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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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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개구리들의 세상

아무 죄도 없는 개구리에 대해 짜증을 내는 세태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257]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장마철로 접어들어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살판이 난 동물세상이 있다. 바로 개구리들이다. 집으로 가기 위해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면 조경을 위해 파놓은 작은 연못에서 개구리와 맹꽁이들이 정말 제 세상을 만난 듯 목소리를 높인다. 몇 마리가 그러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고막이 멍멍하다. 거기 돌맹이라도 하나 떨어지면 잠시 조용하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운다. 그 울음소리가 그야말로 개골개골하기에 혹은 귀를 멍멍하게 하기에 이 작은 동물의 이름도 개구리나 맹꽁이일 것이다. 자기들이 제철을 만나 신이 나서 우는 것은 좋지만 그게 사람에 따라서 듣기에 무척 괴롭고 힘든 경우도 있을 것이다. 누구는 기분이 울적할 때는 이렇게 너무 시끄럽게 우는 것을 들으면 심사가 뒤틀린다. 조선왕조 광해군, 인조 때 글을 잘해 유명해진 계곡(谿谷) 장유(張維, 1587~1628)는 한양의 서쪽에 살면서 개구리들의 울음소리에 짜증이 난 모양이다. 생육하고 번식하여 / 生育繁息 그 수를 헤아릴 수도 없는데 / 厥麗不億 이때다 생각하고 / 乘時得意 떠들썩하게 기분 내며 / 叫呶自嬉 패거리들 이끌고 와 / 命儔引類 턱을 치 받들고는 / 張頷樹頤 한목소리

40년 만의 호암미술관 소풍

이병철이라는 기업인의 앞선 혜안을 재확인하다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255]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주말에 호암미술관 공부하러 가는 것 어떠세요?" 문화와 예술을 좋아하는 분들의 작은 모임에서 누군가 제안하자 선뜻 좋다고 응답한 것은 아주 오래전에 가 본 호암미술관이 궁금해서였다. 40여 년 전의 일이 생각나서다. 1982년 4월 용인 자연농원의 부지 한쪽에 이 미술관이 완공되어 개관기념으로 소장하고 있는 미술문화재를 공개한다고 했다. 당시까지 삼성그룹의 이병철 회장은 당대 최고의 미술품을, 심혈을 기울여 모아왔고 그것을 공개하겠다고 하니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될 때였던 것이다. 그때 당시 KBS는 다른 언론사에 앞서 단독으로 작품들을 촬영하고 해설을 붙인 영상물을 만들어 정규 9시 뉴스 시간에 7분 30초란 시간 동안 내보낸 적이 있다. 그것을 위해 필자가 미리 사흘 동안 현지에 가서 촬영 취재를 했었고 그러한 최고의 수집품 공개에 따른 반향도 컸다. 그곳에 간다니 문득 어릴 때 소풍 가는 기분이었다. 다른 분들도 그랬단다. 나는 개관전 때 받은 명품도록, 40년 동안 이사 때마다 갖고 다니던 도록을 꺼내어 다시 보았다. 신축한 미술관 건물과 겸재의 인왕제색도를 각각 겉과 본체 표지로 쓴 것이 새삼스럽다. 그때는 자연농원

만능 비서가 온다니까요

대화 잘하고 때로는 마음까지 어루만져 주는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254]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요즘엔 하루하루를 기대 만방으로 살아가고 있다. ‘7학년이 넘었는데 뭐를 기대한단 말인가’라고 물을 것이지만 만능 인공지능(AI) 비서가 온다고 하니 그 비서를 기다리는 재미가 있는 것이다. 그 비서를 옆에 두고 이것저것 물어가면서 대화를 하고 싶다. 기왕이면 그 비서가 인체의 형상, 특히나 이쁜 여성의 형상에다가 목소리도 이쁘면 더 즐겁겠다. 지난달 중순에 구글이 ‘프로젝트 아스트라’라는 것을 발표하면서 일상생활 구석구석에 도움이 되는 유니버설 비서를 만든다고 발표한 것에서 촉발이 되어 가장 멋진 비서를 만드는 경쟁이 업계에 시작된 상황이니 우리 같은 사람은 이제 기다리지 않을 수 없다. ​ 카메라를 켜서 AI에게 주변 환경을 보여주고 그 상황을 놓고 대화를 할 수 있는 ‘제미나이 라이브(Gemini Live)’ 기능이 이미 선보였다고 한다. 우리들은 기억력이 제한되어 있어 경치를 보고는 잊어버리고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도 잊어버리는 수가 많은데 이 구글 비서는 우리보다 훨씬 똑똑할 것이니 그 모든 경치를 기억하고 또 사람들 얼굴을 기억해서 우리가 기억나지 않을 때 금방 누군지 알려줄 것이다, 이런 로봇 비서가 올여름 출시된

비목은 증언한다

전쟁에 참여하고 죽은 분들을 위한 DMZ 추모공원을 세우자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253]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동족상잔의 비극을 이 땅에 가져 온 6.25 남북 전쟁이 일어난 지 74년이 되었다. 그 전쟁이 끝나지 않고 휴전 상태에서 남북의 허리가 잘려 서로 여전히 총을 겨누고 있는지도 70년이 넘었다. 6.25 전쟁의 총성과 포화가 멈춘 지 12년이 된 1965년 가을밤, 대학에서 국악을 전공하고 초급 육군장교가 된 청년은 북한 땅이 내려다보이는 휴전선 GP에서 근무하면서 눈 앞에 펼쳐지는 광경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눈 밑의 골짜기와 저 앞 산등성이는 전쟁 막바지에 가장 처절한 전투가 벌어진 곳. 서로가 고지를 뺏느라 남북 양측의 청년들이 비 오듯 쏟아지는 총탄 속을 뚫고 산비탈을 기어오르던 곳이 아닌가? 여기저기 터지는 포탄에 바위가 깨져 흙이 되고 그 흙 속에 젊은이들의 피가 흐르고 배어들었던 곳이었는데 밤이 되니 교교한 달빛 속에 저 아래 흐르는 냇물 옆에 작은 노루 한 마리가 물을 마시러 나왔구나. 노루는 여전히 남북의 군사들이 경계근무를 하며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데도 여기서 죽어간 그 많은 영령의 비명과 눈물을 아는 듯 모르는 듯 물만 마시고 있구나. 그 옆에는 이름 모를 꽃들이 무심히 피어있고 벌나비눈 그 꽃동산에서

6월은 다시 오는데

언제나 전쟁 걱정 없이 유월 생명의 환희가 올까?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252]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지난주 봄이 너무 빠르게 가고 있다는 한탄을 하며 감성에 빠지다 정신을 조금 차려보니 문득 한 해의 시곗바늘이 5월을 지나 내일모레 6월을 가리키려 하고 있다. 어이쿠 벌써 6월인가? 한겨울 춥다고 봄이 오기만을 기다리던 때가 언제였는데 이제 봄도 다 가고 일 년의 절반의 고비를 향해 시간이 달려가고 있음을 다시 느낀다. 이미 연한 봄기운을 벗어버리고 왕성한 젊음을 과시하려는 나무와 풀들 사이로 새들의 지저귐을 향신료처럼 맛보는 사이에 이제 6월이구나.​ 계속되는 고온과 때때로 알맞게 내리는 비로 우리들 대부분이 사는 아파트라는 거주 공간의 담벼락마다는 넝쿨장미가 제 세상인 듯 폼잡고 피어있다. 그 장미들이 너무 심하게 자기자랑을 하는 것은 아닌가? 찬란한 아침이면 족하지 않은가 가만히 있어도 응어리진 채 떠난 수많은 이들에겐 짙은 녹음조차 부끄러운 나날인데 남은 자들은 여전히 들끓고 있다 게다가 어찌 모두 빨간 장미만 쫓고 있는가 ​ 그래도 묵묵히 황허한 골짜기를 지키고 있는 건 이름 모를 나무와 한결같은 바람인데 가슴을 저미는 것은 풀잎의 노래인데 유월에 들면 잠시라도 영혼의 향기가 느껴지지 않는가 ... 임영준, <

이제 정말 봄날이 가네

아름다워서 너무나 슬픈 이야기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251]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개나리 진달래가 피고 지고, 산벚꽃 철죽이 피고 지고, 아카시아 꽃도 피고 지고, 그다음엔 진한 향기의 찔레꽃이다. 뻐꾸기도 운다. 그 많은 꽃의 습격이 다 지나가고 연두색 봄날은 짙은 녹색으로 변하면서 이제 우리 곁을 떠나려 하는구나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사람들, 특히나 중년 이상의 남성들은 봄이 좀 가면 막걸릿잔이라도 앞에 놓고 이 노래를 듣고 가사를 따라 부르곤 한다. 봄이 가는 것이 괜히 서글픈 까닭에서이리라.​ 가수 백설희 씨가 1953년에 발표한 이 노래는 작사가가 누군지 작곡가가 누군지는 상관도 없이 그저 이미 대한민국의 봄을 맞이하고 보내는 사람들의 심사(心思)를 대신하는 노래로 사람들의 심금을 파고들었다. 당시는 6ㆍ25전쟁으로 사회 전반이 혼란스럽고 힘든 시기, 이런 때에 봄날의 아련한 풍경이 전쟁에 시달린 사람들의 한을 살포시 담아서 풀어주었고 그것이 계속 사람들을 통해 계속 명곡으로 사랑을 받아온 이유라고 분석하던데 그것은 옛날 이야기이고 이제는 중년 이상의 남성들이

부처님 오신 날 생각한다

절에 가서 부처님을 보면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250]

[우리문화신문=얼이동식 인문탐험가] 얼마 전 존경하던 스님 한 분을 여의었다. 이 세상에 없으니 여의었다는 표현이 적당할 것 같다. 그 스님은, 많은 스님이 그렇듯이, 소탈하고 명랑하고 맑으시며, 해학도 있어 만나면 즐겁고 기쁘고 깨우침이 있었다. 고승이라고 무게 잡으시는 일도 없고 방장이 되신 다음엔 선방에는 큰 거울을 걸어놓아 스님들이 스스로 들여다보라고 했고, 젊은 스님들이랑 밭에서 울력하면서 농작물을 거두어 세상에 신세를 안 지고 사는 삶을 이끄는 모범도 보이셨다. 스님으로 사신 지가 꼭 50년이란다. 이런 분이 있기에 우리 절은 많은 분에게 안식과 평온. 삶의 고통에서의 해방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꼭 부처님이 계셔서만이 아니라 이런 분들의 삶을 통해 부처님이 가르쳐주신 삶의 길을 현실에서 배우는 것이리라. 영결식 뒤 다비장으로 가면서 영정 뒤를 따르는 수많은 만장은 그런 신도들의 존경심과, 이제 가까이서 더 만나지 못한다는 아쉬움 또는 슬픔을 표현하였을 것이다 인간은 모두 태어나서 일정 기간 살다가 무(無)로 돌아간다. 생명을 받아 살아가는 동안 모두가 잘 먹고 잘 사고 싶어 한다. 그리고 죽음의 공포를 넘어 사후에도 마음이 편안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