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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변호사의 세상바라기

개소리는 거짓말보다 더 위험하다

《개소리에 대하여》, 해리 프랭크퍼트, 이윤(옮긴이), 필로소픽
[양승국 변호사의 세상 바라기 315]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내란 사태 기간 중 별의별 거짓말, 개소리, 헛소리 등이 난무하고 있지요? 얼마 전에 《개소리에 대하여》라는 책이 있는 걸 알았습니다. 원제는 《ON BULLSHIT》인데, ‘BULLSHIT’을 개소리로 번역하였군요. 《개소리에 대하여》는 프린스턴 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인 해리 G. 프랭크퍼트가 쓴 것을 서울대 철학과를 나온 이윤이라는 분이 번역한 것입니다. 제목에 끌려 샀는데, 제 생각과 달리 책은 포켓용 책처럼 작고 얇더군요. 뭐~ 덕분에 ‘두꺼운 철학책 보려면 좀 고생하겠구나’하는 걱정은 내려놓을 수는 있었지만요.

 

 

철학책이라고 하기에는 제목이 좀 거시기하지만, 하여튼 《개소리에 대하여》는 철학자가 ‘개소리’에 대하여 철학적으로 분석한 책입니다. 저자는 그동안 개소리에 대해서는 철학적 분석이 없었다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들이 개소리를 알아차리고 거기에 현혹되지 않을 정도의 지각은 갖추고 있다고 꽤 자만하고 있다. 그래서 개소리와 관련된 현상은 진지한 검토의 대상으로 부각되지 않았고, 지속적인 탐구의 주제가 되지도 않았다. 그 결과 우리는 개소리란 도대체 무엇인지, 왜 그토록 개소리가 많은지, 또는 개소리가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지 등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하여 우리는 개소리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면밀히 밝혀 올바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달리 말해서 우리에게는 개소리에 관한 이론이 없다.”

 

그렇겠군요. 저도 개소리에 관한 철학적 분석은 이 책이 처음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 책은 저자가 1986년에 쓴 논문에 바탕을 둔 책이라고 하는데, 책의 양으로 볼 때 소개서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 개소리에 대해 철학적으로 더 심도 있게 진전된 것은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개소리에 대하여》는 철학책이라 가볍게 넘겨지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주로 개인적 개소리에 대한 것인데, 저자가 개소리에 관해 쓰고 난 뒤 개소리는 한층 더 세지고, 트럼프나 윤석열처럼 권력형 개소리가 사회를 위협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저자는 아직 이에 대해 다룬 책은 내지 않은 모양이네요. 오히려 역자가 책 마지막에 실은 ‘옮긴이의 글’에 흥미로운 내용이 많습니다.

 

저자나 역자나 모두 개소리는 거짓말보다 위험하다고 합니다. 거짓말하는 사람은 적어도 자기 말이 진리인 것처럼 포장하기 위해서라도 진리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은 보여주는 데 반해, 개소리를 하는 사람은 자기 말이 진리든 거짓이든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거짓말은 지어내는 데는 생각보다 엄격한 지적 엄밀성과 장인정신이 필요한데, 개소리는 굳이 공들여 만들 필요가 없답니다. 단지 약간의 뻔뻔함만 있으면 된답니다.

 

그렇겠군요. 역자는 트럼프를 예로 들면서, 개소리쟁이와 그 지지자들은 참과 거짓이라는 진리값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논리적 공간에서 언어게임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자기들 개소리가 진실인지 아닌지는 개의치 않는다고 합니다. 이거~ 확 공감이 되네요. 역자는 이들이 진실에 개의치 않기 때문에 사실확인(팩트체크)으로 이들의 개소리가 거짓임을 폭로하여도 이들은 거의 타격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렇군요. 헌법재판소 최후진술에서도 이러한 내란 사태를 일으킨 것에 대해 끝까지 국민에게는 전혀 사과하지 않는 윤통이 그런 정신세계에 살고 있는 거군요.

 

역자가 이 글을 쓸 때는 윤통의 ‘날리면’이 제일 문제가 될 때였던 모양인데, 역자는 이에 대해 진리에 대한 무관심의 수준을 넘어 진리에 대한 무시와 경멸을 보여주는 권력행동이라고 합니다. 아마 다음 개정판이 나올 때는 역자도 비상계엄 이후의 윤통의 개소리에 대해 언급할 것 같네요.

 

역자는 이러한 권력형 개소리는 일반적 개소리보다 훨씬 심각한 사회적 해악을 끼친다고 합니다. 곧 타인이 자신의 속셈을 알든 말든 개의치 않는 행태를 보이는 것은 자신이 진리보다, 타인보다 힘의 우위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권력형 개소리는 진리에 대한 무시와 타자에 대한 멸시라는 이중적 악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역자는 산업화된 개소리에 대해 말합니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의 막말을 시시콜콜 보도한 미국 언론이 역대 최고의 수익을 기록하고, 결국 트럼프가 당선되었다는 사실에서 보듯 지금은 개소리가 돈이 되고 표가 된다는 것이 검증된 시대라고 합니다. 이거~ 그대로 우리나라에 해당하는 말이지요? 비상계엄의 잘못과 윤통 측의 개소리를 동등하게 실어주는 언론, 진실 여부는 개의치 않고 자극적으로 가짜뉴스를 퍼뜨리며 극우를 선동하는 유튜버, 역자는 이러한 유튜브들을 마약만큼이나 중독성 있는 상품이라고 하네요. 휴우~ 정말 우리나라도 큰일입니다. 역자는 그러면서 디지털의 문제점을 이렇게 말합니다.

 

“디지털은 우리를 이중적으로 객관적 실재와 유리시킨다. 첫째는 그것이 현실 세계와 절반쯤 단절된 가상세계라는 점에서, 둘째는 사람들이 인터넷이라는 광대한 정보의 바다에서 다양한 타자들과 교류하는 대신, 점점 더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아는’ 고립된 섬들에 동질 집단끼리만 모이면서 타자로부터 유리되는 사일로(미사일과 발사 장치가 보관되어 있는 지하 격납고) 현상을 보인다는 점에서, 이 고립된 동질적 가상세계의 언어게임에서는 소집단 내의 정합성만으로 진리의 조건이 충족되는 (것으로 치는) 엉성한 규칙이 적용된다.”

 

한숨이 나옵니다. 그런데 역자는 한술 더 떠, 오늘날 개소리가 만연하는 현상에 기술적 토대를 제공하는 가상세계가 조만간 객관적 실재와 동등한, 아니 그것을 넘어서는 지위를 얻을 것이라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전망이라고 합니다. 점점 더 비관적이군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개소리가 점점 더 목소리를 키우는 오늘날, 이 세계를 구원할 길은 무엇인가요? 그 길을 알려줄 누구 없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