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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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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맑은 물가에서

도심에서 함께 백로ㆍ해오라기를 볼 수 있는 것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269]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도시에서 복잡한 자동차 행렬과 아파트 숲 사이에서 살다 보니 맑은 물이 흐르고 새가 날아드는 자연환경이 그리운 것은 나만의 일이 아닐 것이다. 서울이라는 도심 한가운데에 청계천을 다시 파고 물이 흐르도록 한 효과를 알게 된 이후에 지자체들도 물길이 있으면 주변을 깨끗하게 정비하고 나무와 꽃들이 자라는 터를 다듬어주니 맑은 물이 흐르는 아름다운 공간이 많아졌다. 청계천에서 지난봄 눈처럼 흰 해오라기를 한 마리만 만난 것도 그 덕택이었을 것이다. 내가 사는 동네인 서울 은평에는 북한산 서북쪽 자락에서 구파발 쪽으로 흘러내리는 구파발천이라는 작은 하천이 있는데 거기에 가끔 해오라기나 왜가리가 날아와 눈을 즐겁게 한다. 가을로 접어들면서 파래진 하늘이 개울물에 비치면 거기서 긴 목을 빼들고 조용히 서 있다가 물속에 작은 물고기라도 보면 먹이를 잡아먹곤 하는 모습이 정갈해서, 하천을 따라 바쁘게 걷다가도 발길이 잡혀 한참을 보게 된다. 참으로 멀리 가지 않고도 자연 속 생명의 세계를 느끼게 된다. 이런 물가에 날아오는 새는 이름이 조금 헷갈린다. 백로과인 것은 틀림없는데, 그게 백로인지, 왜가리인지, 해오라기인지가 헷갈리는 것이다.

이젠 도시가 고향입니다

달빛을 받아 마음을 가라앉히다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268]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그래도 천만다행이었다. 한가위 전전날 오후부터 시원한 바람이 불어 한가위 준비를 하던 주부(主婦)나 새로운 직종인 주부(廚夫, 부엌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땀을 조금이라도 식혀주었으니 말이다. 예년보다 보름 정도는 빨리 온 올해 한가위는 30도가 넘는 불볕 무더위로 하늘만 처다보다가 아침 기온이 내려가서 그나마 한가위 느낌이라도 가지게 되었으니 그나마 고마운 일이다.​ 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래도 내가 끝없이 무너지는 어둠 속에 있었지만 이제는 조용히 다시 만나게 될 아침을 생각하며 저물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하는 잔잔한 넉넉함입니다. ... 도종환 '가을 사랑' 닷새라는 연휴가 이어지면서 고향을 찾는 차량도 다소 분산돼 예전처럼 아주 심한 고생을 하지 않았고 한가위 전날 귀성전쟁보다도 귀경전쟁으로 고속도로가 크게 막힌 것을 보면 연휴 분산효과는 확실했다. 아마도 그 전날 미리 고향을 갔다가 대도시로 돌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뜻이리라. 그러니 이반 한가위는 고향집에서 보낸 분들이나 도시로 돌아온 분들이나 한가위를 즐기는 방법은 조금 달라졌을 것이다. 다만 어디서건 흩어진

울 밑의 맨드라미를 보시면...

고모령 고개에 담긴 어머니의 마음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267]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9월로 접어들어 아침저녁 공기는 선선해졌지만 이미 중순인데도 한낮은 여전히 30도를 넘어 여름을 벗어나기가 이리 어렵나 하는 탄식이 나도 모르게 토하게 한다. 우리들은 늦더위를 참아야 곡식과 과일이 익어 풍성한 가을이 온다는 것을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들었으니 참고 이길 자신은 있다. 더구나 다음 주가 한가위 아니던가? 곡식도 과일도 많이 많이 익어 우리의 한가위가 풍성해서 즐겁고 행복한 명절이 되기를 빌어본다. 지난주 친구 하나가 뜰에 핀 빨간 꽃 사진을 하나 보내준다, 이 꽃은 이쁘고 아름다운 꽃이 아니다. 울퉁불퉁, 삐쭉삐쭉한 꽃잎들이기에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기 어려운데 막상 여름을 다 지나고 이 꽃을 보니 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맨드라미꽃이다. 시골의 담벼락이나 울 안, 사립문 부근에 많이 피지 않았던가? 도회지에 그런 곳이 없어 이미 꽃을 본 지 너무 오래되었다. 그러다가 친구 사진으로 보는구나. 사실 맨드라미는 보기만 해도 덥다. 꽃은 달린 것이 아니라 몸체를 누르고 있는 것 같다. 빛깔도 걸쭉한 붉은빛이다. 한여름 뜨거운 태양을 생각게 한다. 그러기에 이 꽃은 아름답다고 보기보다는 괴상하다고 보는 사람이 대

파리의 외로운 학(鶴) 한 마리

프랑스 사람들에게 우리 전통음악의 매력 보여주길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266]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저는 학입니다. 저는 지금 프랑스 파리에 있습니다. 보통은 하얀 색이지만 지금 저의 몸에서는 황금빛 광채가 은은히 퍼지고 있는데 혹 보이시나요? 저는 가끔 두 다리를 곧게 펴고 날아오르기도 합니다. 제가 있는 곳이 박물관 전시장의 진열창 속이고 제가 발을 딛고 있는 곳은 오동나무 판이어서 이따금 날개를 펴고 솟아올라 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사실은 재미가 좀 없습니다. 누가 봐주면 좋겠는데 여기 프랑스 사람들은 제가 여기 있는지를 모르는 지 거의 오지 않고요, 저의 존재를 알 만한 한국 사람들도 별로 오지 않으니까요. 저는 한국에서 왔습니다. 이곳에 온 지 120년이 넘었습니다. 제 나이요? 학은 천 년을 살 수 있는 것 아시지요? 제가 처음 한국 땅에 내려온 것이 고구려 24대 양원왕陽原王(재위 545∼559) 때인데 그때는 막 부화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니까 그때부터 치면 1,500살이 조금 안 됩니다. 당시 왕산악 선생이 중국에서 온 7줄의 칠현금이란 악기 대신에, 밤나무로 밑판을 대고 그 위에 오동나무로 울림통 덮개를 덮은 6줄의 새로운 악기를 만들었기에 그것을 축하한다고 높은 하늘에서 내려왔는데 그때 사람들은 검푸

눈을 감고 맞읍시다

그렇다 이젠 사랑을 실천해야 하는 계절이다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265]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잠시 눈감고 바람소리 들어보렴 간절한 것들은 다 바람이 되었단다 내 바람은 네 바람과 다를지 몰라 바람 속에서 바라보는 세상이 바람처럼 떨린다 ... <바람편지>, 천양희​​ 그래 이제 길고 긴 더위에 지친 우리들이 눈을 감고 마음을 열어야 할 때가 되었다. 한여름 무더위가 언제 갈 것인가? 한낮부터 밤까지 땀을 흘리던 우리들의 바람은 이 바람이었다. 우리의 '바람'처럼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라는 것이었다. 그것이 '어느새', 아니 '마침내' 오고있는 것이다. 그것은 또 늘 그렇지만 새해가 시작된 게 어제 같은데 한 해로 치면 3분의 2가 가고 있다는 뒤늦은 인식과 함께 온다. 이제 올해의 3분의 1이 남았을 뿐이라는 탄식과 같은 것 아닌가? 곧 9월이라 뜻이다.​ 푸른 옷 벗어 놓고 새 옷을 입는구나 한 철이 지나가고 새 계절 맞이하니 9월이 물드는 것을 그 누구가 막으랴 ... <물드는 9월>, 오정방​​ 초복ㆍ중복ㆍ말복을 지나고, 입추와 처서도 지나고, 9월이다. 입추(立秋)에서 보름이면 처서(處暑)인데 그것도 지났으니 이제 계절로는 분명 가을이렸다. 아직 한 낮에는 그렇지 않지만, 최장의 열대야

광복을 위해 몸 바친 이들을 생각하면

독립운동가 후손에게 장학금, 도산 안창호함 승조원도 참여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263]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올해 제79돌 광복절을 맞아 일제강점기 빛바랜 수의(囚衣)를 입고 옥중 순국한 독립유공자들에게 독립운동 정신을 담은 한복을 입혀드리는 운동이 추진중이다. 국가보훈부와 빙그레는 8월 한 달 동안 옥중에서 순국한 독립유공자 87명에게 인공지능기술을 활용해 한복을 입은 모습으로 변신시켜 새로운 영웅의 모습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하는 ‘처음 입는 광복’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 운동에 포함된 독립운동가는 국가보훈부 공훈전자사료관 내에서 옥중 순국으로 기록된 독립운동가 가운데 일제감시대상 인물카드 등에 수의(囚衣)를 입은 사진이 마지막 모습으로 남은 87명이 대상이다. 이들 가운데는 안중근(1962년 대한민국장), 안창호(1962년 대한민국장), 강우규(1962년 대한민국장), 신채호(1962년 대통령장) 등의 독립유공자들이 포함되어 있다. 온라인 사진전(처음입는광복.com)에는 독립운동가 87명의 복원 전ㆍ후 사진과 인물별 공적이 정리돼 있다. 좋은 발상이지만 나라가 진정으로 챙겨야 할 데는 또 있다. 독립운동에 몸을 바친 분들의 후손들이다. 우리 주위에 독립운동에 헌신한 분들은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갖다 바쳤다. 후손들은 교육도

이런 게 왜 김해에서 나왔지?

집에 있는 청동솥과 몽골여행에서 만난 청동솥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262]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우리 집에는 청동으로 된 약간 길쭉한 솥 같은 것이 하나 있다. 사진에서 보듯 이 솥의 양쪽에는 고리가 있다. 고리는 터져 있어 거기에 긴 막대를 끼면 지상 위로 올려 세울 수 있고, 그 밑에 불을 피워서, 물을 끓이거나 그 물로 고기, 푸성귀 등을 익혀 먹을 수가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이동이 가능한 주방용 솥 혹은 냄비인데, 보통 청동으로 만들었다, 학자들은 이 솥을 청동솥 혹은 한자어로 동복(銅鍑)이라고 한다. 1995년 무렵 필자가 북경에서 기자생활을 할 때 골동품 시장에 갔다가 우연히 발견하고 사 놓은 것이다. 북경 골동품 시장은 별의별 것이 다 나온다. 눈이 아플 지경이고 그 가운데는 상당수가 가짜 위조품이다, 그런데 필자가 왜 이 솥에 눈길이 꽂혔을까? 그것은 이와 비슷한 청동솥(동복)이 김해의 대성동 유적에서 나왔기에 그것과 비교가 된다는 생각에 선뜻 소장하게 된 것이다. 김해 대성동 유적은 1990년대 초 김해읍(당시) 한쪽 언덕에 조성된 3~4세기 가야시대 무덤군을 발굴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것인데 여기 29호분과 47호분에서 각각 사진과 같은 동복(편의상 동복이라고 부르자)이 나온 바가 있다. 필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