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나직하게 들려오는 빗소리에 잠을 깨신 분도 계시지요? 온 나라 곳곳에 앞낮(오전)까지 내린다는 이 봄비는 메말랐던 땅을 촉촉하게 적시고, 뿌옇게 쌓였던 먼지들을 말끔히 씻어내어 세상을 한결 맑게 해 줄 것입니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날씨가 부쩍 따뜻해져서 봄기운을 넘어 여름을 느낄 수도 있을 거라고 하니, 마치 하늘이 봄을 재촉해 보내려고 정성껏 몸을 씻고 마음을 깨끗이 하는 듯 보입니다. 빗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른 새벽부터 거리의 쓰레기를 줍고 쓸며 깨끗한 둘레를 지켜낸 미화원분들을 생각하면 마음을 뭉클합니다. 우리가 잠든 사이 세상의 때를 벗겨낸 그분들의 부지런한 손길 덕분에, 비 갠 뒤의 거리는 거울처럼 깨끗한 빛을 되쏘게 될 것입니다. 억지로 화려하게 꾸미기보다 내 안에 쌓인 욕심과 고집을 맑은 빗물에 헹궈내고, 본디 있던 깨끗한 마음을 되찾는 일이 무엇보다 값지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빗물에 씻겨 맑은 얼굴을 드러낸 길 위로, 부지런한 사람들의 발걸음이 닿을 때 들려올 그 야무진 소리를 머릿속에 그려 봅니다. 세상의 거칠고 소란스러운 시끄러움 속에서도 자기 자신을 거짓없이 닦아내는 사람의 뒷모습은 참으로 아름답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때 아닌 서늘함에 자꾸 몸을 움츠리게 되는 아침, 비가 온다고 하더니 하늘이 많이 낮아 보입니다. 어둠의 끝자락을 잡고 서늘한 기운이 가시고, 묏마루 너머에서 밀려온 따스한 바람이 나뭇가지마다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어 주면 좋겠습니다. 늘 마주하는 소박한 이웃들의 사는 이야기들이 팍팍한 삶을 견디는 우리에게 '오늘도 살아낼 용기'라는 작은 선물을 건네는 듯합니다. 우리는 날마다 쫓기듯 집을 나와 저마다의 일터로 가기 바쁠 때가 많지만, 가끔은 길가에 핀 이름 모를 풀꽃의 고운 빛깔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기도 합니다. 이른 아침 가게를 여는 사람들의 발그레하게 달아오른 뺨에서 우리는 정직하게 땀 흘려 일하는 삶이 주는 높고 귀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곤 합니다. 세상이 정해놓은 속도에 맞추려 애쓰기보다, 내 안의 작은 설렘을 따라 천천히 숨을 고르며 하루의 첫 단추를 채워보고 싶어집니다. 오늘처럼 흐리고 서늘한 아침의 기운을 가셔주고, 메말랐던 우리 가슴에 따스함을 불어넣어 줄 토박이말 '발그레하다'를 꺼내어 봅니다. '발그레하다'는 우리 마음을 수줍고도 환하게 밝혀주는 참으로 소담하고 예쁜 그림씨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 말을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이른 아침, 창가로 포근하게 스며드는 맑은 햇살을 보며 단잠을 깼습니다. 밤새 더 차가워진 숨씨(공기)가 이제 막 기지개를 켜는 들판의 풀꽃들을 더 움츠러들게 하기도 했지요. 제 눈에 뜬 첫 기별이 언제 끝날지 모를 싸움과 아랑곳한 것이다 보니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더 따뜻하고 평화롭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생겨납니다. 우리는 아침마다 바쁜 걸음을 재촉하며 일터를 향하거나, 아이들의 등굣길을 챙기며 시끌벅적하게 하루를 시작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 바쁜 시간 속에서도 곁에 있는 사람과 나누는 짧은 인사 한마디가 우리 마음의 날카로운 모서리를 둥글게 깎아주기도 합니다. 나뭇잎들이 아침 이슬을 머금고 서로 몸을 비비며 내는 작은 소리처럼, 세상의 모든 생명은 저마다의 낮은 목소리로 하루를 열고 있습니다. 억지로 힘을 주어 무언가를 해내려 하기보다, 내 곁의 사람과 부드러운 눈빛을 나누며 천천히 비롯하는 능이 꼭 있어야 할 때입니다. 이 눈부신 아침의 바람빛(풍경)을 담아, 굳어있던 우리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녹여줄 토박이말 '사부랑사부랑'을 꺼내어 봅니다. '사부랑사부랑'은 '입을 부드럽게 놀려 자꾸 말을 하는 모양'을 가리키는 살가운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어제 내린 봄비 끝에 불어온 차가운 바람이 만든 꽃보라와 함께 벚꽃들은 풀빛 잎들에게 자리를 넘겨 주고 떠났나 봅니다. 하지만 오늘 아침 마주한 숨씨(공기)는 차가움을 넘어 춥게 느껴져 철이 잘못 온 게 아닌가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날마다 쏟아지는 갖가지 기별들 속에서도 본디 마음씨를 잃지 않으려 애쓰는 여느 이웃들의 삶을 자주 보게 됩니다. 철이 바뀌어도 뫼와 들은 제 자리를 굳게 지키고, 꽃은 때가 되면 어김없이 고개를 내미는 모습이 새삼 신비롭고 고맙게 다가옵니다. 억지로 꾸미거나 망가뜨리지 않은 자연의 상태를 마주할 때면 사람이 부리는 욕심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오늘처럼 맑은 하늘 아래에서는 무언가를 억지로 바꾸려 하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싶어집니다. 짧을 것 같아서 아까운 이 봄날의 기운을 담아 우리 마음속에 꼭 간직해야 할 보석 같은 토박이말 '온새미로'를 꺼내어 봅니다. '온새미로'는 가르거나 쪼개지 않고 생김새 그대로라는 뜻을 지닌 참으로 깊고도 그윽한 토박이말입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는 이를 '가르거나 쪼개지 않고 생긴 그대로'라는 뜻을 가진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온 나라에 거의 같은 때에 벚꽃이 피었습니다. 길가에도, 냇가에도, 한뜰(공원)에도 꽃이 가득했고, 많은 사람들이 봄나들이를 나섰습니다. 식구들과 함께 걷는 사람들, 동무와 사진을 찍는 사람들, 아이의 손을 잡고 천천히 걷는 어버이들까지 저마다의 모습으로 봄을 만났습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꽃잎이 흩날리자 사람들은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활짝 웃었습니다. 요즘 여러 기별 가운데 이런 이야기를 하는 곳이 많았습니다. 벚꽃길을 걷는 사람들, 짧은 봄을 놓치지 않으려 꽃구경을 나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누군가는 도시락을 들고 나왔고, 누군가는 서로의 사진을 찍어 주었으며, 또 누군가는 조용히 꽃잎이 떨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봄을 마음에 담았습니다. 바쁜 나날 속에서도 잠시 멈춰 서서 꽃을 바라보는 시간은 사람들의 마음을 한결 부드럽게 만들어 줍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길 위로 꽃잎이 흩날리고,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며 “와, 예쁘다” 하고 감탄합니다. 그 장면을 떠올리며 생각난 토박이말이 바로 '꽃보라'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꽃보라'를 '떨어져서 바람에 날리는 많은 꽃잎'이라고 풀이합니다. "꽃보라가 날리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무지개달 열사흗날. 많은 사람들이 4월 13일이라 부르는 날의 또다른 이름입니다. 토박이말바라기에서는 이날을 '토박이말날'로 삼고 기리고 있습니다. 우리 겨레의 얼과 삶이 깃든 우리말, ‘토박이말’의 날을 기리는 아주 남다른 잔치가 참고을 진주에서 열립니다. 경상남도교육청과 사단법인 토박이말바라기가 함께 마련하고 진주교육지원청이 꾸리는 ‘아홉 돌 토박이말날 기림 잔치’는 토박이말의 값어치를 되새기고 온 나라에 토박이말 사랑의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마련하였습니다. 토박이말날을 만든 까닭 4월 13일은 우리말의 체계를 세운 주시경 선생의 《말의 소리》를 펴낸 날(1914.4.13.)을 기려 만들었습니다. 《말의 소리》는 우리말 소리갈(음성학)의 졸가리를 세워 오늘날의 짜임새 있는 말글살이를 할 수 있게 한 고마운 책입니다. 이날을 토박이말날로 삼은 데에는 세 가지 깊은 뜻이 있습니다. 첫째, 토박이말로 학술어(갈말)를 만들어 쓸 수 있음을 보여준 책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주시경 선생의 마지막 책으로서 토박이말의 끝없는 늘품(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셋째, 붙임(부록)을 빼고는 모든 알맹이를 한글로 써서 말과 글이 하나가 될 수 있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세상이 점점 각박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들리는 기별들에서는 오해와 미움이 뒤얽혀 서로를 할퀴거나 다치게 하는 일들이 이어지고, 사람들 사이의 거리는 갈수록 멀어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직 세상은 따뜻한 곳인지를 되묻곤 합니다. 이 물음에 조용히 답을 해 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국가유공자들에게 따뜻한 국밥을 대접하며 봉사를 이어 가고 있는 한 식당 사장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대단한 일을 하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나라를 위해 애쓴 분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라도 제대로 대접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합니다. 식당 문을 열고 손님을 맞이하듯 국가유공자들을 반갑게 맞아 따뜻한 국밥을 내어 드리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누군가는 큰돈을 내 놓고, 누군가는 시간을 내어 이바지를 합니다. 하지만 이 사장님의 모습이 더 깊은 울림을 주는 까닭은 정성 때문일 것입니다. 국밥 한 그릇을 내어 드리면서도 밥맛은 괜찮은지 살피고, 불편한 곳은 없는지 묻고,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모습에서 우리는 사람을 바라보는 그 분의 따뜻한 마음을 느끼게 됩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떠오른 토박이말이 바로 ‘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살다 보면 결과가 빨리 나오지 않아 마음이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열심히 준비했는데도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고, 남들은 앞서가는 것처럼 보일 때면 스스로가 뒤처진 것 같아 불안해집니다. 그럴 때 마음속에는 이런 물음이 조용히 떠오릅니다. 지금 흘려 보내고 있는 이 시간이 정말 의미가 있을까? 운동선수들의 삶을 보면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조금은 찾을 수 있습니다. 경기에서 이기는 순간은 짧지만, 그 순간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은 매우 깁니다. 날마다 같은 동작을 되풀이하고, 몸이 아파도 참고 훈련하고, 지는 날에도 다시 일어나 연습을 이어 갑니다. 보이지 않는 시간 속에서 흘린 땀과 눈물이 쌓여야 비로소 경기장에 설 수 있습니다. 나라 곳곳에서 프로야구 경기와 프로배구 챔피언결정전, 양궁과 태권도 국가대표 선발전이 열린다는 기별을 들었습니다. 선수들은 오랜 시간 갈고닦은 실력을 펼치기 위해 경기장에 섭니다. 누군가는 우승을 하고, 누군가는 국가대표가 되며, 누군가는 아쉽게 돌아서야 합니다. 그러나 결과와 상관없이 그 자리에 서기까지의 시간은 모두에게 값진 시간입니다. 경기장에 선 선수들의 얼굴을 보면 긴 시간 준비해 온 사람만이 가질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사람은 살다 보면 자기 자리를 잃어버릴 때가 있습니다. 잘되던 일이 멈추기도 하고, 사람들의 관심이 멀어지기도 하고, 스스로 자신이 작아 보일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마음속에는 이런 물음이 생깁니다. 나는 다시 설 수 있을까? 무대에 서는 사람에게 공백의 시간은 더 크게 느껴집니다. 손뼉와 환호가 사라지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멀어지는 시간을 혼자 견뎌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노래를 놓지 않고, 다시 사람들 앞에 서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최근 새로운 노래로 다시 무대에 선 가수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습니다. 울산과 부산에서 열린 노래교실 행사에서 수천 명의 사람들이 그의 노래를 함께 따라 불렀다고 합니다. 한 사람이 노래를 시작했는데, 어느새 많은 사람들이 한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따뜻한 장면이 펼쳐진 것입니다. 긴 공백과 어려움을 지나 다시 무대에 서서 노래하는 어엿한 모습이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억지로 꾸민 모습이 아니라, 삶을 견디고 다시 일어난 사람이 보여 주는 당당하고 떳떳한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모습을 떠올리며 생각난 토박이말이 바로 '어엿하다'입니다. 《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전쟁이 일어난 나라에서 가장 먼저 떠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위험한 곳을 벗어나기 위해 사람들은 짐을 싸고 공항으로 향합니다. 가족을 챙기고, 아이의 손을 잡고, 조금이라도 더 안전한 곳으로 가기 위해 서두릅니다. 그 모습은 너무도 자연스럽습니다. 누구나 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처럼 모두가 떠나는 자리에서 끝까지 남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모두가 떠나는 자리에서 남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전쟁이 이어지는 이란에서 한국 대사관 직원들이 현지에 남아 교민 보호와 외교 업무를 이어 가고 있다는 기별을 들었습니다. 위험을 피할 수도 있었지만, 우리 국민을 지키기 위해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합니다. 전쟁 속에서 외교관의 자리는 결코 편하지 않습니다.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긴장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야 하며, 언제 어떤 상황이 생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도 그 자리를 지키는 까닭은 뚜렷합니다. 맡은 일이 단순한 행정 업무가 아니라 사람의 목숨과 나라의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이 기별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떠올리며 생각난 토박이말이 ‘받들다’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받들다'를 세 가지 뜻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