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지난 9월 1일은 저희 로고스 로펌 창립 25주년 기념일이었습니다. 해마다 9월 1일이면 창립 기념식을 하지만, 올해는 25주년이라 외부 연회장도 빌려 더욱 의미있게 기념행사를 하였습니다. 기념식에서는 행운권 추첨 시간도 있었습니다. 저는 평소 행운권 당첨의 행운은 별로 없어 기대는 안 하지만, 그래도 혹시 당첨되면 늘 제 일을 열심히 돌봐주는 비서 오 주임에게 줄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집행부가 행운권을 남발해서인지(^^) 나에게도 행운이 돌아왔습니다. 제가 당첨된 것은 5만 원 도서상품권이었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제일 땡기는 행운권이었지요. 그래서 “오 주임은 도서상품권은 별로 내켜 하지 않을 거야”, 이렇게 내 멋대로 단정하고 도서상품권을 제 안주머니에 꽂았습니다. 그 대신 오 주임과 오 주임이 같이 식사하고픈 권 대리에게 점심을 사주었지요. 다음날 코엑스 영풍문고에 들러 찬찬히 서가를 둘러보는데, 그렇게 둘러보는 제 눈에 《페이크와 팩트》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543쪽이나 되는 두터운 책이지만 저는 주저 없이 이 책을 샀습니다. 그동안 가짜뉴스와 음모에 휘둘리는 요즘 세태를 보며 “도대체 왜 이럴까?” 하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김창희가 《가도 가도 왕십리》에서 말하고 있는 인물들은 대부분 한국인인데, 딱 1명 예외가 있습니다. 바로 스코틀랜드 애버딘셔에서 태어난 푸른 눈의 여인 엘리자베스 키스(1887~1956)입니다. 키스가 어떻게 왕십리에? 흥미가 바짝 당기지요? 키스의 언니 엘스펫은 1910년대 일본에서 발행되고 있던 <뉴 이스트 프레스> 편집인 존 로버트슨 스콧의 아내입니다. 엘스펫은 호기심 많고 독신으로 지내던 동생을 1915년 동경으로 불러 같이 살았습니다. 두 자매는 1919. 3. 28. 한국을 방문합니다. 둘은 한국을 방문하는 동안의 인상을 엘스펫은 글로, 키스는 그림으로 남겼습니다. 두 자매의 여행기는 1946년 《Old Korea》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습니다.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기차에서 바라보는 풍경을 엘스펫은 이렇게 표현합니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나무 하나 없는 야트막한 언덕의 경치는 원시적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있었다. 아직 봄은 일러서 겨우 나온 볏잎은 약간의 푸른 빛을 보일 뿐이었고, 동산들은 그 둥그런 모습이 마치 오래된 한국 도자기를 닮아 사람을 매혹시키기에 충분했다. 붉은 해가 올라올 무렵, 달리는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가도 가도 왕십리’라는 말이 있지요? 글자 그대로의 뜻은 왕십리가 워낙 넓어 가도 가도 아직도 왕십리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뜻일 것 같습니다. 실제로 조선 시대 왕십리란 한양 도성 동쪽 바깥쪽으로 십 리까지 이르는 넓은 지역을 말하였습니다. ‘성저십리(城底十里)’란 말이 있는데, 한양 도성 바깥으로 10리에 이르는 넓은 지역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성저십리는 한양도성을 둘러싼 10리나 되는 넓은 지역을 말하는 것인데, 그 가운데에서 동쪽의 성저십리를 왕십리라고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성외(城外)’라고 하지 않고 ‘성저(城底)’라고 하는 데서, 도성 안에 사는 사람들이 성 바깥 지역을 깔보는 심리가 들어간 것처럼 느껴지네요. 김소월의 시 <왕십리>에 ‘가도 가도 왕십리 비가 오네’라는 표현이 있지요? 시인은 지루하게 반복되는 삶의 무력감도 표현한 것 같은데, 그래서 ‘가도 가도 왕십리’는 지리적으로 넓다는 뜻 말고도 삶의 지루함이나 계속 노력해도 벗어나지 못하는 무력감, 허탈함 등을 표현할 때도 쓰입니다. 그런가 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전설에서는 ‘왕십리’가 다른 의미로 쓰이지요? 조선 초 무학대사가 도읍지를 정하기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미국 침례교, 특히 남침례교에는 경건한 신자들이 많습니다. 노예들을 이용하여 목화나 사탕수수의 대농장을 경영하던 경건한 침례교인들은 주일이면 말쑥하게 데려 입은 옷을 입고 교회로 갑니다. 그리고 하느님에게 신실한 기도를 올립니다. 이렇게 경건하고 신실한 그들은 흑인 노예들을 부리는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나요? 예! 많은 농장주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흑인은 하느님의 자녀가 아니라고 생각하였고, 노예들에게는 구원해야 할 영혼이 없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심지어는 ‘유색가축’을 기른다고 말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하느님은 그런 하느님이 아닙니다. 이들은 성경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였습니다. 이들이 들고 있는 성경은 다음과 같습니다. 종의 멍에를 메고 있는 사람은 자기 주인을 아주 존경할 분으로 여겨야 합니다. 그렇게 하여야, 하느님의 이름과 우리의 가르침에 욕이 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신도인 주인을 섬기는 종들은, 그 주인이 신도라고 해서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주인을 더 잘 섬겨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섬김에서 이익을 얻는 이들이 동료 신도요,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입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얼마 전에 고교동기 단톡방에 김창현이 동기 친구가 최근 쓴 책을 소개한다며 이철우 박사가 쓴 책 《수치심 잃은 사회》 보도자료를 올렸습니다. 보도자료에 따르하면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이철우 박사는 동경대에서 인간의 가치관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오랜 병치레 속에서도 인간 심리와 사회 구조에 대한 성찰을 놓지 않았던 이 박사는 최근 갈등의 심리 구조와 감정의 메커니즘에 주목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철우? 철우라면 고3 때 같은 반 친구였던 것 같은데?” 내가 이렇게 단톡방에 올리니까, 고3 때 같은 반이었던 채백이 맞다며, 이철우가 10년 전에 뇌출혈로 쓰러졌다고 하는군요. 거동이 불편한 이철우는 슬기말틀(스마트폰)에 음성 녹음하면 이를 글로 바꿔주는 앱을 사용하여 이 책을 냈다고 합니다. 철우는 이미 그동안 《행복을 훈련하라》, 《나를 위한 심리학》, 《세상을 움직이는 착각의 법칙》, 《사랑하고 싶은 스무살, 연애하고 싶은 서른살》, 《관계의 심리학》 등 이미 많은 책을 냈더군요. 저는 같은 반 친구였던 철우에 대해 너무 무심하였음을 반성하면서 즉시 책을 주문하였습니다. 도착한 책을 펼칩니다. 거동이 불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한성수 조각가가 저에게 이화규 씨가 쓴 책 《걷는 이의 축복 코리아둘레길》을 보내주셨습니다. 내가 걷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한 작가님이 저자의 친필 사인까지 받아 저에게 선물하신 것입니다. 그런데 저자는 친필사인에서 “Ultreia et Suseia”라고 썼네요. “Ultreia et Suseia(울트레이아에뜨수세이야)”는 중세 프랑스어에서 유래된 표현으로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순례자들이 서로에게 건네는 전통적 인사말이라고 합니다. 무슨 뜻일까요? Ultreia는 "더 멀리!" 또는 "앞으로 나아가자!"라는 뜻으로 순례의 여정을 계속하라는 격려의 말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Suseia는 "더 높이!"라는 의미로, 영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자는 뜻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산티아고 순례길에선 마주치는 한 사람이 “Ultreia!”라고 외치면 다른 사람이 "Et Suseia!"라고 응답하면서 서로를 격려한다고 합니다. 이 문구를 보니, 저도 예전에 히말라야 트레킹하면서 만나는 사람들끼리 서로 “나마스테”하며 인사하던 것이 생각나네요. “나마(nama)는 경의를 표한다는 뜻이고, ”테(te)"는 당신에게라는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박노해 시인이 이번에 일곱 번째 사진 에세이집 《산빛》을 펴냈습니다. 2019년에 첫 사진 에세이집 《하루》를 냈으니, 해마다 한 권씩의 사진 에세이집을 냈군요. 책 표지에는 제목 《산빛》 밑에 앙증맞게 산봉우리 두 개를 표시하고 그 밑에 이런 글귀가 보입니다. “하늘과 땅 사이에 산, 산이 있다. 산은 말이 없지만 그 침묵은 가장 오래된 위로이다. 산은 위대한 사랑의 수호자, 위대함은 ‘힘’이 아니라 ‘품’이다.” 품? 뭘 품는다는 것인가? 이에 대해 박 시인은 서문에서 좀 더 자세하게 말합니다. “산은 위대한 사랑의 수호자, 위대함은 ‘힘’이 아니라 ‘품’이다. 그 산의 품에서 모든 것이 자라나고 살려지고 주어진다. 산의 품에 깃들기만 하면, 그저 바라보고 그려보기만 하면, 생생지기(生生之氣)의 산빛은 나를 맑게 하고 치유하고 일깨우고 다시 일어서 나아가게 한다.” 그렇군요. 그래서 박 시인은 사람들 속에서 나를 잃어버린 것만 같은 날, 소란과 속도 속에서 길을 잃어버린 날에는 높은 곳으로, 더 높은 곳으로, 내 안의 가장 높은 산정으로 올라가 볼 일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세상과 시대를 정면으로 내려다보면 마침내 새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이옥순 교수가 얼마 전에 낸 책 《최소한의 인도수업》을 저에게 보내왔습니다. 이 교수는 저와 같은 <나눔문화> 회원으로, 예전에 <나눔문화>에서 중동 여행을 할 때 같은 여행단 일원이었지요. 그런데 제가 여행 중에도 계속 책을 가까이하던 것을 기억하고 책을 보내주셨네요. 이옥순 교수는 인도 델리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인도연구원 원장을 역임하였으며, 그동안에도 《인도에는 카레가 없다》,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 《인도 현대사》, 《인도는 힘이 세다》 등의 책을 낸 그야말로 인도 전문가지요. 책 제목이 《최소한의 인도수업》인 것으로 보아 우리가 ‘교양인으로서 인도에 대해 최소한 이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라는 내용을 담은 것임을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이 교수는 2013년 7월부터 2024년 1월까지 삼성경제연구소가 시작한 SERI CEO에서 ‘나마스테 인디아’라는 이름으로 온라인 강의를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그동안의 강의 내용 가운데 우리가 꼭 알았으면 하는 내용을 골라 이 책에 담은 것입니다. 강의 내용을 담은 것이라 책 제목에도 ‘인도 수업’이라 했겠군요. 인도는 땅덩어리로 보나, 역사로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에티오피아 랄리벨라 공항에 내렸다. 그런데 공항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이 설렁하기만 하다. 사람들은 좀 더 높은 고지에 사는 모양이다. 기다리던 버스를 타고 랄리벨라로 가는 동안 주위에는 이따금 길 저 멀리에 집이 한, 두 채 보일락 말락 할 정도이다. 주위에는 라스타 산맥이 펼쳐지는데, 산 모양을 갖추어 봉우리를 내밀고 있는 산도 있지만, 위가 평평하게 이어지는 곳이 더 많다. 그렇지. 비행기 내려갈 때 저 위에는 평평한 대지가 펼쳐져 있었고, 그곳에 농토와 집들이 있었지. 좀 더 가다 보니, 길옆 가까이에 그래도 조그맣게 마을처럼 집들이 있다. 김 교수가 여기에 잠깐 섰다 가자고 한다. 그렇지. 건축학자인 김 교수로서는 에티오피아에 와서도 개량가옥만 보다가 여기서 에티오피아의 전통가옥을 보게 되니 이를 자세히 살펴보고 싶은 욕심이 있겠지. 갑자기 동양인들이 우르르 몰려오니 아이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모여들지만, 어른들은 일단 경계의 눈으로 우리를 쳐다본다. 안내원 가넷이 촌로에게 다가가 우리의 목적을 얘기해준다. 이들의 집은 둥그런 초가집으로 되어 있는데, 잠자는 집은 남자집과 여자집이 따로 있다고 한다. 그러면 부부 생활하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그동안 도무지 말도 안 되는 내란사태를 보면서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몇 번 떠들었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저까지 나서서 떠드는 것은 그 정도면 됐다는 생각에 입을 다물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이재명 파기 환송 대법원판결을 보고서는 오랫동안 법원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네요. 저는 표현의 영역을 넓히려는 원심판결을 지지하지만, 어찌 되었든 대법원판결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이 문제입니다. 저는 대법원이 이렇게 초고속으로 판결하는 것은 처음 보았습니다. 아무리 대법원장이 6ㆍ3ㆍ3원칙을 강조한다고 하더라도, 그것보다도 더 빠른 판결입니다. 그리고 여태 그 원칙대로 하지 않다가 하필이면 이재명 판결에서 이를 적용합니까? 더구나 그 짧은 시간에 그 많은 재판기록을 모든 대법관이 숙독하고 결론을 내며 판결까지 쓴단 말입니까? 이건 아무리 능력이 출중한 판사라고 하더라도 불가능합니다. 물론 대법원은 법률심이니 사실심처럼 기록을 꼼꼼히 볼 필요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 사건은 유력한 대선후보에 대한 사건이고, 더군다나 원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사건이므로, 일반 사건보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