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호박꽃도 꽃이냐는 말이 있고, 못생긴 여인네를 호박꽃에 비유하기도 하지만, 이는 호박꽃을 제대로 관찰하지 않고 관념적으로 내려온 고정화된 인식의 결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호박꽃을 잘 들여다보면 그 황홀한 노랑에 깊이가 느껴져 예쁘지 않은 꽃이 없다는 말이 진정성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 호박꽃의 꽃말은 '관대함, 포용'입니다. 사람들에게 쉽게 무시당하고 업신여김을 당하더라도 예쁨으로 향기로 열매로 보답하는 호박과 잘 어울리는 꽃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다 군에 입대하였습니다. 나이 어린 고참들 아래서 졸병으로 군 생활을 시작해야 했지요. 군대 사회는 일반 사회와는 달라서 쉽게 적응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때 나이가 한참 어린 00병장이 군 생활을 힘들게 하였습니다. 물론 내가 원인 제공한 것도 있지만 밤에 조용히 불려 나가 각종 얼차려에 빠따를 맞는 것이 일상이었지요. 그 사건들로 인해 악연으로 굳어진 사이가 되었습니다. 사회에 나와서 우연한 기회에 만났는데 상대방은 반갑게 인사했지만 저는 그럴 수 없었습니다. 상대방에 대해 용서하려는 생각과 관대함이 없었던 것이지요. 그때 내 마음이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인류의 역사상 사대 성인을 이야기하면 예수ㆍ석가ㆍ공자ㆍ소크라테스를 꼽습니다. 모두 인류의 사상에 큰 획을 그은 위대한 사람들이지요. 성(聖)은 성스러울 성자입니다. 그 글자를 파자하면 ‘耳 + 口 + 王’이 나오지요. 순서가 중요합니다. 귀가 먼저 나오고 입이 나중에 나옵니다. 곧 남의 이야기를 충분히 경청하고 난 이후에 말한다는 의미가 됩니다. 다시 말하면 성인은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성(聖)은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를 말합니다. 음악의 으뜸 경지를 악성(樂聖)이라 하고 시인의 으뜸 경지에 오른 사람을 시성(詩聖)이라고 하며 바둑의 으뜸 경지에 오른 사람을 기성(棋聖)이라고 합니다. 또한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을 주성(酒聖)이라고 하는데 이는 술과 함께 유유자적하며 성인의 경지에 오른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저는 술을 많이 먹어보기도 했지만 어지럽고 실수를 연발할 뿐, 성인의 경지에는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으니 주성(酒聖)이란 말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저는 대학원에서 상담을 전공하였습니다. 그 많은 시간에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는 경청(傾聽)이었지요. 경청 하나만 잘해도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장자의 응제왕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남해엔 제왕 숙(儵)이, 북해엔 제왕 홀(忽)이 있고 중앙에는 제왕 혼돈(混沌)이 있었다. 숙과 홀은 때때로 혼돈의 땅에서 만났는데 혼돈은 이때마다 이들을 극진히 대접했다. 숙과 홀은 혼돈이 베푼 은혜에 보답할 방법을 의론하였다. '모든 사람은 일곱 개의 구멍을 갖고 보고 듣고, 먹고 숨 쉬는데 혼돈만 구멍이 없으니, 그에게 구멍을 뚫어주자.' 그래서 하루에 한 개씩 구멍을 뚫어주었는데 혼돈은 이레 만에 죽고 말았다." 우린 단순히 혼돈에 구멍이 뚫린 것, 그래서 자연스러움을 잃고 죽음에 이른 것에 집중하게 됩니다. 장자가 늘 하는 말이 무위자연(無爲自然)이고 무용지용(無用之用)이니 같은 맥락에서 그리 해석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글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숙은 남쪽에 살고 홀은 북쪽에 삽니다. 그리고 때때로 중간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지요. 이렇게 나누어져 있다는 것은 대립구조 속에 놓여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로 보면 좌와 우, 보수와 진보, 사용자와 근로자, 지배자와 피지배자… 많은 부분에서 대립이 이루어지고 있고 자신의 위치에서 조금도 양보하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