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13 (목)

  • 구름조금동두천 28.1℃
  • 맑음강릉 21.4℃
  • 맑음서울 28.0℃
  • 구름많음대전 29.6℃
  • 구름조금대구 28.9℃
  • 맑음울산 22.2℃
  • 구름조금광주 28.1℃
  • 맑음부산 20.6℃
  • 맑음고창 24.7℃
  • 맑음제주 21.5℃
  • 맑음강화 24.4℃
  • 구름많음보은 27.8℃
  • 구름많음금산 28.1℃
  • 맑음강진군 24.7℃
  • 구름조금경주시 24.3℃
  • 구름조금거제 23.2℃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정운복의 아침시평

전체기사 보기


한 가지만 있어도 봄을 느낄 수 있는 매화

퇴계의 유언 "저 매화에 물을 주어라." [정운복의 아침시평 80]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나라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매화가 네 그루 있습니다. 강릉 오죽헌의 율곡매(수령 600년) 구례 화엄사 길상전 앞의 백매(수령 450년) 순천 선암사 선암매(수령 600년) 장성 백양사의 고불매(수령 350년)가 그러합니다. 매화마다 독특한 이름이 붙어 있는 것이 특징이고 세 그루는 유명한 절을 끼고 있으며, 한 그루는 신사임당과 율곡의 얼이 깃들어 있지요. (지금은 고사 중 1/10 정도만 살아있다고 하네요.) 아직 춘천은 매화가 이르지만, 광양은 절정기를 지났습니다. 매화를 다른 이름으로 ‘일지춘(一枝春)’이라고 하고 그 향기를 ‘군자향(君子香)’이라 불렀습니다. 예로부터 매란국죽(梅蘭菊竹)을 사군자로 불렀으며 지조와 절개의 상징으로 여겼고 추운 겨울을 이기고 눈 속에서 피어난 꽃이기에 고난을 이겨낸 어려움을 극복한 장한 꽃으로 여기기도 했습니다. 일지춘(一枝春)은 한 가지만 있어도 봄을 느낄 수 있다는 의미이니 가장 먼저 꽃을 피워 올리는 부지런한 꽃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 열매는 매실로 식용과 약용으로 두루 사용되니 꽃부터 열매까지 버릴 것이 없는 꽃이기도 합니다. 매실나무는 줄기 중간

봄은 소리로 다가온다.

꽃말이 '포근한 사랑'인 버들강아지의 노래 [정운복의 아침시평 79]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저의 유년 시절에는 변변한 장난감이 없었습니다. 그저 산과 들에서 구한 재료로 장난감이나 놀이도구를 만들어 썼지요. 겨우내 얼음판에서 지내던 시절 봄은 색다른 추억으로 다가왔습니다. 봄은 소리로 다가오곤 했습니다. 비가 오지 않아도 겨우내 쌓였던 눈이 녹아 풋풋함으로 개울물이 불어나 돌돌돌 흐르는 시냇물 소리로 우리 곁에 다가오기도 하고 길어진 햇살만큼이나 뒷동산에 짝을 찾는 비둘기 울음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이제 막 부화한 노란 병아리의 삐악거림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개울에 지천으로 널려있던 버들강아지도 겨울 눈 고깔을 벗고 고운 모습으로 기지개를 켜는 계절이기도 하지요. 빨간색으로 탱탱하게 물오른 버들가지를 꺾어 상처가 나지 않도록 비틀어 대궁을 쏙 빼면 거짓말같이 나무와 껍질이 분리됩니다. 양 끝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한쪽에 칼로 살짝 깎아내고 불면 봄을 재촉하는 멋진 버들피리 소리가 나곤 했습니다. 길이에 따라 달라지는 소리는 봄에만 즐길 수 있는 향연이었는데 버들강아지의 꽃말이 '포근한 사랑'이라고 하니 어쩌면 풋풋한 봄에 사랑의 세레나데를 연주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풀피리, 파피리, 보리피리 등등 소리 낼 수 있

봄철을 향기롭게, 남새와 푸새

[정운복의 아침시평 78]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산과 들에는 풀과 나무가 스스로 자랍니다. 먹을 수 있는 나물도 봄이 되면 지천으로 돋아납니다. 이런 푸성귀를 ‘푸새’라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사람이 밭에 심어서 가꾼 채소들도 있지요. 무, 배추, 당근, 오이, 호박, 상추, 치커리, 천경채..... 이런 채소를 ‘남새’라고 부릅니다. 초정 김상옥님의 시조 중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어질고 고운 그들 멧남새도 캐어 오리 집집 끼니마다 봄을 씹고 사는 마을 감았던 그 눈을 뜨면 마음 도로 애젓하오.“ 멧남새는 다소 거친 나물을 의미합니다. 어쩌면 푸새와 남새의 중간 정도라고 말 할 수 있겠네요. 일전에 화천으로 냉이를 캐러 갔습니다. 막 얼음이 녹은 대지에 뾰족이 얼굴을 내밀고 있는 냉이를 캐어 정갈하게 다듬어 놓으니 봄 향기가 그리 좋을 수 없습니다. 냉이의 꽃말은 “당신께 나의 모든 것을 드립니다.”입니다. 맨몸으로 추운 겨울을 인내하고 맞이한 봄인데 송두리째 뽑혀서 식탁에 오른 냉이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봄에는 산과 들, 밭이나 화단에 발을 들여놓는 것이 조심스럽습니다. 여린 싹이 자라는 것이 쉽게 보이지 않을뿐더러 어릴 때 밟히면 그 자람을 장담할 수 없

대나무와 사자의 위대함

[정운복의 아침시평 77]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대나무가 벼과라는 사실을 아시나요? 춘천 기후는 대나무가 살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출근하는 길에 만나는 작은 면적의 대나무 숲은 그런 의미에서 독특함으로 다가옵니다. 우리나라는 전남 담양의 죽녹원 대나무가 가장 유명하고 강릉의 오죽헌(烏竹軒)도 검은 대나무가 심긴 집을 의미하니 나름 대나무가 유명한 곳입니다. 대나무는 사철 푸르고 곧게 자라는 특성 때문에 지조와 절개의 상징으로 사군자로 일컬어져 왔습니다. 성어에 진용일흥(眞龍逸興)이란 말이 있습니다. "진짜 용은 숨어서 일어난다."라는 의미로 크게 성공한 사람은 아무도 모르게 실력을 갈고닦아 자기의 목표를 이룬다는 속뜻이 있습니다. 동물의 왕이라고 하면 사자를 꼽습니다. 암컷 사자는 대우를 받지만, 수컷 사자는 무리로부터 따돌림을 당합니다. 힘이 없을 때는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 몸집과 힘을 키워오다가 충분한 힘이 생기면 무리의 우두머리에게 도전하여 패권을 차지합니다. 대나무도 그러합니다. 씨앗을 심은 뒤 4년 동안 대나무는 싹이 자라지 않습니다. 5년이 되는 해 드디어 싹이 나서 매일 30센티가량 성장하여 6주면 주변이 온통 울창한 대나무 숲으로 변합니다. 기다리는 4년

물 흐르는 대로 살기

[정운복의 아침시평 76]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이미 흘러간 물로는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습니다. 이미 지나간 일은 아무리 후회한들 되돌릴 수 없습니다. 말과 행동을 조심스럽게 해야 할 큰 이유이지요. 또한 이미 지나간 일을 고민할 까닭도 없습니다. 지나간 일을 고민한다고 해서 나아질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과거는 과거로 묻어놓고 사는 것이 좀 더 행복에 가까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강물은 유유히 흐릅니다. 그저 흐르는 대로 맡겨 놓으면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 평온하고 평화롭게 흐릅니다. 중간에 인위적으로 막거나 훼방하지 않으면 요동칠 일도 없지요. 우리도 흐르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 좋습니다. 안되는 것을 억지로 하려고 하면 탈이 나게 마련이고 매달리고 집착할수록 삶은 버거워지게 마련입니다. 누구에게나 삶의 종착역은 있습니다. 갑자기 찾아온 불치병이 원인이 되어 정신없이 달려온 삶의 시간이 하루아침에 멈춘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때 사람들은 깨닫습니다. '마음이 흐르는 대로 후회 없이 살아가겠노라고….' 물처럼 살아야 합니다. 사람들은 돌이나 쇠처럼 튼튼하고 단단하게 인생을 살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그 모남이 사람들에게 큰 상처로 남기도 합니다. 오

정말 귀한 것

[정운복의 아침시평 75]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사막 한가운데 건설된 구조물입니다. 그 거친 사막에 사람이 살 수 있었던 것은 나일강의 혜택입니다. 나일강이 아니었으면 이집트의 웅혼한 역사가 존재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 사막의 한가운데 지어진 고급스러운 집은 정원에 연못을 설치하였습니다. 그리고 유실수를 연못 둘레에 빙 둘러 심어 놓은 것을 자랑으로 여겼지요. 사람은 갖기 힘든 것을 귀하게 여기기 때문입니다. 우린 드문 것을 귀하게 여깁니다. 그것을 한자로 옮기면 희귀(稀貴)가 됩니다. 황금이나 다이아몬드 진주 등 갖가지 보석이 비싸고 귀한 대접을 받는 까닭은 쓰임새보다도 희귀성에 있습니다. 광부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미국 서부의 금광에서 일하던 노동자는 겨울이 되기 전에 철수해야 했습니다. 거칠고 황량한 겨울을 금광에서 날 수는 없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두 명의 광부는 금에 눈이 어두워 철수하는 동료를 외면하고 광산에 남습니다. 봄이 되어 다시 찾은 광산에는 그 두 명이 황금을 모아 놓은 채 추위와 굶주림에 죽어 있었습니다. 그들의 황금은 생존에는 어떤 도움도 되지 않았던 것이지요. 귀하다고 해서 꼭 삶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정말 생

사라져가는 사랑방 문화

[정운복의 아침시평 74]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나는 금년 여섯 살 난 처녀애입니다. 내 이름은 박옥희이구요 우리 집식구라고는 세상에서 제일 이쁜 우리 어머니와 단 두 식구뿐이랍니다. 아차, 큰일 났군, 외삼촌을 빼 먹을 뻔했으니......” 주요섭의 《사랑손님과 어머니》의 첫 부분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그 가슴 아프고 절절한 사랑의 이야기를 배우면서 내용보다는 일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쓴 소설이 중요하다고...... 선생님은 그것을 많이 강조했던 것 같습니다. 감성적인 이야기를 상급학교 진학의 도구로 배워야 했던 시절의 이야기이고 보면 시 한 줄, 수필 한 편 모두 해부학처럼 분석적으로 접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마음의 울림이 중요한 것인데 말이지요. 혹자는 ‘사랑손님과 어머니’를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로 잘못 알고 있기도 합니다. 옛날 살만한 집엔 안방과 사랑방이 따로 존재했습니다. 안방은 그 집의 중심이 되는 방으로 부부가 생활을 같이했지만 낮엔 주로 안주인이 차지하고 있었던 공간이고 바깥주인은 건넌방으로 가서 책을 읽거나 손님을 맞이하였는데 이를 사랑방이라고 불렀습니다. 사랑방은 한자로 ‘舍廊房’으로 표기합니다. 세 글자 모두 집이란 의미로 사랑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예덕선생전, 똥을 져 나르는 엄행수

[정운복의 아침시평 73]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연암 박지원은 <예덕선생전(穢德先生傳)>을 지었습니다. 예(穢) 자는 ‘더러울 예’ 자지만 똥을 의미하며 예덕 선생은 똥을 져 나르는 일을 하는 엄행수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제자는 스승이 사대부와 교유하지 않고 비천한 엄행수를 벗하는 것에 대하여 불만을 표하지요. 그러자 스승은 이야기합니다. “엄행수는 생김새가 어리석어 보이고 하는 일이 비천하지만 남이 알아주기를 원하지 않는다. 남에게 욕먹는 일이 없으며, 타고난 분수대로 사는 사람이니 엄행수야 말로 더러움 속에서 덕을 실천하며 사는 사람이다. 시정잡배의 사귐은 이익으로 하고 안면으로 사귀는 것은 아첨으로 하니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세 번 요청하면 사이가 멀어지지 않는 사람이 없고 아무리 원수라도 세 번 이익을 주면 친해지지 않을 수 없지 무릇 이익으로 하는 사귐은 계속되기 어렵고 아첨으로 하는 사귐도 오래가지 않는 법이야. 무릇 큰 사귐은 얼굴에 있지 않고 훌륭한 벗은 지나친 친절이 필요 없다네 그가 하는 일은 불결하지만, 그 방법은 지극히 향기로우며 사는 곳은 더럽지만 의를 지킴은 꿋꿋하니 그를 예덕선생이라 불러 마땅한 것이 아니겠는가?” 우린 세상을 살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