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이달 초 경주에서 성공적으로 끝난 ‘2025 APEC 정상회의’에서 우리나라 정상이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변 강대국 정상들을 만나 관세 등 여러 분야에서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가가 많은데, 그 가운데 화제의 주인공은 뭐니 뭐니 해도 이 대통령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한 신라 금관 모형이었다. 이 선물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이 대통령에게 "아주 특별하다", "훌륭하다"라며 연신 감사의 뜻을 표했고 직접 전용기에 실어 미국으로 가져가도록 수행원에게 지시했다고 한다.

이러한 금관은 지금 미국 대통령이란 절대권력을 써서 전 세계 질서를 다시 만들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을 정 조준한 것이어서, 외교라는 것이 우선 상대방의 기분을 풀어주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이라면, 이로써 몇 가지 문제가 질척거리지 않고 대범하게 해결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금관 선물은 최근 미국 전역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독단인 국정 운영을 비판하는 '노킹스'(No Kingsㆍ왕은 없다) 시위가 열린 것과 맞물려 일종의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으로 소비되기도 했는데, 그것울 통해서 우리의 신라시대 금관이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는 부수효과를 얻게 되었다.

4세기 말에서 5세기 초 사이 신라의 고분에서만 발견된 금관은 약 320돈의 순금으로 된 것인데 유럽 여러 왕국의 왕관과 달리 바람에 흩날릴 정도의 얇고 작은 금판으로 만든 영락(瓔珞)과 푸른 비취색의 곡옥(曲玉) 그리고 출(出) 자 모양의 나무 기둥 등이 아주 화려하고 휘황한 자태를 자랑하는 것이어서 찬란했던 신라 문화를 상징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세계인들은 앞으로 이런 것을 문화상품[굿즈, goods)으로 찾을 것 같다.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모양과 신비로움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유물이 된 신라 금관은 모두 6점인데 그 6점이 지금 경주에서 한자리에 모여 일반에 공개되고 있다.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특별전'이다. 가장 유명해진 국보 '천마총 금관'을 비롯해 금령총, 서봉총, 황남대총, 교동 출토 금관 등 6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감탄한 찬란한 금빛은 실물이 아닌 모형에서 나오는 빛이지만 실물 순금의 광채는 보는 사람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금빛도 그렇지만 왕관 안에 쓰는 모자관과 하늘을 날아오르는 새의 날개 형상 금장식에 달린 장식물들의 정교한 솜씨가 사람들을 경탄하게 한다. 필자는 일 년 전 가을에 가족들과 함께 경주박물관에서 금관과 관련 꾸러미를 본 적이 있어 그때의 느낌이 아직도 기억된다.
이런 금관은 그전까지는 존재 자체도 몰랐다가 1921년 9월 경주 노서동의 한 무덤에서 우연히 발견된 이후 계속 이어진 출토품들이 세계를 놀라게 했고 1926년에는 일본을 방문했던 스웨덴의 구스타프 황태자가 경주 발굴현장에 와서 직접 화려한 금관의 출토를 지켜본 것으로 유명하다. 이 금관에는 나뭇가지에 새들이 앉아있는 장식이 조각되어 있어 스워덴을 뜻하는 서(瑞)와 봉황을 듯하는 봉(鳳)을 합친 서봉총(瑞鳳塚) 금관으로 알려져 있거니와 이런저런 금관들의 발굴이 이어졌다.
1978년 아프가니스탄의 '틸리아 테페'(황금의 언덕) 유적에서 신라금관과 영락과 나무기둥 등 여러 의장이 비슷한 금관이 출토되어 이 금관과 신라 금관과의 관계에 대해 궁금증이 일어났다. 이곳은 기원전 1세기쯤 조성된 박트리아 왕국의 무덤이어서 그 먼 나라와 우리 신라의 금관이 그렇게 비슷할 수가 있느냐는 것이다. 아무튼 전 세계에 지금까지 출토된 순금 왕관은 모두 13점이고 그 절반인 6점이 우리나라에서 나왔으니 우리나라는 말 그대로 '황금의 나라'였던 것 같다.
경주에서 나온 금관들에는 지금 우리들이 보면 멀리는 8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서역, 혹은 유럽적인 요소들이 들어가 있다. 각종 장식이 그렇고 거기에 당시 신라에서는 생산할 수 없다고 믿어온 유리로 만든 곡옥(曲玉)들이 그랬다. 그런데 일찍이 이런 수수께끼에 도전한 텔레비전 방송이 있었다. 지금부터 44년 전인 1981년 11월 30일 KBS 제1TV에서는 <월요기획-신라의 신비/금관>이 방송됐다. 보도본부문화부 이태행 차장 등 정예기자들이 달라봍었다.
이들은 신라의 고대문화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신라문화에서 가장 견교한 예술품으로 돋보이는 금관과 그 장식들에 대한 역사적 추적과 함께 천마총에서 수습된 유리구슬 조각 3점을 전문가들을 통해 정밀하게 분석한 결과를 발표히였다. 한국동력자원연구 등 기관에서 최신정밀분석법을 사용, 그 성분을 규명해 본 결과 신라유리의 성분이 서역의 유리와는 전혀 달라, 신라에서는 납유리와 소다유리가 함깨 사용되었으며 이들 신라유리는 5개 유형으로 구분되는 세계의 고대유리 가운데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새로운 유형의 독창적인 유리임을 밝혔다.
또 납유리성분이 일본유리의 성분분석치와 비슷한 결과를 보임으로써 유리의 중국수입설을 주장해 온 일본학계로서는 이제 새로운 학설을 정립해야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전반적으로 신라의 고대문화의 발생과 전파에 대한 깊이 있는 비교 분석을 통해 신라 자체에서도 높은 기술이 개발되었음을 규명하는 등 성과가 뛰어났기에 이 천마총 금관을 포함한 9개의 프로그램으로 방송된 <신라의 신비>는 1981년 그해 한국방송대상 대통령상 수상작으로 뽑힌 바 있다.
그렇게 순도 높은 금으로 정교한 금관을 만드는 기술과 전통은 통일신라 이후 일찌기 끊어졌지만, 경주에서는 현대까지 이를 모형으로 재현하는 장인이 있었다. 김인태라는 분으로 당시는 사람들이 별로 관심을 두지 않었던 금속공예에 뛰어들어 금속판을 자르고 굽히고 꿰매면서 금관을 만들어 거기에 찬란한 금색 도금을 한 신라금관을 만들어내었다. KBS는 그 과정도 텔레비전을 통해 취재, 공개했다. KBS는 방송 뒤 40년, 이 기술은 아들인 김진배 씨에게 이어져 오고 있었다.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한 천마총금관은 아들 김진배 씨가 만든 작품이다.
경북 경주의 하동민속공예촌에서 삼성방을 운영하며 금속공예 장인으로 활동하는 김진배(63) 씨는 40여 년 동안 금관을 다수 제작한 경험을 살려 평소 집에 준비해 놓았던 옥 장식물인 곡옥 등을 활용해서 주문을 받은 지 20일 동안 열심히 금관을 만들어 납품할 수 있었다고 한다.
천마총 금관은 현존 신라금관 가운데 가장 크고 화려한 형태를 지녔고, 다른 금관의 경우 출(出)자 모양 장식이 3개지만 천마총 금관은 4개로 더 많다. 실측하고 금관 그림을 그리고 본을 뜬 뒤 무늬를 넣고 장식을 붙여야 하는 작업은 전부 손으로 해야 해서 쉬운 일이 아니란다.
애초 그의 아버지인 고 김인태 씨가 '금속공예명장'으로 지정돼 금속공예 분야에서는 일가를 이룬 것을 밑에서 보고 자라다가 대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해 현재까지 유물 복제의 한길을 걷고 있단다.(경북일보) 그의 솜씨로 경주에서 2025 APEC 행사를 앞두고 보문관광단지 호반에 6개의 신라금관 모형이 설치되어 관광객들을 만나고 있다.

황금의 나라 신라의 정교한 금관제작 기술과 전통은 당시로서는 세계 최첨단 기술이었다. 역사 속에 들어가 있지만 그나마 발굴된 실물들을 통해 그 모형이라도 다시 만들어졌고 그 금관을 대표할 천마총 금관 모형이 미국 대통령에게까지 가게 되었다. 그 자리에 세계 최첨단기술를 죄우하는 미국과 한국 으뜸 경영자다들이 모여 더 세로운 미래를 다짐한 것이다.
그렇다. 금관제작기술만이 아니라 신라의 고대문화는 신비와 경탄의 대상이다. 아득한 신라시대의 문물들이 경주를 넘어 세계로 퍼지는, 우리나라의 뛰어난 고대문화가 널리 알려지고 각광을 받는 이런 날이 우리나라에도 온 것이다. 그 수수께끼가 더욱 풀려 우리 고대문화가 세계인의 더 많은 사랑을 받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