부암 진단을 받아 그해 겨울학기에 마지막 강의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강의 녹취록을 바탕으로 한 《담론》이란 책이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성북동에 가 본 이들은 느꼈을 것이다. 그 동네의 따뜻한 정취를. 거닐다 보면 문화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성북동의 이런 고아한 분위기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아마 근현대 시기부터 문화예술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살며 서로의 삶에 의지처가 되어주었던 오랜 역사가 켜켜이 쌓여 그럴 게다. 이 책, 《성북동 길에서 예술을 만나다》를 쓴 송지영, 심지혜 두 사람은 최순우 옛집의 학예사로 함께 지내며 성북동에 남아 있는 문인과 예인들의 발자취를 모아 나갔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내로라하는 인물들이 한때는 ‘동네 형’, ‘옆집 이웃’으로 정답게 지냈을 그 시간이 떠오른다. (머릿말 가운데) 성북동 길가에 개천이 흐르고, 성벽 위로 해가 떠오르고, 흰 두루마기를 입은 전형필 선생이, 단장을 짚은 조지훈 선생이, 미풍 같은 웃음을 짓는 최순우 선생이 길에서 만나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지금 우리들과 다를 바 없이 서로 안부를 묻고, 가족 이야기를 하고, 때로는 새로 구한 애장품 자랑도 하셨겠지요. 책에 소개된 간송 전형필, 혜곡 최순우, 우두 김광균, 상허 이태준, 구보 박태원, 만해 한용운 등은 한 번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