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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하루 하나 오늘 토박이말]구름칼

구름 같은 칼? 구름 모양의 칼?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우리가 만날 토박이말은 그 이름부터 하늘의 한 조각을 떠올리게 하는 ‘구름칼’입니다. 이 예쁜 이름의 연장은 아주 오랜 쓰임새를 품고 있으면서도, 오늘날 우리 곁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구름칼’을 ‘삿자리를 겯기 위하여 나무를 얇고 길게 오려 내는 데 쓰는 칼’이라고 풀이합니다. 이 뜻을 제대로 알려면 ‘삿자리’와 ‘겯다’는 말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삿자리’는 갈대를 엮어 만든 자리를 말하고, ‘겯다’는 갈대나 대나무 같은 것의 씨줄과 날줄을 어긋매끼게 엮는 것을 뜻합니다. 곧, ‘구름칼’은 우리 조상들이 갈대 자리를 만드는 데 쓰던 연장이었던 셈입니다.

 

 

그런데 왜 이름이 ‘구름칼’이었을까요? 말집(사전)은 그 생김새를 ‘날은 활 모양이며 두 손으로 잡아당겨 쓴다’고 알려줍니다. 바로 이 ‘활 모양으로 휜 날’에서 우리 조상들은 하늘에 둥실 떠 있는 구름의 부드러운 모습을 보았던 것입니다. 고된 일을 하는 연장 하나에도 하늘의 멋을 담아 부르던 마음씨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구름칼’이 어떻게 생겼는지 더 쉽게 알수 있는 찍그림(사진) 하나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옛것을 맞는 우리의 몸씨(태도)를 보는 것같아 많이 안타깝습니다.

 

이대로 쓰임새를 잃고 사라지는가 싶었던 이 예쁜 이름이, 오늘날 아주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 곁에 되살아났습니다. 요즘 나날쓸몬(생활용품) 가게에 가면 ‘구름칼’이라는 이름의 몬(물건)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다름 아닌 손잡이가 ‘구름 모양’인 작은 칼입니다. 주로 종이를 자르거나 꾸밈 놀이를 할 때 쓰는 이 ‘구름칼’은 그 귀여운 모양새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습니다. 옛 구름칼은 보기 어렵지만 요즘 구름칼은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어떤가요? 옛 ‘구름칼’은 ‘칼날의 모양’이 구름을 닮았고, 새 ‘구름칼’은 ‘손잡이의 모양’이 구름을 닮았습니다. 모습은 달라도 하늘의 구름을 떠올리게 하는 마음은 매한가지입니다. 쓰임새가 거의 사라져 말집(사전) 속에서 잠자고 있던 낱말이, 새로운 뜻을 얻어 사람들의 입에 다시 오르내리게 된 것입니다. 참으로 기쁘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말은 이처럼 끊임없이 태어나고, 잠들고, 또 깨어납니다. ‘구름칼’이 얻은 새로운 뜻도 말집(사전)에 더해져 더 많은 사람들이 그 뿌리와 새싹을 함께 알고 쓸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옛 장인의 삶과 오늘 우리의 재미를 함께 품게 된 ‘구름칼’. 이 재미난 이야기를 둘레 사람들에게도 들려주며 낱말의 재미를 함께 나누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우리가 말을 쓰고 가꿀수록 우리말의 삶은 더욱 길고 넉넉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