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바람 끝에 묻어나는 냄새가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느낍니다. 차가운 겨울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던 마음이, 어느덧 다가온 봄기운에 녹아내리는 듯한 요즘입니다. 이렇듯 세상의 모든 것은 어느 하나 홀로 머물지 않고, 서로의 자리를 내어주며 흐릅니다. 멈춘 듯 보여도 저마다의 빠르기로 제 자리를 바꿔가는 자연의 순리처럼, 우리네 삶 또한 그렇게 서로 어우러지며 이어지는 법이지요. 오늘은 이렇듯 세상의 다정한 엇갈림을 담은 ‘갈마들다’라는 말을 가만히 떠올려 봅니다. ‘갈마들다’는 본디 ‘서로 번갈아 들다’라는 뜻을 품고 있습니다. 흔히 쓰는 '교대하다'와 비슷한 말인데, 한 사물이 가고 다른 사물이 그 뒤를 이어 들어오는 모양새를 뜻하는 이 말은, 마치 썰물과 밀물이 바닷가에서 조용히 자리를 맞바꾸는 풍경을 떠올리게 합니다. 한자가 섞이지 않은 우리 토박이말 속에는 이처럼 ‘교체’나 ‘교대’라는 딱딱한 말로는 다 담을 수 없는, 서로에 대한 예의와 존중이 깃들어 있습니다. 앞서간 이가 길을 터주면 뒤따르는 이가 그 길을 걷고, 다시 그 뒤를 새로운 희망이 채우는 흐름 말입니다. 억지로 자리를 뺏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시간을 갈마들며 세상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를 잊고 사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눈앞의 열매를 쫓느라 옆 사람의 낯빛도 살피지 못하고,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차가운 말들만 주고받는 풍경이 익숙해진 요즘입니다. 서로에게 날을 세우고 거리두기에 바쁜 모습들 속에서, 우리가 정말로 놓치고 있는 값어치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서른 해 가까이 우리말의 숨결을 지켜온 저는, 오늘 이 삭막한 바람빛 앞에서 아주 보드라운 낱말 하나를 꺼내 봅니다. 바로 '곰살궂다'입니다. '곰살궂다'는 "태도나 성질이 부드럽고 친절하다"는 뜻을 품고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요란한 친절이 아니라, 남이 미처 알아채지 못하는 세세한 부분까지 살뜰히 챙겨주는 마음의 결을 말합니다. 참으로 귀하고 따뜻한 마음이 담긴 말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가 사람을 대하는 마음은 어떻습니까? 우리는 상대의 마음을 살피기보다, 내 이익과 손해만을 따지며 관계를 맺다보니 상대의 곁을 조용히 지켜주는 그 살가운 마음은 자꾸만 설 자리를 잃어갑니다. 이제 '곰살궂다'는 넘쳐나는 경쟁 속에서 잊혀 가는, 어쩌면 조금 느리고 서툰 사람들만 가진 것이 되어버린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온봄달 3월 들어 처음으로 일터로 나가는 날이자, 새 학기가 시작된 학교는 마치 이제 막 먼바다로 떠나려는 배처럼 시끌벅적하고 분주할 것 같습니다. 모두가 저마다의 기대로 눈을 반짝이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보이지 않는 걱정도 조금씩 있을 거예요. 처음 앉아보는 자리, 새로 만난 동무들과 선생님. 아직은 잘 모르는 낯선 것들 때문이지요. 사람들은 이 마음을 그저 '긴장된다'거나 '떨린다'라고만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오늘은 이 마음을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새로운 첫날을 맞은 여러분께 가장 먼저 들려주고 싶은 말은 바로 '설레다'입니다. 마음이 가라앉지 않고 자꾸 들떠서 두근거리다. '설레다'라는 말은 '설다(낯설다)'라는 말에서 나왔습니다. 우리가 무언가에 설레는 까닭은 그것이 '낯설기'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설렘은 그저 기분이 좋다는 뜻이 아니라, 내가 아직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만났다는 신호입니다. 참으로 생명력 넘치고 두근거리는, 예쁜 말이지요. 낯선 것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곧 자라나는 시작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가끔 이 '설렘'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곤 합니다. 조금만 낯설어도, 조금만 서툴러도 '불안하다'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