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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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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헌에서 만난 ‘황기로’

매화와 같은 고결한 삶을 살아야 하는 까닭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173]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지난 늦가을 강릉의 오죽헌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말은 많이 듣고, 그 앞을 지나간 적도 있지만 들어가 본 적은 없기에 사실상 처음 방문이다. 오죽헌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필자보다 더 잘 알 테니 설명은 그야말로 사족일 것이다. 그런데 그 안에 있는 기념관에 갔다가 깜짝 놀란 발견을 했다. 바로 황기로의 글씨가 전시되어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었다. 그렇구나. 광초(狂草)로 알려진 황기로의 서예 필치를 여기 오죽헌에서 보다니. 과연 그의 필은 거침이 없다. 낙동강 물을 검게 물들이며 연습한 초서 아니던가? 이미 알려진 대로 황기로는 경북 선산 사람이고 그곳에 그의 유적이 있다. 곧 매학정이란 정자가 그것이다. 이 매학정의 사연이 꽤 가슴 아픈 얘기다. ​ 선비들의 나라라 할 조선왕조의 역사에서 선비들이 가장 통탄하는 일은 조광조를 탄핵해서 죽음에 이르게 한 일일 것이다. 조선 중종에 의해 발탁된 조광조는 선비들의 이상인 도학정치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다가 급격한 개혁에 따른 훈구공신들의 반격으로 기묘사화를 당해 능주로 귀양 가고, 한 달 만에 사사되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조광조를 탄핵하는 데 가

온계 선조를 다시 모셨습니다

선조의 유덕을 모든 이와 함께 나누고자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172]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조상을 바로 모시고 그 유덕을 이어가는 것은 후손의 당연한 도리라고 들었습니다. 조상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는 숨어있는 역사를 찾아내고 유적을 복원해서 조상의 생각과 일생의 업적을 드러내야 합니다. 효경의 첫머리에 나오는 대로 ​ "세상에 나아가 도를 행하고 이름을 후세에까지 날리면 그것이 곧 효의 마지막이다 立身行道揚名於後世 以顯父母孝之終也"​ 란 귀절이 있습니다만 꼭 자손이 출세해서 이름을 날리지 않더라도 적어도 조상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후세에 전하는 것, 그것이 바로 효도임을 부정하실 분은 없을 것입니다. 저는 온계(溫溪) 이해(李瀣 1496~1550)의 자손입니다. 조선조 중종, 인종, 명종 때 대사헌, 황해감사, 청홍도(충청도)관찰사, 한성부 우윤 등을 지내시다 누명을 쓰고 돌아가신 분이지요. 올해가 선조 돌아가신 지 472년입니다. 그동안 선조에 견줘 선조를 알리는 일에는 후손들이 제대로 못 해 죄송스러웠습니다만 선조의 행적을 알리는 온계평전의 발간, 신도비각의 중수, 묘소 가토중수 등의 일을 올해까지 끝냄으로서 선조를 알릴 최소의 준비를 후손들이 다 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토요일에 그것을 기념해서 안동 도산면

사장님, 보내드리기 싫습니다

위대한 영화인이셨던 이태원 사장님께 바치는 추모사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171]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벌써 1년이 지났군요. 사람들이 흔히 쓰는 이 말을 사장님께 써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이게 현실이 되었습니다. 1년 전 갑자기 송혜선 대표로부터 영면하셨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지요. 그 전부터 비록 저를 못 알아보시더라도 꼭 뵙고 손을 잡고 당부를 드리고 싶었는데 1년 반 동안 닫혀있던 중환자실의 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습니다. 저는, 사장님이 저한테 맥주 한 잔이라도 사주시라고, 그러려면 일어나시라고 간곡히 당부를 드리면, 틀림없이 들어주실 것이란 확신이 있었지만, 그 확신을 시험해볼 기회조차 없이 사장님은 먼 나라로 가셨지요. 하얀 국화꽃으로 장식된 단 위에서 웃고 계시는 사장님, 평소에 뵙던 밝은 웃음, 싱긋하던 입모습 그대로였는데 이제 더 뵐 수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렸습니다. 그리고는 발인에 참석하지 못하고 분당 어디 유명한 공원묘지에 좋은 데를 마련해서 그리로 보내신다는 소식에 그런가 보다 하고는 좋은 데 가셨겠지 하고 사장님을 그쯤에서 보내드린 것인데 어느새 일 년이란 시간이 정말로 훌쩍 지나갔군요. 그러고 일 년이란 시간이 훅 지나면서 많이 죄송했습니다. 그동안 사장님을 잊고 있었던 것 같은 반성이 일어

수국의 가을

수국, 그 자태만을 기억하며 자연 속으로 보내주자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170]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이미 많은 나뭇잎이 옷을 갈아입고 어디론가 부지런히 가고 있다. 10월도 마지막 주로 접어들자 곳곳의 단풍이 화려하게 물들어 눈과 마음을 취하게 한다. 마치 이들 단풍이 곧 멀리 떠날 것이라는 생각 대신에, 영원히 우리 주위에 머물어줄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드는 느낌이다. 그만큼 서울 시내 어디나 수목이 많아져 곳곳에 단풍이 황홀하게 물들어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며칠 전 상강이란 계절의 변환점을 지났기에 이들은 곧 우리 곁을 떠날 것임을 부정할 수가 없다. 가을의 서글픔을 말없이 대변하는 것으로 수국이 있다. 지난 5월부터 서서히 피기 시작해 청초하면서도 화려한 용모를 자랑하던 수국이 어느 틈엔가 색깔이 변해가기 시작해 이제는 완연히 누런 갈색으로 변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젊은 날의 그 기품을 생각하면 볼품이 없어진 얼굴이 불쌍해 보이는 것은, 모든 생명이 걸어가는 길이기에 새삼 서러워할 일은 아니라 하더라도, 쓸쓸한 마음이 드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 기억하는가? 5월 말 시작된 푸릇푸릇한 꽃의 잔치를? 수국이란 중국 이름 수구(繡球) 또는 수국(水菊)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보며, 옛 문헌에는 자양화(紫陽花)라는

우수의 계절에 김우수 씨를 생각함

배달인들에게 주머니 난로 정도의 작은 도움이라도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169]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어느새 가을이 왔구나. 이따금 찬 바람이 불고, 늦은 비라도 방울방울 볼을 때릴 때면 나도 모르게 우수에 젖게 된다. 패티 킴의 노래가 생각나기도 한다. 이런 때에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성은 김이요, 이름은 우수라고 했다. ​ 왜 이름이 우수일까? 봄을 알리는 봄비를 뜻하는 우수일까? 가을을 재촉하는 빗방울처럼 쓸쓸한 마음의 우수일까?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서 설명을 들을 수도 없고 물어볼 수도 없다. 김우수라는 사람은 11년 전 9월 23일에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승용차와 충돌하는 사고를 당했다. 그리고는 병원에 실려 간 뒤 25일 만인 이달 10월에 저세상으로 갔다. 1957년생이라고 하니 그때 나이가 55세, 60도 되기 전이다. ​ 그는 중국집에서 짜장면과 우동을 배달하던 중이었다. 급히 병원에 실려 갔지만 세상을 떠나게 되자 이 사람이 누구인지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게 되었다. 그는 부모를 모르는 고아였다. 일가친척도 없었다. 고아원에서 나와서 험한 세상에 던져지자 누구처럼 사고도 치다가 방화범으로 감옥에 들어갔다. 거기서 소년소녀가장들이 사는 것이 무척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세상에 나와 오토바이로

한글날 하루 쉬니 좋지요?

지도자는 좋은 목적으로 영민할 필요가 있다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168]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이번 주 월요일은 휴일이었다. 주초부터 휴일? 그것은 하루 전 일요일이 한글날 공휴일이었는데 일요일로 쉬지 못하니 대체해서 휴일을 하나 더 내주었기에 휴일이 된 것이었고 이 때문에 직장인들은 사흘 연휴를 일주일 만에 다시 즐긴 셈이 되었다. 이렇게 연휴의 계기를 마련한 것은 말할 것도 없이 한글날이 공휴일이기 때문이고, 이렇게 한글날을 공휴일로 기리게 된 것은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어주신 덕택이다.​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문자 와로 서르 사맛디 아니할세 이런 전차로 어린 백셩이 니르고져 홀베이셔도 마참네 제 뜨들 시러펴디 몯할 노미하니라 내 이랄 윙하야 어엿비 너겨 새로 스믈 여들 짜랄 맹가노니 사람마다 해여 수비니겨 날로 쑤메 뻔한킈 하고져 할 따라미니라 고등학교 시간에 배운 이 훈민정음 서문은 세종대왕이 이 새로운 글자를 만든 뜻을 천명한 것으로 유명하고 아마도 많은 우리 국민은 다 외울 것이다. 정말로 백성들이 서로 의사소통이 잘 안되는 어려운 실정을 풀어주기 위해 새로운 문자체계인 훈민정음을 만든 까닭을 간명하게 밝혀주고 있다. 다만 이 글을 실은 《훈민정음 해례본》을 보면 맨 뒤에 댱시 예조판서인 정인지가 이 어제

서울대공원, 초가을의 편지

작은 정성이나마 이웃을 위해 내놓는 것이면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167]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한해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달'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달이 바뀌었다고 카톡에 날아오는 계절 축하카드를 뒤로 하고 우리, 곧 나와 집사람은 김밥이랑 물이랑 과일을 배낭에 넣어지고는 버스와 전철을 바꿔타고 멀리 과천 서울대공원으로 향했습니다. 아침 10시 대공원 입구에는 어린아이들 손을 잡은 젊은 부모들로 벌써 인산인해입니다. 사흘 연휴인 데다가 날씨가 너무 좋고 공기도 깨끗해 마치 5월 초 느낌입니다. 이들을 따라 공원 안으로 들어가면서 우리는 깜짝 놀랐습니다. 근 40년 만에 다시 보는 대공원은 수목이 울창하고 곳곳에 그늘과 쉼터가 있는 아주 좋은 공원이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1980년대 초 몇 년 동안 과천의 작은 아파트에서 살 때 어린이였던 두 아들을 데리고 몇 번 온 적이 있는데 근 4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 다시 보니 서울대공원은 막 개장했던 당시의 썰렁한 풍경이 아니었습니다. 풍성한 수목원 같았습니다. 그리고 느티나무 등 몇몇 나무의 잎들은 벌써 가을을 맞는 기쁨을 뺨에 내보이고 있었고요. 동물원 한 가운데를 빙 도는 큰길 바깥쪽으로는 식탁 겸용 야외용 의자들이 많이 마련돼 있어서 어린이들을 동반한 젊은 부부들이

여기 한국 맞습니까?

이탈리아에서 온 신랑 쪽 하객들 모두 한복 입어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166]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문경 새재에 가본 사람들은 제1관문 앞에 넓은 잔디밭이 조성된 것을 보았을 것이다. 지난 일요일에 이 잔디밭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청사초롱이 걸린 것을 보니 혼례식인 모양이다. 이날 혼례식은 필자의 외사촌 딸이 이탈리아 신랑을 만나 한국에서 혼례를 올리는 것이었다. 보통 전통혼례도 요즈음엔 보기 어려운데 문경 새재 야외에서 펼쳐지는 행사라고 해서 필자는 친척의 일원으로서 정말 오랜만에 실제로 전통혼례를 관람할 수가 있었다. 그런데 이날 혼례식에 신부 쪽 축하객들은 거의 다 양복과 양장을 입었는데 이탈리아에서 온 신랑 쪽 하객들은 모두 한복을 입고 나왔다. 이래도 되는가? 우리의 옷 한복을 이탈리아 사람들이 입고, 그들의 옷을 우리나라 사람들이 다 입고 나왔다니. 여기 혼례가 벌어지는 곳이 이탈리아라면 이해가 되겠는데 한국이지 않은가? 참으로 이율배반적인 현상이자 현실이지만 전통혼례로 치루는 그 자체가 우리는 반갑다. 이날 대례청은 주흘문 앞 넓은 잔디밭에 마련되었다. 사람들이 많이 봐야하기에 병풍을 치지는 않았지만 초례상에는 쌀, 대추, 생밤, 화병이 놓였다. 신랑이 신부에게 기러기를 바치는 전안례(奠雁禮)가 시작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