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여행은 목적지도 중요하고 함께하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그게 못지않게 안내원도 중요합니다.
백두산 천지를 갔을 때 연변 출신의 안내원이
한번 보고 말 사람들임에도 식구처럼 여행단을 챙기는 것을 보고
적잖이 감동한 적이 있습니다.
그녀의 이름이 "매화"였지요.
봄은 섬진강에서부터 옵니다.
양안에 흐드러지게 핀 매화로부터 봄이 시작되는 것이지요.
추운 겨울, 매서움의 끝자락이 아직 가시지도 않았는데
순백색 고결함으로 다가온 매화야말로 봄의 환희입니다.
강희안은 《양화소록》에서 매화를 1품으로 분류합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글을 남기지요.
'옛 선비들이 매화를 귀하게 여긴 것은
첫째는 함부로 번성하지 않는 희소함 때문이고,
둘째는 나무의 늙은 모습이 아름답기 때문이며,
셋째는 살찌지 않고 마른 모습 때문이고,
넷째는 꽃봉오리가 벌어지지 않고 오므라져 있는 자태 때문입니다.'
봄이 되면 대부분이 벚꽃이나 개나리, 진달래 등의 봄꽃을 떠올리지만
누가 뭐래도 그 품격으로나 생명력 면에서 매화만 한 게 없습니다.
찬바람과 눈보라를 이겨내고 살포시 얼굴을 내미는 매화는
그 자체만으로도 생명의 신비이고 경이로움이니까요.
김진섭은 〈매화찬(梅花讚)〉에서 매화는 ‘선구자의 영혼에 피어나는 꽃’이라고 하였고
이육사는 <광야(廣野)>에서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라고 노래했지요.
혹독한 겨울과 같은 암울한 일제강점기 속에서 한 떨기 매화를 꿈꾸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고독한 시인을 생각합니다.
이제 다시 봄
남녘의 매화 소식으로 시작된 봄을
희망으로, 환희로, 가슴 떨리는 아름다움으로 맞이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