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김월하(月荷-본명, 김덕순 명인으로부터 이수 받은 제자들의 무대, <가곡, 달 꽃을 피우다> 관련 이야기를 하였다. 스승을 떠나보낸 뒤 긴 세월 속에서도 가곡을 지켜온 제자 7인이 “가곡, 달 꽃을 피우다”라는 발표회를 열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들은 스승으로부터 전수한 노래를 각각 1곡씩 부른 다음, 그들의 후배 제자들과 함께 또 다른 1곡을 부름으로써 3대로 이어져 오는 의미 있는 무대를 만들어 스승을 기리는 음악회를 열었다고 이야기하였다.
이번 주에는 당일, 발표회에 참여하였던 월하의 제자, 7인의 여류가객들이 스승과 만나게 된 인연, 스승 떠난 30년 세월을 홀로서기 해 오며 가곡 전승을 위한 관련 활동을 펼쳐 온, 그간의 이야기 등을 소개해 보기로 한다.
알려진 바와 같이, 월하 명인은 1973년, 국가로부터 중요무형문화재 <가곡>의 예능보유자로 인정을 받은 여류 가객이었다. 월하 여사는 살아생전, 아름다운 목소리와 그 위에 피나는 노력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가곡의 아름다움을 전해 주었고, 제자들을 지도해 왔으며, 여창 가곡의 명맥(命脈)을 공연이나 방송, 음반이나 강습을 통해, 세상에 남긴 가객으로 유명한 분이다.
그뿐만 아니라, 명인은 근검절약하며 평생 모은 재산을 가곡 발전을 위해 국악계에 희사한 큰 사범이기도 했다. 내가 만났던 월하 명인은 국악원 출퇴근 때에도 항상 버스 토큰 하나, 손에 들고 다니거나, 아니면 도보 출퇴근이 습관이었던, 근검절약 정신을 몸소 실천한 분으로 기억되고 있다.
“가곡, 달 꽃을 피우다” 공연 당일, 제자들에 의해 되살아 난, 월하의 30주기 발표회에서 첫 순서로 나선 김영기는 여창 가곡의 시작을 알리는 제1곡, '우조(羽調) 이수대엽(二數大葉)'을 부르며 객석의 기대에 부응했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여창가곡>이란 영역은 남성들에 의해 전해오는 남창 가곡과는 대비가 되는 노래로 여성들의 음역이나 창법에 알맞도록 만들어진, 여성을 위한 가곡을 이르는 말이다,
전해오는 여창 가곡의 악곡들은 <우조 평조>로 부르는 노래가 5곡, <우조 계면조> 8곡, 그리고 우조로 시작해서 중간에 계면으로 바뀌는 <반우반계-半羽半界>가 2곡이어서, 모두 15곡의 구성이다. 그러므로 남성들의 노래 한바탕 26곡에 견주면, 악곡 수는 상대적으로 적은 셈이나, 악곡 수(數)와 음악적 수준은 별개의 문제로 각각의 특징을 지니고 전승되어 오고 있는 고유한 분야라 하겠다.
공연 당일, 첫 출연자로 나선, 김영기는 <우조(羽調), 이수대엽(二數大葉>이란 노래를 불렀다. 그가 무대에 나와 좌정(坐定)을 하자, 객석은 이내 조용해졌다. 이윽고 반주 악기들의 전주(前奏) 음악인 <다스름>이 나온 뒤, “버들은” 3글자를 느린 11박에 붙여 느직하게 이어 나갈 때, 객석의 분위기는 서서히 그가 불러나가는 여창 가곡의 독특한 분위기에 젖어 들기 시작했다.
이어 “실이 되고”를 부르며 1장을 마칠 때까지, 높은 음으로 올린 음들은 가볍게 떨어지고, 다시 들어 올렸다가는 자연스럽게 하행하는 선율의 흐름을 타면서 객석은 그가 안내하는 아름다운 여창 가곡의 세계로 동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여성 특유의 속소리 창법인 속청의 묘한 음색이 인상적이었다,
속청이란 가성(假聲)을 말하는데, 여창 가곡에 나오는 고음(高音)을 아름답게 처리하는 특수 창법이다. 가성은 남창에서는 금기시된 창법이다. 속청으로 들어 올린 음(音)이, 반주악기들과 함께 바람을 타고 흘러내리듯, 유연한 흐름이 이어져 나가는 대목에서 김영기의 목소리는 천상(天上)의 소리로 날아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 노래의 절정 부분은 아무래도 악기들의 간주(間奏) 부분인 중여음(中餘音)이 끝나면서 “누 구 서~” 3글자를 27박에 붙여 처리하는 제4장이라 할 것이다. 마치, 소리가 생겨났다가는 사라지고, 살아졌다가는 되살아나는 듯, 유(有)-무(無)-유(有)의 생명력 넘치는 선율이 이어지고 있는 부분이다.
객석은 이 부분이 이어질 때, 김영기가 안내하는 대로 숨을 죽이고, 그와 함께 여창 가곡의 세계로 동행하고 있었다. 이어서 마지막 5장의 “녹음방초를 승화시라 하든고”의 가락이 점점 낮아지면서, 그리고 멀어져 갈 때, 그의 노래는 조용히 끝나고 있었다.
객석의 반응이 힘찬 손뼉으로 이어지고 있을 때, 그는 반듯한 자세를 풀고 공손하게 인사한 뒤, 조용하게 일어나 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는 이 부분을 바라보면서 노래도 그러하지만, 객석을 어려워하고 조심스러워하던 월하 여사의 자태가 그대로 묻어나오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김영기가 부른 낯선 이름, <우조 이수대엽>이란 곡명에서 우조(羽調)는 <우조평조-羽調平調>, 곧 ‘높은 음으로 시작하는 평조음계’라는 뜻이다. 간단하게 <우조>로도 줄여 부른다.
오래전, 그러니까 1600년대 초, 가곡은 낮은 음(㑣-Bb)으로 시작하는 <평조 평조>와 높은 음(黃-Eb)으로 짜인 <우조 평조>가 불렸는데, 그 이후로 낮은 임(㑣)으로 시작하는 평조는 없어지고, 높은 음, 곧 황(黃)으로 시작하는 <우조평조>만 전해 오고 있다. 이를 줄여 부르는 이름이 바로 <우조>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조로 짜인 <우조 이수대엽>, 어떤 이는 <우조 이삭대엽?>으로도 부르는 이 이름의 곡은 어떤 음악일까? (다음 주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