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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솔꽃비' 내린 창가, 당신의 봄은 안녕한가요?

작은 가루에도 흔들리는 우리, 서로에게 기댈 곳이 되어주어요
[오늘의 토박이말]시달리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그림 속, 하얗게 질린 마스크를 쓴 채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여인의 뒷모습에 마음이 머뭅니다. 햇살은 따스하게 내리쬐지만, 창 너머로 보이는 도시는 노란 가루에 갇혀 희뿌옇게 흐려져 있습니다. 세워둔 차들 위로 소복이 쌓인 저 노란 가루, 누가 봐도 영락없는 '솔꽃비' 흔적입니다. 차를 살피는 어르신의 손짓조차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해 힘겨워 보입니다. 

 

끊이지 않는 성가심을 견디는 '시달리다'

최근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꽃가루가 예년보다 훨씬 빨리, 그리고 더 독하게 우리 곁을 찾아왔다는 기별이 들립니다. 그림 속 풍경처럼 재채기와 콧물, 눈 가려움으로 일상이 흔들리는 요즘 상황을 보면 이 토박이말이 참 아프게 와닿습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나눌 토박이말은 '시달리다'입니다.

 

'시달리다'는 괴로움이나 성가심을 당할 때 쓰는 말입니다. 뱃멀미에 시달리듯 내 몸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괴로움을 겪기도 하고, 쉬고 싶은데 종일 조카들에게 시달리는 것처럼 누군가의 성가신 장난을 받아내야 할 때도 쓰지요. 재미있는 것은 옛 말투에서 '나를 시달렸겠다!'처럼 남을 괴롭게 하거나 성가시게 한다는 뜻으로도 쓰였다는 점입니다. 지금 우리의 숨을 턱턱 막히게 하는 저 솔꽃비가 마치 심술궂은 장난꾸러기처럼 우리를 끈질기게 시달리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시달림 끝에 더 깊은 평온이 올 거예요

꽃가루 알레르기로 고생하시는 분들에게 봄은 마냥 설레는 계절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림 속 그녀처럼 창문을 꽁꽁 닫은 채 눈물 콧물로 얼굴이 붉어지고, 일상에 사소한 번거로움이 계속되는 시달림을 겪다 보면 마음도 덩달아 예민해지고 지치기 마련이지요.

 

하지만 기억해 주세요. 지금 당신이 겪는 이 시달림은 당신이 약해서가 아니라, 우리 몸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반응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낟알비'가 내리고 '흙비'가 지나가듯, 이 '솔꽃비'의 철도 끝내 지나갈 것입니다.

 

오늘 하루, 꽃가루에 시달리느라 고생하는 당신의 눈과 목에 그림 속 찻잔의 온기 같은 따뜻한 물 한 모금을 적셔주세요. 시달림을 견뎌낸 만큼, 머지않아 찾아올 맑은 공기가 더없이 달콤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당신의 고단한 봄날이 조금이라도 빨리 평온해지기를 두 손 모아 응원합니다.

 

[마음 나누기]

솔꽃가루에 유독 시달리는 요즘, 지친 몸과 마음의 '성가심'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당신만의 작은 즐거움은 무엇인가요?

 

[한 줄 생각]

"보이지 않는 작은 가루 하나에도 우리는 오래 시달리지만, 그만큼 우리 삶의 면역력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솔꽃비: 솔꽃가루(송화가루)가 비처럼 흩날리거나 내려앉는 모습을 보고 다듬은 말.

시달리다

    뜻: 괴로움이나 성가심을 당하다. 

   보기: 그는 봄마다 지독한 꽃가루 알레르기에 시달려 외출을 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