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온 하늘이 구름으로 뒤덮여 마음까지 덩달아 무거워지는 듯한 날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짙은 구름도 서로 맞닿은 채 끝없이 하늘을 덮고 있지는 못합니다. 오늘 우리가 만날 토박이말 ‘구름짬’은 바로 그 구름과 구름 사이에 난 작은 틈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구름짬’을 ‘구름 덩이의 틈새’라고,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는 ‘한데 뭉치어 이루어진 구름의 틈새’라고 풀이합니다. ‘짬’은 ‘틈’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고, ‘짬을 내다’처럼 아주 짧은 겨를을 뜻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구름짬’은 구름 사이에 난 작은 틈이자, 그 틈으로 잠시 무언가 내비치는 눈깜짝할 새를 이야기하는 것이지요.
이 말의 아름다움은 ‘구름’이 아닌 ‘짬(틈)’에 있습니다. 눈길을 구름에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그 어둠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빛과 하늘을 보게 하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말집(사전)에 실린 보기들에서도 그 말의 느낌이 잘 드러납니다.
장마철이라고는 하나 간간이 구름짬으로 해가 보였다.(표준국어대사전)
먹구름 사이의 구름짬으로 실낱 같은 햇살이 보인다.(고려대한국어대사전)
이처럼 ‘구름짬’은 우리에게 작은 달램과 바람을 주는 말입니다. 우리 둘레의 바람빛(풍경) 속에서도 ‘구름짬’은 자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먹구름 가득한 바다 위로 구름짬이 열리더니, 햇살 한 다발이 쏟아져 윤슬을 반짝였다.
달이 밝은 밤이었지만 구름이 많아 아쉬웠는데, 이따금씩 구름짬으로 둥근 얼굴을 쏘옥 내밀어 주었다.
힘든 나날 속에서도 가끔 찾아오는 작은 기쁨이 바로 우리 삶의 구름짬이 아닐까 싶다.
이처럼 달램과 바람을 주는 말이니, 가락글지음이(시인)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어쩌면 마땅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백두선 님의 가락글모음 『마음 밭에 시를 심고』에 실린 「새 출발」이라는 가락글에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옵니다.
구름짬 사이로 고운 햇살이 비추이면 / 파란 하늘이 열리고 / 희망의 새가 날아온다
지은이는 ‘구름짬’을 그저 구름의 틈새가 아닌, 파란 하늘이 열리고 희망의 새가 날아오는 길로 그리고 있습니다.
잿빛 하늘을 만나는 날, 고개를 숙이지 말고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세요. 그곳엔 반드시 빛이 새어 나올 작은 ‘구름짬’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틈으로 비치는 빛을 찾았을 때, 그 아름다운 때를 혼자만 간직하지 마세요. 곁에 있는 이에게 손짓하며 “저기 구름짬 좀 봐, 참 예쁘다.” 하고 말을 건네보는 건 어떨까요? 우리가 함께 나눌 때, 그 작은 틈새로 비치는 빛은 우리 모두의 마음을 환하게 비춰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