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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복의 아침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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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화만사성’이 파괴한 인간의 정신적 가치

[정운복의 아침시평 97]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재화만사성(財貨萬事成)’이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의 비틀린 표현이긴 한데 “돈이 있으면 모든 일이 이루어진다.”라는 말이지요. 배금주의나 황금만능주의, 물질만능주의도 비슷한 말입니다. 사람들은 돈을 최고의 값어치로 알고, 신(神)처럼 숭배하기도 하며 돈의 노예가 되어 삶의 값어치를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 중의 하나가 돈입니다. 꼭 자본주의가 아니라고 하더라고 돈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지요. 돈을 한자로 전(錢)이라고 씁니다. 글자를 파자하면 ‘金(쇠 금)’과 ‘戈(창 과)’가 두 개 나옵니다. 곧 쇠붙이로 만들어진 것(돈)인데 이것을 두고 서로 창을 맞대고 싸우는 형국의 글자지요. 돈에는 선악이나 미추의 개념이 들어있지 않지만, 그것을 차지하려는 인간의 욕심이 다툼과 전쟁으로 비화하는 예를 찾기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누군가 불이익을 받거나 사고를 당하면 사람들은 돈으로 보상받기를 원합니다. 인간의 권위와 존엄성이 돈으로 측정되는 세상이 되면서 배금주의(拜金主義, 돈을 숭배하는 사상)가 만연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돈이 좋은 것은 틀림이 없습니다. 돈 앞에 장사

첫 금서 《금오신화》와 군사정권 시절 금지곡

[정운복의 아침시평 96]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우리나라 첫 금서는 《금오신화(金鰲新話)》입니다. 수양대군의 계유정난을 못마땅하게 여긴 김시습은 생육신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그의 법호인 설잠(雪岑)은 ‘눈 덮인 봉우리’로서 외로운 방랑의 삶을 의미하고 또 다른 호인 청한자(淸寒子)는 맑고도 추운 사내, 벽산청은(碧山淸隱)은 푸른 산에 맑게 숨어 산다, 췌세옹(贅世翁)은 세상에 혹 덩어리일 뿐인 늙은이라는 뜻이어서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금오신화》는 왜 금서가 되었을까요? 거기에 실린 5편의 단편소설 가운데 〈남염부주지〉에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정직하고 사심 없는 사람이 아니면 이 땅의 임금 노릇을 할 수 없다.”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은 폭력으로써 백성을 위협해서는 안 된다." "덕망 없는 사람이 왕위에 올라서는 안 된다.” 모두 세조를 두고 비판한 내용이라고 여겨지기에 금서로 된 것이지요. 원주에 가면 치악산 자락에 운곡(耘谷) 원천석의 무덤이 있습니다. 태종 이방원의 스승이었던 원천석은 이성계의 편에 서지 않고 멸망해버린 고려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태종이 친히 치악산 자락까지 와서 출사를 권했지만 만나주지도 않은 그였지요. 그는 고려 신하의 시각으

태도가 상황을 이겨

[정운복의 아침시평 95]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미국 역사에서 흑인 최초로 국무장관이 된 콜린 파월이 한 이야기입니다. 그는 뉴욕 빈민가 출신으로 몹시 가난한 유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가 어느 공장에서 아르바이트하는데 다른 인부들과 함께 도랑을 파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한 사람이 삽에 몸을 기댄 채 회사가 충분한 임금을 주지 않는다고 불평하고 있었지요. 그 옆에서 한 사람은 묵묵히 열심히 도랑을 파고 있었습니다. 몇 해가 지난 뒤 다시 그 공장을 찾았을 때 불평했던 사람은 여전히 삽에 몸을 기댄 채 불평을 늘어놓고 있었지만 열심히 일하던 사람은 지게차를 운전하고 있었습니다. 다시 여러 해가 흘렀습니다. 삽에 기댄 채 불평만 하던 사람은 원인을 모르는 질병으로 장애인이 되어 회사에서 쫓겨났지만 열심히 일하던 사람은 그 회사의 사장이 되어 있었습니다. 태도는 상황을 이깁니다. 우리가 운명을 고를 수는 없지만, 다양한 안팎의 사건에 대한 반응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결국 행복은 선택과 집중의 문제이지요. 세상을 살아가면서 긍정적이고 감사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틀(프레임)을 만들어가는 것은 우리입니다. 우린 스스로 믿는 대로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태도

땀과의 교환법칙이 성립되는 소금 이야기

[정운복의 아침시평 94]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오래전에 인적이 드문 섬 장고도에서 민박을 한 적이 있습니다. 걸어서 남북으로 10분 동서로 1시간 정도 걸리는 아주 작은 섬이었지요. 섬엔 분교 하나, 우물 하나, 해수욕장 하나, 갯벌 하나, 염전 하나, 교회 하나…. 모든 것이 하나로 이루어진 아주 작은 마을이었습니다. 뭍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덕으로 바다는 늘 생소했고, 염전을 가까이 본다는 것도 여간 신기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염전은 바닷물을 그냥 퍼 올려놓고 마르기를 기다리는 행위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늘 일기를 보아 눈비를 걱정하는 것은 기본이고 증발 정도에 따라서 물꼬를 관리하고 소금 결정체가 생기면 넉가래로 거둬들여야 하는 땀과의 교환법칙이 성립되는 공간이었다는 것을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소금은 모든 맛의 근원입니다. 뜨거운 햇볕과 해풍을 견디며 굵은 소금으로 익어가는 것이 향기롭지요. 어쩌면 가장 고통스러운 날에 가장 영롱한 결정을 만들어내는 것이 염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류가 수렵 위주의 생활을 하던 때는 소금은 중요한 자원이 아니었습니다. 동물 고기에는 염분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소금을 따로 섭취할 필요가 없었지요.

자연을 닮은 집

[정운복의 아침시평 93]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풍수지리는 우리 조상들이 국토를 바라보던 대표적 인식 체계입니다. 산과 물의 생김새 등 환경에 따라 인간의 길흉화복을 관련지어 좋은 터를 찾는 사상이지요. 살기 좋은 땅을 명당이라고 하는데 길지로 알려진 명당은 지형의 윤곽선이 여성의 음부를 닮았습니다. 사람의 심성은 사는 곳의 지형에 영향을 받습니다. 노년기 지형의 부드러움을 안고 사는 마을의 사람들은 비교적 온화할 가능성이 크고 뾰족하고 우람한 산 밑에서 사는 사람들이 성질이 급하고 호전적일 가능성이 큽니다. 어쩌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독 평화를 사랑하는 까닭이 노년기 지형이어서 일지도 모릅니다. 야트막한 산 아래 옹기종기 모여있는 초가집은 자연의 선을 닮았습니다. 한옥을 짓더라도 지붕과 추녀의 선이 주변과 잘 어울리는 멋짐을 갖고 있었지요. 요즘 켜켜이 위로만 쌓아 놓은 고층 아파트에 견줄 바가 아닙니다. 건물의 모양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것은 지붕입니다. 요즘은 사각형으로 멋보다는 방수기능에 방점을 두어서 일률적 형태의 지붕이 많지만, 옛날엔 초가부터 기와의 맞배지붕, 팔작지붕, 우진각 지붕, 모임지붕 등등의 멋스러운 형태가 존재했고 지금도 절이나 한옥마을엔 여러 형태

모리셔스섬의 도도새와 도도나무

[정운복의 아침시평 92]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인간은 다른 종의 생명을 빼앗을 수는 있지만 창조할 수는 없습니다. 첨단과학과 유전공학이 발달한 현대에도 멸종동물을 복원할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합니다. 없애기는 쉬워도 창조하기는 어려운 것이 종의 다양성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아프리카 대륙 동쪽에 모리셔스라는 독립된 섬나라가 있습니다. 그 섬에는 날지 못하는 도도새가 살고 있었지요. 도도라는 뜻은 게으름을 나타내는 현지 용어라고 하니 꽤 뚱뚱하고 둔한 새였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 섬에는 도도새를 잡아먹는 천적이 없었고, 먹이가 풍부했으니 새지만 날아오를 필요가 없었고 몸집은 비대해져 15킬로 이상까지 자랐다고 합니다. 도도새의 천국에 인간이 발을 들여놓습니다. 뚱뚱하고 둔한 도도새는 쉬운 사냥감이었으니 마구잡이 사냥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인간과 함께 들어온 쥐와 고양이, 원숭이까지 도도새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알을 먹어 치웠지요. 인간은 도도새의 멸종을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1660년 무렵 도도새는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춥니다. 모리셔스 섬에는 도도나무가 있습니다. 현재 나이가 300살이 넘긴 13그루가 자라고 있다고 보고되었지요. 이 나무의 열매는 도도새의 위장을 통과해야

관계는 관찰에서 시작됩니다

[정운복의 아침시평 91]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관찰은 한자로 쓰면 觀察이 됩니다. 엄밀하게 구분 지어서 이야기하면 대충 보는 것을 관(觀)이라 하고 자세히 살펴보는 것을 찰(察)이라고 하지요. 관계는 관찰에서 시작됩니다. 우린 저마다의 삶의 경험과 가치관에 따라 반응하는 감정이 다릅니다. 다름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지요. 오해를 해결하고 소통으로 나아가는 데는 이러한 존중이 중요합니다. 사람은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받으면서 성장합니다. 내 삶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사람들을 "의미 있는 타인"이라고 정의하지요. 나를 일관되게 지지해주거나 깊은 신뢰를 주거나 가치관을 공유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의미 있는 타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좋은 연결감과 유대감이 행복의 깊이를 더해줍니다. 애급옥오(愛及屋烏)라는 말이 있습니다. 옥오는 지붕 위에 있는 까마귀를 말합니다. 예로부터 까마귀는 흉조로 보아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애급옥오는 "사람을 사랑하면 지붕 위의 까마귀까지 귀엽게 보인다."라는 말씀입니다. 마음가짐에 따라 보이는 것이 다른 것도 사실이니까요. 어느 시인이 말한 것처럼 뽑으려 하니 모두 잡초였지만 품으려 하니 모두 꽃이었다는 말씀과 자

못생긴 소나무

[정운복의 아침시평 90]

[우리문화신문= 정운복 칼럼니스트 ] 시골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탓에 산과 나무는 늘 친숙한 대상이었습니다. 나무를 해 때던 시절이라 겨울이면 지게를 지고 나무하러 다니던 숲으로 난 오솔길도 아련한 추억 속에 정겨움으로 남았습니다. 앞산에는 제법 큰 소나무가 여러 그루 자라고 있었습니다. 넓은 그늘로 쉼을 제공하기도 하고 산길의 이정표 역할도 한 소나무는 대부분 못생긴 소나무가 많았습니다. 잘생기고 쭉쭉 뻗은 소나무는 그 쓰임새 덕분에 쉽게 베어져 대들보나 기둥, 서까래로 변신하여 어느 집 귀퉁이를 채우고 있겠지만 쓸모없고 볼품없는 소나무는 끝까지 산을 지키고 있으니 말입니다. 굽은 소나무가 산을 지키는 것을 성어로 표현하면 왕송수산(枉松守山)이 됩니다. 우리나라 전통 민화나 문인화에 등장하는 소나무는 곧은 나무가 없습니다. 배배 틀어지고 이리저리 꼬인 소나무가 주인공인 경우가 많지요. 물론 줄기가 바람이나 지형의 영향으로 비틀려 자랐겠지만 이런 소나무가 예술적으로 아름다워 작품의 좋은 소재가 됩니다. 어쩌면 비틀어진 소나무는 포기하지 않는 의연한 인생을 닮았습니다. 옛날에는 가난 때문에 학업의 기회를 얻지 못한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동생들 뒷바라지를 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