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만주국 부의황궁 소감
세 차례 황제자리 오른 부의 (돌)
화려해도 애잔한 비틀 걸음 (빛)
애신각라 청조의 끝판 유희 (심)
탐욕의 허깨비들 보이던가 (초)
... 24.11.8. 불한시사 합작시
불한시사 고구려유적 답사여행은 집안 국내성과 고분들을 찾아보고 압록강 상류를 거쳐 통화의 라통산성을 오른 뒤 길림성 장춘에 이르렀다. 우리는 만주국 수도였던 신경(新京, 지금의 장춘)에 있는 근대의 사적지인 부의황궁을 찾았다.
일본이 세운 만주국(1932~1945)의 국가 원수이자 황제였던 부의(溥義)의 집무, 거주의 공간이었던 곳이다. 청나라 마지막 황제였던 애신각라(愛新覺羅) 부의는 일본 관동군에 의한 정치적 허수아비와 같았다. 중국 전통 황궁과 달리 서양식과 일본식이 혼합된 독특한 형태의 건축물이었다.
1945년 일본이 패망한 뒤 만주국은 붕괴되고 부의는 소련군에 의해 체포되어 중국으로 소환되어 옥살이하였다. 황궁 건물은 군사행정 시설 등으로 사용되다가 지금은 위만(僞滿) 황궁박물원으로 식민지 지배의 항일 역사교육의 현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필자는 30년 전 이곳을 찾아 정원에 있던 살구나무를 보며 시 한 수를 지은 바 있다. (라석)
溥儀宮杏樹(부의궁 살구나무)
未帝傀儡矮皇臣(미제괴뢰왜황신)
新京都號立長春(신경도호립장춘)
傀國虛名存史冊(괴국허명존사책)
孤城小苑寂如墳(고성소원적여분)
宮庭一樹花猶弱(궁정일수화유약)
囚影形容淚滿痕(수영형용루만흔)
往事蒼茫人不識(왕사창망인불식)
殘魂零落似寒雲(잔혼영락사한운)
부의집 살구나무
제국이 되지 못한 허수아비 나라의 왜소한 황제와 신하,
장춘에 신경(新京)이라는 새 수도 이름을 붙였네.
일본 괴뢰국의 헛된 이름만이 역사책에 남아
외로운 성, 작은 동산은 무덤처럼 적막하구나.
궁정에 서 있는 살구나무 한 그루, 꽃가지는 여위고
갇힌 그림자 같은 얼굴엔 눈물 자국이 가득하다.
지나간 일들은 아득하여 사람들은 알아보지 못하고
남은 혼백은 흩어져 차가운 구름처럼 떠도는구나.
. .. 라석시집 《창가에 두고 온 달》 (1995년 펴냄)에서
| ㆍ불한시사(弗寒詩社)는 문경의 불한티산방에서 만나는 시벗들의 모임이다. 여러 해 전부터 카톡을 주고받으며 화답시(和答詩)와 합작시(合作詩)를 써 왔다. 합작시의 형식은 손말틀(휴대폰) 화면에 맞도록 1행에 11자씩 기승전결의 모두 4행 44자로 정착되었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정형시운동으로 싯구를 주고받던 옛선비들의 전통을 잇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