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비 온 뒤의 땅은 겉으로는 젖어 보일지 몰라도, 속으로는 흙 알갱이들이 서로 빽빽하게 맞물리며 그앞보다 훨씬 야무진 상태로 거듭납니다. 어제 들은 우리나라와 폴란드의 만남 이야기는 우리에게 큰 힘을 보태줍니다. 두 나라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사이를 넘어, 이제는 서로의 어깨를 나란히 하고 멀리까지 함께 걷기로 다짐을 했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쌓아온 믿음이라는 주춧돌 위에 방위 산업과 에너지 같은 굵직한 기둥들을 세워 올리는 모습이 참으로 미더웠습니다.
나라 사이의 일이든 사람 사이의 일이든, 끝까지 가는 힘은 곱고 아름다운 말잔치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얼마나 단단하게 밑바탕을 만들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른 아침, 일터로 나가는 사람들이 신발 끈을 고쳐 매며 오늘 하루를 잘 살아보겠노라 속으로 되뇌는 그 다짐 속에 우리 삶의 참 무게가 담겨 있습니다. 이런 자리느낌(분위기) 속에서 우리 마음의 뿌리를 튼튼하게 내려줄 토박이말 '다지다'를 꺼내어 봅니다.
'다지다'는 누르거나 밟거나 쳐서 단단하게 만들고, 기초나 터전을 굳고 튼튼하게 하는 힘 있는 움직씨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 말을 '누르거나 밟거나 쳐서 단단하게 하다', '마음이나 뜻을 굳게 가다듬다', 그리고 '기초나 터전 따위를 굳고 튼튼하게 하다'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또한 뒷말이 없도록 단단히 강조하거나 확인한다는 뜻도 함께 담고 있지요. 이런 말이 제 눈에는 단순히 누르는 동작을 넘어, 흩어져 있던 마음들을 하나로 모아 옹골지게 뭉쳐내는 사랑의 움직임으로 보입니다.

우리 한어버이(조상)들은 논둑이 패지 않게 흙을 꾹꾹 밟아 다지며 삶의 터전을 일구었습니다. 이 살가운 말은 우리 말꽃 지음몬(문학 작품) 속에서도 빛을 냅니다. 김정한 님의 소설 '모래톱 이야기'에 "그들은 땅을 다지며 내일을 기다렸다."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비록 삶이 팍팍할지라도 결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의 끈질긴 기개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가끔 눈에 보이는 열매만을 쫓느라 정작 그것을 지탱해 줄 땅을 돌보는 일에는 소홀하곤 합니다. 뿌리가 튼튼하지 못한 나무가 큰 바람에 힘없이 쓰러지듯, 우리 삶의 바탕인 '믿음'과 '정성'이 빠진 성공은 모래 위에 지은 집과 같습니다. '다지다'가 건네는 삶의 속삭임은 서두르지 말고 한 걸음 한 걸음을 야무지게 내디디라는 따뜻한 북돋움입니다.
나라와 나라가 손을 잡고 더 높은 곳으로 발돋움하듯이, 우리도 곁에 있는 사람의 손을 따스하게 맞잡고 묵은 오해를 씻어내며 서로의 믿음을 다져야 합니다. 비 갠 뒤 숨씨(공기)가 한결 맑아지듯, 우리도 거칠지만 참된 말씨로 누군가의 외로운 마음을 보듬어주어야 합니다. 날카롭게 다투고 겨루기보다는 둥근 이해의 눈길로 서로를 바라볼 때, 우리는 비로소 무너지지 않는 참된 행복의 집을 지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을 위한 덤]
오늘 둘레 분들에게 '다지다'의 마음으로 정성 어린 인사 한마디를 건네보시면 어떨까요? 관계의 기반을 튼튼하게 하는 그 작은 말 한마디가 오늘 하루를 버티게 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입니다. 대단한 다짐이 아니더라도 "오늘도 힘내자"라는 짧은 응원 속에 서로의 믿음을 꾹꾹 눌러 담는다면, 우리 삶의 터전은 더욱 단단해질 것입니다. 남들의 화려한 삶과 나를 견주기보다, 여러분이 지금 서 있는 그 자리에서 정성을 다해 오늘을 가꾸어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곁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당신이 있어 내 마음이 참 든든하게 다져지는 것 같아"라고 말해 보는 건 어떨까요? 오늘 여러분의 가슴 속에 가장 야무지게 다져 넣고 싶은 고마운 생각은 무엇인가요?
[오늘의 토박이말]
▶ 다지다
뜻: 흙을 밟아 단단하게 하거나, 마음을 굳게 가다듬고 관계의 터전을 튼튼히 하다.
보기: 아버지는 논둑을 '다져' 흙이 패지 않게 하셨고, 우리도 그 땅 위에서 희망을 '다졌다'.
[한 줄 생각]
멀리 가는 길일수록 관계를 다지는 일이 먼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