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국민이 나라의 임자(주인)라고 하는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임자(주인)를 위해 일하는 나라일터(국가기관)의 이름과 그들이 쓰는 갈말(용어)은 임자(주인)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되어 있습니까? 슬프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입법부(국회), 사법부(법원), 행정부(대통령, 정부 각 부처)의 이름부터 '법률(法律)', '예산(豫算)', '정책(政策)'과 같은 고갱이 갈말(핵심 용어)에 이르기까지, 나라를 꾸리는 바탕(국가 운영의 근간)이 온통 어려운 한자말로 채워져 있습니다. 이는 뭇사람(일반 국민)에게 보이지 않는 담과 같으며, 국정을 '아는 사람들끼리 하는 일(그들만의 리그)'로 만드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요즘에는 영어까지 마구 들여와 쓰고 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나 청와대의 'AI수석' 같은 이름은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드러내는 듯 보이지만, 참일(사실)은 국민과의 소통을 가로막는 또 다른 말담(언어 장벽)입니다. 정부의 공식 문서에 "유관기관 간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관련 로드맵을 공표할 예정"과 같은 말을 버젓이 쓰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크게 빼앗는 것입니다. 더욱 심각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올림픽, 월드컵, 유엔총회까지 세계는 우리나라를 한결같이 '코리아(Korea)'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를 '대한민국(大韓民國) 국민'이라 말합니다. 이 둘의 틈은 그저 부르는 이름이 다른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누구이며 어떻게 불리고 싶은지에 대한 정체성의 문제를 드러내는 '언어적 비상사태'라고 생각합니다. 광복 80돌을 맞은 오늘, 우리의 공식적인 나라이름인 '대한민국'을 두고 왜 천 년 전 사라진 왕조의 이름에서 온 '코리아'로 불려야 하는지 바탕스러운 물음(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잘 아시다시피 '코리아'라는 이름의 역사는 918년에 세운 고려(高麗) 왕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 무렵 고려는 벽란도를 통해 아라비아 상인들과 활발히 교역했고, 이들에 의해 '고려'라는 이름이 실크로드를 따라 서방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뒤 포르투갈, 프랑스 등 유럽 상인과 선교사들이 이 이름을 'Corea' 또는 'Corée'로 표기했고, 근대에 이르러 영국과 미국에 의해 철자가 'Korea'로 굳어졌습니다. 곧, '코리아'는 우리가 세계를 향해 내세운 이름이 아니라, 외부 세계가 자신들의 편의에 따라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다가오는 8월 15일은 우리 겨레가 일제의 억눌림에서 벗어나 나라의 주권을 되찾은 지 어느덧 여든 해를 맞는 '광복(光復) 80돌'이라는 참으로 잊지 못할 날입니다. 이 뜻깊은 날을 앞두고, 저는 여러분께 조심스럽게 하나 여쭙고 싶습니다. 우리가 해마다 기리는 '광복'이 과연 무슨 뜻인지, 그리고 무엇을 되새겨 보아야 하는지 깊이 생각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아마 많은 분들이 ‘광복’이라고 하면 '일제로부터 해방된 날', '빼앗긴 나라를 되찾고 독립한 날' 정도로 짐작하실 겁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 본디 뜻을 선뜻 답하기는 쉽지 않다고 느끼는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광복은 '빛을(光) 되찾다(復)'는 뜻을 지닌 아름다운 한자말입니다. 이름과 말, 글과 문화까지 모든 것을 빼앗겨 어둠과도 같았던 35년의 일제 강점기를 끝내고, 마침내 '나라의 주권'이라는 밝은 빛을 되찾았다는 뜻이 담긴, 더없이 시적이면서도 무게 있는 낱말입니다. 하지만 바로 이 즈음에 우리가 오랫동안 애써 얼굴을 돌려 마주치지 않으려 했던 것이 숨어있습니다. 온 겨레가 가장 기뻐해야 할 날을 기리는 이름조차,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 뜻을 한 번에 헤아리기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들이 붓는다는 말이 어울릴 만큼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앞서 비가 많이 왔던 곳에 또 비가 많이 내려서 다시 물이 들기도 하고 무너진 곳도 있다고 합니다.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이니 더 가슴 아픕니다. 얼른 나날(일상)을 되찾으시길 빕니다.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해사하다'입니다. 여러분은 '해사하다'라는 말을 보시고 어떤 느낌이 드시는지요?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해사하다'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뜻이 있다고 풀이를 하고 있으며, 비슷한 말로 '조촐하다', '말쑥하다', '해말갛다'가 있다고 알려줍니다. 1. 얼굴이 희고 곱다랗다. 해사한 얼굴 2. 표정, 웃음소리 따위가 맑고 깨끗하다. 해사하게 웃다. 3. 옷차림, 자태 따위가 말끔하고 깨끗하다. 만기는 서양 사람처럼 후리후리한 키와 알맞은 몸집에 귀공자다운 해사한 면모를 빛내고 있었다. 다른 사람을 보고 그저 '예쁘다', '잘생겼다'는 말을 할 수도 있지만, 그런 말이 조금 모자란다 싶을 만큼 맑고 깨끗한 느낌이 들 때 쓰면 좋을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얼굴을 비롯해서 낯빛(표정)과 웃음, 옷차림까지 아우르는 맑음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하겠습니다. 박경리 님의 소설 '토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우리가 나날살이에서 쓰는 말들은 저마다의 빛깔과 결을 지니고 있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우리 곁을 지켜온 토박이말 속에는 오늘날 사람들이 쓰는 말로는 쉽게 나타내기 힘든 꼼꼼하면서도 깊은 뜻이 담겨 있곤 합니다. 오늘 알려드리는 ‘내치락들이치락하다’라는 말도 그런 말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내치락들이치락하다’는 이름만 들어서는 그 뜻을 어림하기 어렵고, 조금 낯설게 느껴지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속뜻을 알고 나면 무릎을 탁 치게 될 것입니다. ‘내치락들이치락하다’를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두 가지 뜻이 있다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첫째, ‘마음이 변덕스럽게 내켰다 내키지 않았다 하다’는 뜻입니다. 아래와 같은 보기월이 있습니다. 마음이 싱숭생숭 내치락들이치락한다. 무언가를 하자니 싫고, 안 하자니 아쉬운, 이랬다저랬다 하는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는 됨새(상태)를 제대로 그려냅니다. ‘안으로 받아들였다가(들이치다) 밖으로 내쳤다가(내치다) 하는 것을 되풀이한다(-락)’는 뜻을 더해서 만든 말로, 그 말을 만드는 수(방법)까지 바로 알 수 있으면서 재미있습니다. 둘째, ‘병세가 심해졌다 수그러들었다 하다’는 위태로운 됨새(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날씨알림 때문인지 참으로 그런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아침부터 덥습니다. 불볕이 여러 날을 쉬지 않고 내리 쬐니 그런 것 같습니다. 이런 더위를 식힐 수 있는 여름 말미(방학, 휴가)가 있으니 다들 시원하게 잘 보내고 오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해발쪽'입니다. 이 말은 어제 알려드린 '해발리다'와 이어지는 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입이나 구멍 따위가 속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조금 넓게 바라진 모양'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는데 풀이말에 나오는 '바라지다'의 본디꼴 '발아지다'와 '발리다'가 서로 이어진다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제 아이들이 보고 싶어하는 빛그림(영화)를 보여줬습니다. 한 아이의 돌잔치를 곁들여 먼저 하고 맛있는 군것을 먹으며 볼 수 있게 해 주었지요. 환한 얼굴로 해발쭉 웃는 아이들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이렇게 쓸 수 있겠습니다. '해발쪽'과 비슷한 말로 '해발쪽이'가 있으며 '해발쪽'의 움직씨(동사), 그림씨(형용사)는 '해발쪽하다'입니다. '입이나 구멍 따위가 여럿이 다 또는 자꾸 속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조금 넓게 바라지는 모양'은 '해발쪽해발쪽'인데 이 말의 움직씨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날마다 조금씩 더 더워질거라는 날씨알림을 들으며 배곳(학교)으로 왔습니다. 지난해 햇볕에 익어버린 꽃동이(화분)가 있었는데 이렇게 몇 날 더 불볕더위가 이어진다면 또 그렇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햇볕을 덜 받는 곳으로 옮겨주어야겠습니다. 뜨거운 햇볕도 잘 견디는 푸나무가 있고 그렇지 못한 것도 있듯이 더위를 잘 견디는 사람도 있고 유난히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처럼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들이 견디기 어려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지만 밖이 아닌 안에서 일을 할 수 있음을 고맙게 생각하며 하루를 엽니다.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해발리다'입니다. 이 말도 처음 보시는 분들은 많이 낯설 텐데 처음 보신 느낌이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이 말을 처음 본 아이들은 '누구한테 얻어 맞았다' 또는 '누구한테 졌다'는 말같다고 했습니다. 아이들 사이에서 쓰는 '너 나한테 발렸다'와 같은 말에 있는 '발렸다'와 비슷해 보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어울리지 않게 벌어지게 하다'는 뜻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풀이를 보지 않더라도 이 말의 짜임을 보면 뜻을 어림할 만한 말이기도 합니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도 많이 뜨거울 것 같습니다. 아침에 받는 햇볕이 어제보다 더 뜨거운 느낌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날씨를 알려 주시는 분이 어제보다 더 더울 거라고 하더라구요. 뒤통수에 햇볕의 따뜻함을 느끼며 해를 등지고 걸어오는 길에, 이슬이 내린 잔디밭을 지나왔습니다. 오늘따라 이슬이 맺힌 잔디가 유난히 해반드르하게 보였습니다. 잔디에 맺힌 이슬에 햇빛이 비치면서 더 그렇게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이 바로 '해반드르르하다'입니다. '겉모양이 해말쑥하고 반드르르하다'는 뜻으로 쓰는 말입니다. 보시다시피 '해+반드르르하다'의 짜임으로 된 말인데 앞가지(접두사) '해-'는 풀이에 나오는 '해말갛다'에서 처럼 '매우'의 뜻을 더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반드르르하다'는 '윤기가 흐르며 매끄럽다'는 뜻이니 '해반드르르하다'를 '매우 윤기가 흐르며 매끄럽다'로 풀이할 수도 있습니다. 갓 따온 열매를 보고 '아주 윤기가 흐르고 매끄럽다'라고 할 수도 있지만 '해반드르르하다'는 말을 쓰면 다른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게에서 사 온 과일을 먹으려고 깨끗이 씻어 놓고 '해반드르르하다'는 말은 떠올려 쓰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아침부터 해가 뜨겁게 느껴집니다. 구름 하나 없는 하늘에서 햇볕이 바로 내리 쬐니 말입니다. 한낮에는 그야말로 '불볕더위'와 함께 '무더위' 를 함께 맛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시원한 마음으로 하루 잘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해묵다'입니다. '해+묵다'의 짜임으로 된 말로 바탕 뜻(기본의미)은 '어떤 몬(물건)이 해를 넘겨 오랫동안 남아 있다'입니다. 저는 지난 이레끝(주말) 집가심(집청소)을 했었는데 구석에서 뜻밖의 것을 보았습니다. 해묵은 고구마에서 줄기가 자라고 있었던 것입니다. 마치 키운 것처럼 자란 것을 보고 놀랐지만 먹지 못할 만큼은 아니라서 줄기를 떼고 삶아 먹었답니다. 이처럼 해를 넘겨 남아 있는 것들을 나타낼 때도 쓸 수 있지만 '어떤 일이나 감정이 해결되거나 풀어지지 못한 상태로 여러 해를 넘기거나 많은 시간이 지나다'는 뜻도 있습니다. 그래서 "해묵은 과제", "해묵은 고민"과 같은 말도 쓸 수 있는 것입니다. 박경리 님의 '토지'에 '해묵다'를 쓴 좋은 보기가 있습니다. "그들 사이에 가로놓인 해묵은 원한은 쉽사리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냥 '오래된 원한'이라고도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곳곳에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목숨을 잃은 분들도 계시고 집이 흙더미에 덮히거나 무너져 보금자리를 잃으신 분도 많습니다. 그리고 집이 물에 잠겨 살림이 다 못 쓰게 된 분들도 아주 많습니다. 목숨을 잃으신 분들이 부디 좋은 곳으로 가셔서 고이 쉬시기를 그리고 집과 살림살이를 잃으신 분들이 하루 빨리 나날(일상)을 되찾으시기를 바라고 빕니다. 오늘도 검은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습니다. 구름들 사이로 해가 나왔다가 들어가기를 되풀이 하고 있네요. 소나기가 내리는 곳이 있을 거라는 기별을 들었는데 제가 있는 곳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해무늬'입니다. '해가 비쳐서 얼룩얼룩하게 진 무늬'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나뭇잎 사이나 발과 같은 것을 거쳐서 지나온 햇살이 만들어 내는 얼룩덜룩한 무늬를 보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빛과 그림자가 함께 어우러져 만든 그림이라고 할까요? 그걸 보고도 '해무늬'라는 말을 모르면 말이나 글로 쓸 수가 없을 겁니다. '표준국어대사전',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 보기월(예문)이 없는 것이 이 말을 알고 쓴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 주는 것 같아서 많이 아쉽습니다. 말꽃지음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