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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복의 아침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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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가 허풍을 떤 까닭은?

[정운복의 아침시평 89]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제자백가(諸子百家)로 일가를 이룬 사상가가 허다하지만 가장 허풍이 세고, 황당무계한 장황설을 늘어놓은 사람이 있다면 그는 장자(莊子)입니다. 요즘으로 치면 구라 대왕, 뻥의 극치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네요. 그 장자의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북해에 한 물고기가 있는데 이름을 곤이라 한다. 곤은 그 크기가 몇천 리인지 알 수 없다. 이것이 변하여 새가 되는데 그 이름을 붕이라고 한다. 붕의 등 넓이도 몇천 리인지 알 수 없다. 한번 노하여 날면 그 날개가 하늘에 구름을 드리운 것 같았다. 이 새는 바다가 움직이면 남명으로 이사를 한다. 남명이란 하늘 연못이다.” 원래 곤(鯤)이란 물고기의 배 속에 든 알이나 새끼로 참으로 작은 생명체입니다. 그것을 몇천 리나 되는 고기로 둔갑시킨 장자는 대륙의 허풍이라고 치부하더라도 그 정도가 매우 심하지요. 그가 아주 작은 것을 매우 큰 것에 비유하는 것엔 까닭이 있습니다. 매우 작은 것이나 매우 큰 것이나 상대적인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곧 “크다, 작다.”라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는 것이고 모든 사물은 평등하다는 것에서 장자는 출발합니다. 곧 선입견이나

그림을 그리지 않는 칠자불화(漆者不畵)

[정운복의 아침시평 88]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요즘 도시에서 칠흑 같은 어둠을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빛 공해로 이름 지어진 도시의 밝음이 야간 운전에 전조등을 켜지 않아도 잘 모를 때가 있으니까요. 그것이 달빛과 별빛을 잃어버린 삶을 살게 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칠흑이란 옻칠을 한 것처럼 검은 것을 의미합니다. 참옻나무의 진액은 피부에 닿으면 강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독성물질입니다. 이것으로 도료를 만들어 칠하게 되면 아주 검은 색으로 광택이 납니다. 칠흑의 칠(漆)이 옻나무를 가리키니까요. 옻칠하면 해충도 막을 뿐 아니라 잘 부식되지도 않으니 아주 훌륭한 도료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나전칠기나 칠서(漆書) 모두 옻나무 도료를 이용한 것이고요 영어 단어 '래커'(lacquer)도 옻나무의 원료를 포함하고 있다는 의미이지요. 어찌 되었거나 칠흑은 칠흙이 아니며 매우 어두운 상태를 의미합니다. * 나전칠기 - 아름다운 광채가 나는 자개 조각을 여러 가지 모양으로 박아 붙이고 옻칠한 공예품 전국시대 장자(莊子)는 몽(蒙) 지역에서 칠원리(漆園吏)라는 벼슬을 하였는데 칠원(漆園)은 옻나무 동산이니 장자의 벼슬 이름으로 쓰일 정도로 예로부터 옻은 귀하게 쓰였습니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정운복의 아침시평 87]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중국에 양진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가난하게 성장하였으나 배우기를 좋아하여 ‘관서 땅의 공자’라는 별칭을 얻은 사람이기도 하지요. 양진은 승진을 거듭하여 형주자사가 됩니다. 그는 부임 중에 창읍을 지나게 되는데 양진이 전에 천거했던 왕밀이 창읍의 수령으로 있었습니다. 왕밀은 밤에 몰래 황금 열 근을 가지고 와서 양진에게 건넵니다. 양진이 말하지요. "나는 그대를 아는데 그대는 나를 모르는 이유는 무엇인가?" (청렴을 몰라주는 왕밀..) "밤이 저물어 보는 사람이 없습니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자네가 알고 내가 아는데 어찌 아는 사람이 없다고 말하는가?" 여기서 사지(四知)라는 고사가 나옵니다. 天知地知子知我知(천지지지자지아지)가 그것이지요. 왕밀은 부끄러워하며 그냥 돌아갔다고 합니다. 사람이 양심을 가지고 바르고 옳게 살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세상은 그런 사람을 끌어내리려 하기도 하지요. 오죽하면 다음과 같은 속담이 있습니다. "물이 지나치게 맑으면 고기가 없다." "높은 산 정상에는 나무가 없다." "흙이 너무 깨끗하면 초목이 자라지 않는다." "고지식하고 융통성이 없으면 세상에 부합

먹지 말아야 할 독초 이야기

[정운복의 아침시평 86]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자동차는 이동의 수단이므로 일단 가는 것이 중요하지만 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멈추는 것입니다. 멈추기를 못하면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산에 다니면서 이분법적 사고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식물을 먹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구분하기도 하니까요. 문제는 먹을 수 있는 것에만 지대한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식물도 먹을 수 없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잘 모르는 나물이라면 아예 채취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산나물과 일생을 살아온 농부도 독초를 먹고 사망하는 경우가 있으니 조심하지 않을 까닭이 없습니다. 대부분 예쁘게 생긴 것이 독초인 경우가 많습니다. 꼭 뜯고 싶은데 약초라는 확신이 들지 않으면 다음과 같이 감별합니다. 식물을 뜯으면 절단면에 액이 나오는데 그것을 연한 피부에 바르고 잠시 있으면 독초면 두드러기가 생기거나 가렵거나 통증이 느껴집니다. 살갗에 반응이 없을 때는 혀끝에 조금 묻혀보되 절대 삼켜서는 안 됩니다. 아린 맛이나 화끈거리나 고약한 냄새가 난다면 이는 독초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몸에 가시가 많이 나 있는 식물은 독초가 아닙니다. 가시로 몸을 보호하고 있으므로 독을

종이의 사망선고?

A4용지도 가장 많이 만들어 내는 대한민국 [정운복의 아침시평 85]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서기 120년 정도에 종이가 발명되었지만 실제로 널리 사용된 것은 훨씬 후대의 300년 이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이전에는 거북이 등껍질, 짐승의 뼈, 금속, 돌 등에 글자를 써왔지요. 시간이 흘러서는 대쪽이나 나무, 비단에 글을 기록했습니다. 죽간은 무겁고 휴대하기가 불편했으며 비단은 가격이 비싸 널리 사용되기 어려웠지요. 따라서 학문은 상류의 특정한 계층에게만 국한되었으며, 기록을 남기는 데도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비되었으니 논어의 시작인 학이시습지불역열호(學而時習之不亦說乎)*가 왜 그러한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지요. * 학이시습지불역열호(學而時習之不亦說乎) : 배우고 익히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글을 쓰려면 지필묵이 필수입니다. 종이와 펜, 그리고 먹이 있어야 하지요. 가장 중요한 것은 종이류입니다. 그것이 후대까지 남아있는 기록으로 기능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논어는 모두 20편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왕필의 주석이나 주자의 주석을 뺀 원문만 추리면 정말 작은 분량임에도 그 책은 20권으로 분리되어 있습니다. 책을 의미하는 권(卷)의 아래 모양은 두루마리 죽간이 말려져 있는 모습입니다. 중국 역사의 요체

무서운 버릇(습관)의 힘

더 좋은 세벌식 자판을 놔두고 두벌식 자판을 쓴다 [정운복의 아침시평 84]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우리나라는 92%가 오른손잡이입니다. 그런데 한자는 불편하게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씁니다. 궁궐이나 대문, 전각이나 절의 현판의 대부분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어야 합니다. 사서삼경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어야 하고 병풍도 마찬가지입니다. 불편하기 짝이 없지요. 우리의 눈은 가로로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안구는 가로운동이 세로운동보다 편할뿐더러 시야각도 넓습니다. 그럼에도 한자는 가로쓰기하지 않고 세로쓰기를 합니다. 불편하기 짝이 없습니다. 왜? 왜 우린 그런 문화를 인내하며 살았을까요? 그 까닭은 종이가 없었던 시절 죽간(竹簡)을 사용했던 데에 있습니다. 죽간은 세로로 길어서 ‘세로쓰기’를 해야 했고 왼손으로는 돌돌 말린 죽간을 펼치면서 써야 했기에 오른쪽에서 왼쪽 방향이 된 것이지요. 버릇(습관)의 힘이 무섭습니다. 우린 매일 키보드를 앞에 놓고 삽니다. 공업진흥청에서는 두벌식을 표준으로 정하고 키보드에도 두벌식이 프린트되어 있습니다. 더 빠른 타자가 가능한 세벌식이 있는데도 사용자로부터 외면당합니다. 영문은 더 심하지요. 영문 키보드를 왼쪽 위로부터 차례로 쓰면 Qwerty가 됩니다. 그것을 쿼티 자판이라고 부릅니다.

개구리, 결코 올챙이로 돌아갈 수 없다

변화를 내면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정운복의 아침시평 83]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최근 모 회사 입사 시험에 "올챙이알은 어디에 낳나?"라는 문제가 있었다고 합니다. 올챙이는 알을 낳지 못하는데…. 문제가 좀 이상하네요. 개구리알이 정확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어렸을 때 개구리알을 기른 적이 있습니다. 봄에 연못이나 물을 댄 논을 보면 어김없이 개구리알이 한 덩어리씩 뭉쳐있곤 했습니다. 몇 개를 떠서 수조에 넣어 놓는 것만으로 부화 준비는 끝이 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투명한 알 속에 올챙이가 커 가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지요.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올챙이는 한꺼번에 부화하여 수조 여기저기에 노닐고 빈 껍질만 남은 알을 봅니다. 올챙이는 물속 작은 벌레를 먹고 크지만 수조의 환경은 그러지 못해서 물고기 밥을 넣어주니 잘 먹고 잘 자라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날이 가면서 몸집이 커가는 모습, 뒷다리가 나오고 앞다리가 나오는 모습. 그 변태의 과정을 눈앞에서 확인하는 것이 여간 신기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개구리가 앞다리가 나오면 수조 안에 큰 돌을 넣어주어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에 개구리로 탈바꿈했는데 물 밖으로 나오지 못하면 죽고 맙니다. 올챙이 때와 숨

불량품도 행복할 수 있는 세상

플라톤, 2% 부족해야 행복한 삶이다 [정운복의 아침시평 82]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임승수 작가가 쓴 책 가운데 《나는 행복한 불량품입니다》가 있습니다. 돈 많이 버는 일을 포기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한 저자의 이야기지요. 돈이 목적이 되어서 내 시간을 갖다 바치는 것은 불행한 일이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며 돈에서 멀어지는 것도 고민스러운 일입니다. 행복을 어떤 관점으로 볼 것인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많이 가짐을 기준으로 보면 저자는 불량품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성공과 행복이 기준이 꼭 물질이 아니라면 저자는 행복한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으니까요. 「2021 세계 행복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 2020년 행복 지수는 50위입니다. 해당 국가의 국민총생산(GDP), 기대 수명, 사회적 지원, 자유, 부정부패, 관용이라는 6개 항목에 근거하여 행복 지수를 산출한 결과이지요. 경제로 10위권을 달리는 나라가 자살률이 1위이고 노인 빈곤율이 높은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저는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이 높은 나라가 아니라 행복 지수가 높은 나라가 되기를 바랍니다. 기원전 400년을 살다간 플라톤은 행복의 조건을 5가지로 꼽았습니다. "첫째는 먹고, 입고, 살고 싶은 수준에서 조금 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