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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하루를 더 번 셈인데

나도 세종처럼 내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둥거릴 것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239]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올해는 2월에 하루가 더 있으니 이걸 좋다고 축하해야 하나? 아니면 그만큼 3월이 하루 늦게 와 봄이 늦어진다고 짜증을 내야 하나? 이제 곧 봄이니 오늘 이전 겨울은 올겨울이 아니라 지난겨울이라고 해야 할 것 같고 지난겨울은 역시 춥기도 추웠지만 눈도 많고 비도 많은, 특별한 겨울이었음을 기억한다. 영상 10도 이상으로 올라가 겨울이 다 끝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곧 다음 날에 큰 눈이 오고 추위가 닥치곤 하는…. 그야말로 오락가락하는 날씨를 보였는데, 이것이 혹 29일 하루가 더 끼는 윤년이라서 그런 것인가?​

 

 

 

올해는 윤년이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기로는 4년에 하루씩 2월이 29일이 되니 그렇게 하루가 추가되는 해를 윤년이라고 한다. 그것은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데에는 365일 5시간 48분 46초가 걸리는데 달력은 하루 단위로 해서 1년을 365일로 정했으므로 그 남은 5시간 48분 46초을 네 번 더하면 거의 하루가 되므로 4로 나눠지는 해에 하루씩을 더 집어넣는 것이고, 그러다가 또 6시간에서 부족한 11분 14초가 겹치면 그것도 하루가 되므로 그 하루를 빼기 위해 100으로 나눠지는 해는 윤년이 아니라 평년으로 만들고... 이런 역법(曆法)으로 해서 하루가 2월에 더 추가된 것이 아니겠는가?

 

 

이렇게 몇 년에 하루를 집어넣고 다시 빼고 하는 방식은 분명 서양의 역법(曆法)이지만 동양에서는 그러면 어떻게 천체의 운행을 파악하고 맞추었을까? 분명히 예전에는 음력만을 써왔다고 알고 있는데... 이런 궁금증을 갖고 있었는데 어느 친구가 나한테 묻는다. 일 년은 며칠이냐고. 당연히 365일이 아니냐고 했더니 그 친구가 동양의 고전인 《사서삼경(四書三經)》 가운데 하나인 《서경(書痙)》을 열어 보란다. 과연 《서경》의 앞머리인 〈요전(堯典)〉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제요(帝堯)가 말하기를 ‘아, 너희 희씨(羲氏)와 화씨(和氏)야. 기(朞)는 366일이니 윤달을 두어야 사시를 정하여 한 해를 이룬다.…… [帝曰 咨汝羲曁知 朞三百有六旬有六日 以閏月定四時成歲……〕’ 하였다.”

 

 

‘기(朞)’는 일 년을 뜻하는 글자다. 이 문장은 곧 “한 해는 366일이니 윤달을 두어야 일 년의 길이를 맞출 수 있다”라는 뜻이고, 이런 개념이 중국 상고시대의 역사를 통해 통치의 이념을 가르치는 《서경(書痙)》의 첫머리에 나오는 것이다. 여기에서 일 년을 366일로 규정한 것은, 지구가 태양 주위를 한 바퀴 도는 일 년이 365일보다 더 걸리니, 몇 년에 하루씩 날짜를 더 집어넣어야 일 년이 완성된다는 사실을 동양인들도 일찍이 아득한 고대로부터 알고 거기에 따라 3년에 한 달 정도 씩 음력에 윤달을 넣는 달력을 만들었다는 것이 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우리가 익히 배운 바이긴 하지만, 달의 운행을 기초하여 만들어진 음력에서는 달이 지구를 한 번 도는 데는 29.53일이 걸리기에 음력에서 1년 12댤은 354일이다. 그런데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는 데는 365.2422일이 걸리니 그 차이를 메꾸기 위해 윤달이 들어가는 것이다. 이렇게 달과 태양의 운행 차이를 메꾸고 거기에 따라 24절기를 배치한 것을 우리는 음력이라고 부르지만, 사실은 음력에 양력의 개념이 보강된 태음태양력(太陰太陽曆)을 우리가 쓰고 있었던 것이다.

 

 

《서경(書痙)》의 이 부분은 ‘기삼백(朞三百)’이라고 부르거니와, 이 간단한 말에는 사실 정교한 천문학이 깔려 있기에 이 부분을 바르게 이해하고 적용하는 것은 엄청 중요한 일이 된다. 그동안 동양은 일 년이 365일을 넘는 366일이라는 개념을 갖고 만든 역법을 사용하다가 서양과의 접촉이 본격화되면서 그들이 만든 ‘그레고리력(曆)’을 전면 받아들여 오늘날 우리가 쓰는 달력의 기초가 된 것이니 윤년 혹은 윤달이라는 개념 속에는 단순히 하루가 더 들어가고 안 들어가고 하는 것을 넘는 심오한 우주의 원리가 있는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책을 뒤적이다 보니 흥미 있는 사실이 하나 눈에 들어온다. 조선 왕조의 매일 매일을 기록한 실록 가운데 세종 때를 보니

 

세종 23년 신유(1441) 윤 11월 1일(갑자)

윤월(閏月)이므로 정사를 보지 아니하였다.

 

곧 윤달이라고 정사를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른 데에 이런 구절이 없고 유독 이곳 한 군데에만 있는 것을 보면 왕실에서도 윤달이 오면 하루를 쉬는 풍습이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그다음 날인 11월 2일(음력이니 한 겨울이다)에 큰비가 내리고 천둥과 번개가 쳤는데 다시 하루가 지난 11월 3일에는 우의정 신개(申槩, 1374~1446)가 임금에게 글을 올려 “이제 겨울이 봄날처럼 따뜻하고 우레와 번개가 두 번이나 동하오며, 무릇 재변(災變)이 일어남은 신으로 말미암은 것인가 하와 두렵습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신의 지극한 심정을 살피시어 신의 벼슬을 바꾸옵소서.”라고 자신의 자리를 바꿔 달라고 청한다. 이런 사직의 뜻이 본마음일까마는 천재지변이 일어난 것을 자신의 부덕으로 여겼다는 뜻이다. 아무래도 윤년 혹은 윤달이라는 것이 천체의 정상적인 운행이 아니라 보조적인 편법이기에 그런 날 그런 달에 변고가 있는 것은 지도자의 행실이나 역량에 문제가 있어서 생긴다는 ‘도덕적 천문학관(觀)’이 당시 사회를 지배하고 있었다는 뜻이 되는 것이다.

 

 

 

 

지난겨울 봄날처럼 따뜻하고 비가 내린 날이 많았던 것이 나의 부덕 때문은 아닐 것이다. 꼭 윤달이어서도 아닐 것이다. 어쨌든, 내일이면 윤달의 윤일이다. 나야 내려놓을 자리도 없고 뭐 크게 잘못한 것도 없다고 생각되니 감히 누구처럼 물러갈 이유도 없지만, 다른 것은 몰라도 세종대왕이 윤달이라고 하루 정사를 보지 않은 것을 살펴서 나도 임금처럼 내일 하루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둥거릴 요량이다.

 

이동식                                     

 

 전 KBS 해설위원실장

 현 우리문화신문 편집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