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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광복 80돌] 되찾은 '나라', 되찾지 못한 '말'

'대한민국'이라 쓰고 '코리아'라 불리는 나라: 갈 곳을 잃은 나라 이름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올림픽, 월드컵, 유엔총회까지 세계는 우리나라를 한결같이 '코리아(Korea)'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를 '대한민국(大韓民國) 국민'이라 말합니다. 이 둘의 틈은 그저 부르는 이름이 다른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누구이며 어떻게 불리고 싶은지에 대한 정체성의 문제를 드러내는 '언어적 비상사태'라고 생각합니다.

광복 80돌을 맞은 오늘,  우리의 공식적인 나라이름인 '대한민국'을 두고 왜 천 년 전 사라진 왕조의 이름에서 온 '코리아'로 불려야 하는지 바탕스러운 물음(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잘 아시다시피 '코리아'라는 이름의 역사는 918년에 세운 고려(高麗) 왕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 무렵 고려는 벽란도를 통해 아라비아 상인들과 활발히 교역했고, 이들에 의해 '고려'라는 이름이 실크로드를 따라 서방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뒤  포르투갈, 프랑스 등 유럽 상인과 선교사들이 이 이름을 'Corea' 또는 'Corée'로 표기했고, 근대에 이르러 영국과 미국에 의해 철자가 'Korea'로 굳어졌습니다. 곧, '코리아'는 우리가 세계를 향해 내세운 이름이 아니라, 외부 세계가 자신들의 편의에 따라 우리를 부르던 이름이 역사적으로 굳어진 것입니다. 이는 우리 스스로 고른 이름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들에 의해 정해진 이름이라는 뚜렷한 한계를 가집니다.

이와 달리 '대한민국'은 우리 겨레의 어려움과 영광, 그리고 민주주의를 이루고자 했던 뜨거운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우리 스스로 손수 지은 이름입니다. 한자의 뜻을 따라 풀이를 해 보면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은 아주 먼 옛날 '삼한의 역사적 정통성을 잇는 위대한(大) 국민의(民) 나라(國)' 라는 뜻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는, 우리의 고대사, 근대 독립 투쟁사, 현대 민주주의 발전사가 한데 엉긴 자랑스러운 이름입니다.

"이미 세계 여러 나라가 잘 아는 이름을 바꾸는 것은 비효율적이다."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나라이름을 바꾸거나 바로 세우는 것은 그 나라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기 위한 주권 국가의 당연한 권리이자, 다른 나라에서도 더러 있는 일입니다.

2022년 '터키(Turkey)'가 영어로 칠면조를 뜻하고, '실패'라는 속어로 쓰이는 등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나고 자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해 UN에 나라이름 변경을 공식 요청해 튀르키예(Türkiye)로 바꾼 것을 여러분도 잘 아실 것입니다. 

그 밖에도 제국주의의 잔재를 청산하기 위해 페르시아(Persia)가 이란(Iran)으로, 실론(Ceylon)이 스리랑카(Sri Lanka)로, 버마(Burma)가 미얀마(Myanmar)로 나라이름을 바꾼 보기는 많습니다.

오늘날 K-팝, K-드라마 등으로 대표되는 'K-브랜드'의 성공은 놀랍습니다. 하지만 이는 '코리아(Korea)'라는 타율적 이름을 더욱 강화하는 역설을 낳고 있습니다. 문화적 자부심이 높아질수록 '코리아'라는 이름의 굴레 또한 깊어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을 바로 세우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풀수(해법)]

정부 차원의 외교적 노력과 홍보 강화: 광복 80돌을 맞아 UN, IOC, FIFA 등 주요 국제기구에 우리의 공식 나라이름이 '대한민국(Daehan Minguk)'임을 똑똑히 하고, 적어도 'Daehan Minguk (Republic of Korea)' 로 불러 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하고 꾸준히 설득해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정부 누리집에 '대한민국'의 유래와 뜻을 풀이해 놓아 다른 나라사람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도 널리 알려야 합니다. 

국내 교육 및 국민적 공감대 확산: 초중고 역사 및 사회 교과서에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이름의 유래와 뜻을 비중있게 다루어 다음 세대가 우리 이름에 대한 자긍심을 갖도록 해야 합니다. "내 이름은 대한민국입니다"와 같은 범국민적 운동을 통해 국민적 인식을 높여야 합니다.

장기적 국가 브랜드 전략 수정: 단기적으로 'K-브랜드'를 활용하되, 장기적으로는 'D-brand' 또는 'DM-brand' (Daehan Minguk brand) 와 같은 새로운 국가 브랜딩 전략을 병행하여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의 값어치를 높여나가야 합니다.

[참된 언어 광복: 우리말 새 나라이름을 갖는 것]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을 되찾고 바로 세우는 것은 언어 광복의 중요한 첫걸음입니다. 하지만 '나라 찾은 날 여든 돌'을 맞는 우리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더 크고 근본적인 꿈을 꿀 수 있지 않을까요? 바로 한자의 도움 없이 우리 아이 누구나 그 뜻을 바로 알고 느낄 수 있는 오롯한 우리말, 토박이말로 된 새 나라 이름을 갖는 것입니다.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담아 다음과 같은 이름들을 제안해 봅니다.

한나라: '크다', '하나'라는 뜻을 품은 우리말 '한'을 바탕으로 한 이름입니다. 이는 '대한(大韓)'의 '클 대(大)' 자의 의미와 '한(韓)' 민족의 정체성을 동시에 아우르며, '세상에서 으뜸가는 큰 나라'라는 기상을 담고 있습니다.

환나라: '환하다'라는 우리말에서 비롯된 이름으로, 맑고 밝은 빛의 이미지를 담고 있습니다. 어둠을 몰아내는 밝은 빛처럼 세계를 이끄는 나라, 평화와 이상을 실현하는 나라라는 염원을 표현합니다.

밝은나라: 우리 민족을 뜻하는 '배달겨레'의 뿌리인 '밝다'에서 가져온 이름입니다. 지혜와 문화가 밝게 빛나는 나라, 온 누리에 희망을 밝히는 나라라는 의미를 지닙니다.

말할 것도 없이 나라이름을 바꾸는 것은 온 나라사람들의 공감대와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한 아주 큰 일이며, 하루아침에 이룰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뜻을 세우고 그 길로 나아가는 첫걸음을 뗄 수는 있습니다. 그 첫걸음으로, 우리의 공식 나라이름 앞에 이 아름다운 토박이말을 꾸밈말로 붙여 쓰는 것부터 해 보면 어떨까요?

'한나라 대한민국', '환나라 대한민국', '밝은나라 대한민국' 처럼 말입니다.

이렇게 우리말 이름을 함께 부르고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뜻과 값어치가 사람들의 마음에 스며들고 우리 다음 세대를 위한 새로운 이름에 대한 튼튼하고 굳은 논의가 비롯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름을 바로 잡는 것을 넘어, 우리의 얼과 바람(정신과 희망)을 담은 새 이름을 꿈꾸는 것. 이것이야말로 '나라 찾은 날 여든 돌'을 맞아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값지고 영광스러운 '빛찾음(광복)'을 이루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앞으로 이어질 글>

 

3회. 정부는 누구의 말로 소통하는가: 국민은 이 나라의 임자가 맞나?

4회. '미추홀'은 왜 '인천'이 되었나: 땅에 새겨진 식민의 그림자들

5회. 말의 민주화를 위한 첫걸음, '우리말 도로 찾기': 이루지 못한 꿈

6회. 길 잃은 국립국어원, 잠자는 국어기본법: 언어 정책이 나아갈 길

7회. '토박이말'이 살아있는 교실을 꿈꾸며: 바람직한 우리의 말글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