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누구는 안 그럴까마는 중국인들은 특히 무언가 최고가 되는 것을 좋아한다. 처음 90년대 초 중국에 초대 특파원으로 들어가 서점에서 자주 목격한 것은 중국의 최고를 모아 알리는 책자가 많더라는 것이다. 지금도 갖고 있는 책 중의 하나는 《중국지최대관(中國之最大觀)》이란 것인데,
이 책은 ‘중국에서 최고(中國之最)를 모아놓았다(大觀)’라는 것이다. 이 책의 서문을 보면
“중국은 역사가 유구하고 문화가 찬란한 오랜 문명국으로 허다한 세계의 최고, 또은 중국의 최고를 안고 있기에, 이러한 ‘최고’를 뽑아 계통적으로 정리하는 것은 중화민족문화를 드높이고 애국주의를 가르치는 유익한 시도인 것이다.”
라고 하면서 인류, 역사, 문화재, 정치, 경제, 교육 등 23개 항목별로 최고가 되는 사안들을 모아놓았다.
이 가운데 17번째 <교통> 항목을 보면 중국 역사에 나오는 최초의 다리는 서주(西周) 초기에 위수(渭水)에 건설된 부교(浮橋)로서, 문왕(文王)이 부인을 얻기 위해 “친히 위수에 나아가서 배로 다리를 만들었다”라는 기술이 《시경(詩經)》에 보인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돌다리는 중국 복건성에 있는 호도교(虎渡橋)로서, 길이가 23.7미터, 폭 1.7미터, 높이 1.9미터로 돌 무게가 207톤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돌다리라고 한다.
고대 중국에서 가장 긴 다리는 송(宋)나라 때인 1151년에 복건성 천주시에 완공한 안평교(安平橋)로서 바다를 건너 받침대를 세우고 그 위에 돌판을 깔아 만든 이 다리의 길이는 2.25킬로미터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러한 고대 다리는 구조공학상 높이 세우기는 어려웠기에 가장 높은 다리라는 항목은 찾아볼 수 없다. 최근까지 사례를 봐도 양자강이나 황하 등 중국의 큰 강을 건너는 다리도 길이가 긴 것으로 이름을 내었지만, 높다는 표현은 없었는데 개혁개방 이후 상해 황포강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양포대교(楊浦大橋)를 만든 이후 최근에 철제 빔이나 철근 등을 이용해 높은 교각을 세우는 현수교 시공능력이 발전하면서 중국의 건축계는 강과 바다, 계곡을 넘어 잇따라 높은 다리를 만들고 있고 그것이 세계 제일이라는 영예를 위해 경쟁을 벌이는 현상까지 낳고 있는 것 같다.
중국이 최근 세계 최고 높이의 다리라고 공개한 귀주성 화장(花江) 협곡대교가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다. 3년 여의 건설을 거쳐 지난 9월 말 개통된 화장협곡대교는 귀주성 류즈(六枝)에서 안룽(安龍)까지 연결하는 고속도로의 핵심으로, 다리의 총길이 2,890m, 두 개의 큰 기둥 사이 길이가 1,420m로 현재 세계 산악 협곡 지역 최대 경간(다리의 기둥과 기둥 사이)의 현수교라고 한다. 관심을 끄는 것은 교량 바닥에서 수면까지의 수직 높이는 625m로 높이 또한 세계 제일, 세계 최고란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다리로 등극한 것이다.
사진에서 보듯 다리 아래로는 까마득히 낮은 곳에 강이 흐르고 그 양쪽으로 산들이 포진해 있다. 맨 아래에서 다리 꼭대기까지의 높이는 얼마쯤 되는가 상상이 안 되는데 625미터란다. 이게 얼마나 높은 높이인가 하면 서울 남산의 전망대 꼭대기 높이가 해발 480미터인데 이보다 150미터 가까이 더 높다. 서울 남쪽 관악산의 높이가 632미터라니 말하자면 평지에서 보면 관악산 높이로 고가차도가 건설된 셈이다. 그런데 꼭대기의 실제로 해발높이는 780미터니 740미터인 도봉산을 40미터 이상 높은 다리이다.

이 다리는 2021년에 착공해 2023년 4월에 199미터에 이르는 교탑이 완성되었고 올해 8월에 다리 건설이 끝나자, 다리가 하중을 잘 견디는지 5일 동안 검사한 뒤에 지난 9월 말에 최종 완성되어 통행이 시작되었다. 중국 측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까마득한 다리 위에서 작업인들이 강철 와이어 등 재료들을 이어 붙이는 작업을 하고 있고 교각이 완성된 이후에는 무거운 중량의 짐들이 며칠 동안 다리면 위에서 하중검사를 받는 장면이 공개되었다. 이 장면은 1932년 9월 20일에 미국 뉴욕에 지어지는 RCA빌딩의 까마득한 철제빔 위에서 점심을 먹으며 쉬고 있는 작업인들의 사진이 겹쳐 연상(오버랩)된다.

이들은 69층으로 지상에서 260미터 높이에서 일을 하다가 아슬아슬하게 앉아서 쉬고 있고 그 밑으로 뉴욕의 고층건물들이 보여 보는 이들을 아찔하게 한다. 20세지 초 미국인들이 하던 그러한 일들이 이제 중국의 기술자들이 다시 해내고 있는 것이리라.

이제 고도의 건축기술을 확보한 중국인들은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 다리를 만들고 있다. 2021년 말에는 중국 상하이 옆 저장(浙江)성의 닝보(寧波)와 8개 섬을 잇는 총연장 74㎞의 중국 최장 해상고속도로 전 구간이 개통됐다. 바다 위에 고속도로를 건설한 것이다.
저장성 닝보(寧波)시 앞바다에는 옛 관음보살의 전설이 있는 저우산군도(舟山群島)가 있는데 이 일대 8개 섬을 잇는 최장의 고속도로를 바다 위에 만든 것이다. 저우산군도는 당나라 때 일본 스님이 오대산에서 관음보살상을 받아서 가다가 신라초라는 암초에 걸려 가지 못하다가 이곳에서 불공을 드린 후에야 무사히 가져갈 수 있었다는 전설이 있는데 고대에 당나라와 신라를 잇는 가장 중요한 해상교통로였다. 이 일대의 섬을 대륙으로 연결하는 바다고속도로가 무려 200리 가까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번에 귀주성에서 개통된 화장협곡대교는 그전까지 세계 최고높이의 교량으로 자랑하던 베이판장(北盤江) 제1교를 넘어선 새로운 기록이다. 중국의 험준한 산과 강은 그들의 의지에 의해 차례로 뚫리고 메워진다. 몇 시간이 걸리던 통행시간이 크게 단축되는 것은 물론 이러한 교통망으로 중국 오지들이 차례차례 발전될 여건을 갖추게 되었다.
이러한 중국의 세계 최고의 다리, 혹은 건물 건설은 단순히 세계 최고를 좋아하는 중국인들 허영심의 하나라고만 보아넘길 일이 아니다. 일찍이 만리장성을 쌓았던 중국인들이다. 비록 만리장성으로 지키려 했던 왕조들은 쇠망했지만, 세계 최대의 건축을 만들던 DNA가 살아있는 중국인들이 드디어는 세계 최고의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각 부문에서 잠에서 깨어난 호랑이처럼 열심히 뛰고 있는 것을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20세기 초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를 위해 온 힘으로 달렸던 것이 20세기 후반 일본으로 넘어갔고 다시 20세기 마지막과 21세기 초 한국이 그 바톤을 이어받았었다면 이제는 중국이 세계를 앞서서 달려 나가고 있다. 목표가 있는 사람들은 장애를 뚫고 성취를 이루어낸다. 먹고살 만하다고 목표를 잃어버리면 나라는 낙오되고 사람들의 정신도 질척거린다.
세계 제일을 외치던 일본인들이 1등이라는 목표를 잃고 나서는 사회의 발전이 뒤처졌다. 지금 경제적으로 여유가 많아져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육류나 생선들을 마구 수입해 소비하는 한국인들도 그 풍요로움 속에 목표를 잃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에게 목표가 없다면 우리들은 곧 뒤처질 것이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이 올 것이다.
꼭 세계 최고를 만들자는 것도 아니고 1등을 하라는 것이 아니댜.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목표를 재정비해서, 바짝 따라오거나 이미 넘어선 중국과의 경쟁도 게을리하면 안 될 것이라는 교훈을 중국의 잇단 대형 건설공사에서 엿보게 된다. 우리가 목표를 잃고 주춤거리는 사이에 전자와 자동차, 로봇 공학 등에서 우리가 중국에 한참 뒤처지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라는 가르침이 아닐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