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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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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지고 읽힌 일의 그물을 당겨줄]벼리

[하루 하나 오늘 토박이말]벼리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철이, 온이 겨울로 가득 차는 온겨울달의 열여섯째가 되는 날입니다. 하지만 날씨가 어제보다 따뜻하고 여느해보다 따뜻한 날이 이어질 거라는 기별에 마음까지 따뜻해졌습니다. 나라 안팎에서 들리는 기별 가운데 통일부 장관을 지낸 분들이 "나라의 대북 정책이 헌법의 원칙을 벗어났다"며 걱정 어린 쓴소리를 던졌다는 기별이 있었습니다. 나라의 큰 기틀이 흔들린다는 말씀에 마음 한구석이 쓸쓸해지는 분들도 계실 것같습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생각을 서로 나누고 좋은 수를 찾아가야 하는 때, 우리는 쓰는 말도 좀 가려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핵심'이나 '기강' 같은 딱딱한 한자어 대신,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그물을 손질하며 쓰시던 거칠지만 힘 있는 토박이말, '벼리'를 썼으면 하는 마음에 오늘은 그 말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벼리'라는 말은 본디 그물의 위쪽 코를 꿰어 오므렸다 폈다 하는 '으뜸 줄'을 뜻합니다. 그물에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코가 있어도 이 벼리를 잡고 당기지 않으면 그물은 그저 헝클어진 실타래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말은 '일이나 글의 뼈대나 줄거리'를 뜻하는 말로 널리 쓰이게 되었습니다. 이 말의 맛

[푸른 하늘을 여는 길]

[하루 하나 오늘 토박이말]하늘길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기별종이(신문)에는 참 시원하면서도 어머어마한 이야기가 실렸습니다. 우리나라의 이름난 큰일터 으뜸빛(대기업 회장)들이 앞날의 먹거리를 찾으러 온 누리를 오갔는데, 이들이 올해 오간 길이가 지구를 열 바퀴를 돈 셈이라고 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싸움터에서 온 힘을 다해 뛰고 있는 이들의 애씀을 '하늘길 경영'이라 부른다는 대목에서 오늘의 토박이말을 떠올렸습니다. 오늘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말은 앞서 알려드린 말이자 기별 종이에서 만난 '하늘길'입니다. '하늘길'은 앞서 알려드린 바와 같이 '하늘을 나는 길'을 뜻하며, 우리가 흔히 '항로(비행기가 다니는 길)'를 빗대어 이르는 토박이말입니다. 이 말은 '하늘'과 '길'이라는 두 가지의 맑고 쉬운 우리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하늘'이 주는 탁 트인 넓음과 '길'이 주는 맞섬과 일굼(도전과 개척)의 뜻이 더해져, 왠지 모르게 마음을 울리는 힘을 품고 있습니다. 비행기가 다니는 길이라는 뜻을 넘어, 우리가 무언가를 좇아 나아가는 끝없는 늘품(가능성)의 길을 말할 때도 이 '하늘길'이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이 '하늘길'은 말꽃 지음몬(문학 작품) 속에서도 그 빛을 낼 수

700조원의 씨앗, 우리 앞날을 '가멸게' 꽃피우길

[하루 하나 오늘 토박이말]가멸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밤새 도둑비가 내렸습니다. 길은 젖었고 하늘은 여전히 흐립니다. 어제보다 포근한 날씨지만 바람은 서늘합니다. 오늘 아침, 추위를 살짝 잊게 할 만큼 뜨거운 기별이 들려왔습니다. 정부가 우리 먹거리인 반도체 산업, 그 가운데에서도 설계를 맡은 분야를 키우려고 무려 700조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붓는다는 것입니다. 온누리에서 으뜸가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야무지고 올찬 앞생각(계획)을 보니, 우리 앞날이 오늘보다 훨씬 넉넉해 질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토박이말은 ‘가멸다’입니다. ‘가멸다’라는 말, 어딘가 낯설면서도 소리 내어 읽으면 입안에 꽉 차는 느낌이 들지 않나요? 이 말은 ‘재산이나 살림살이가 넉넉하고 많다’는 뜻을 지닌 그림씨(형용사)입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부유하다’나 ‘잘산다’는 말과 비슷하지만, 토박이말이 가진 구수하고도 수수한 맛이 살아있는 낱말이지요. 이 말은 우리 말꽃 지음몬(문학 작품) 속에서도 나라와 백성이 잘 살기를 바라는 대목에서 힘 있게 쓰였습니다. 김동인 님의 소설 <운현궁>을 보면 흥선대원군이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며 다짐하는 대목에서 이 말이 나옵니다. "이

짙은 어둠 속 우리에게 닿은 한 줌 햇볕

[하루 하나 오늘 토박이말]볕뉘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살갗을 파고드는 바람이 제법 차갑습니다. 옷깃을 여미고 종종걸음을 치게 되는 겨울 추위 속에서, 모처럼 마음의 언 밭을 녹이는 따뜻한 기별이 날아들었습니다. 오늘 아침 기별종이(신문)를 보니, 기별이 끊기거나 돌봐줄 살림이 안 되는 아들딸이 있다고 나라의 도움을 받지 못했던 어르신들의 짐이 덜어진다고 합니다. 그동안 ‘부양비’라는 차가운 제도 탓에 아픈 몸을 이끌고도 병원 문턱을 넘지 못했던 분들에게는 그야말로 뒤늦게 찾아온 봄볕 같은 기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토박이말은 바로 ‘볕뉘’입니다. 이 말은 ‘작은 틈을 통하여 잠시 비치는 햇볕’을 뜻합니다. 넓은 마당에 쏟아지는 눈부신 햇살이 아니라, 그늘진 방구석이나 닫힌 문틈 사이로 수줍게, 그러나 뚜렷하게 비집고 들어오는 ‘조그마한 햇볕의 기운’을 말하지요. 이 말의 짜임을 살펴보면 그 맛이 더욱 깊어집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따뜻한 기운인 ‘볕’에, 아주 작은 알갱이나 흔적을 뜻하는 ‘뉘’를 더한 말입니다. 온 누리를 다 비추지는 못하더라도, 어둡고 그늘진 곳에 기어이 닿고야 마는 ‘작은 빛의 알갱이’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이 말은 ‘다른 사람으

날씨가 추울수록 우리 사이는 더 '다붓하게'

[하루 하나 오늘 토박이말]다붓하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옷깃을 절로 여미게 되는 요즘, 들려오는 기별이 그리 따뜻하지 않아 마음마저 움츠러드는 듯합니다. 요즘 몬값(물가)이 너무 올라 해끝 모임 집에서 조촐하게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는 어제도 나눴습니다. 바깥에서 돈을 쓰지 않고 집안에 머문다는 뜻의 영어 ‘코쿠닝(Cocooning)’이라는 말도 여러 해 앞부터 들리더군요. 팍팍한 살림살이 탓이라지만, 저는 이 됨새(상황)를 조금 다르게 바라보고 싶습니다. 춥고 어수선한 바깥 누리가 아닌, 가장 아늑한 곳에서 서로의 따뜻함(온기)에 기대는 때새(시간)이 늘어난 것이라고 말이지요. 그래서 오늘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토박이말은 바로 ‘다붓하다’입니다. 이 말은 ‘매우 가깝게 붙어 있다’ 또는 ‘조용하고 호젓하다'는 뜻을 가진 말입니다. 거리가 가까운 것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자리느낌(분위기)가 호젓하고 아늑할 때 쓰기 참 좋은 말입니다. 이 말의 짜임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다’와 ‘붓’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이 말의 말밑(어원) 풀이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우리말을 사랑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모두(다)’와 ‘붙다(붓)’의 느낌이 더해져 ‘빈틈없이 가깝게 모여 있는

[하루 하나 오늘 토박이말]눈부처

술그릇 말고 서로의 눈에 눈부처를 새겨 봐요.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온겨울달 12월도 이레를 지나 여드렛날이 되었습니다. 거리는 벌써 들뜬 기운으로 가득하고, 사람들은 저마다 가까운 이들과 만나 한 해를 마무리하는 해끝 모임 날을 잡기 바쁩니다. 요즘 들려오는 기별을 보니, 젊은이들의 해끝 모임 바람빛(풍경)이 많이 달라졌다고 하더군요. '부어라 마셔라' 하며 술그릇을 돌리던 옛 모습이 아니라 조용한 곳에서 맛난 먹거리를 나누며 깊은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임이 늘고 있답니다. 참 반가운 기별이지요? 그런데 얼굴을 마주 하고 앉아서도 서로의 눈이 아닌, 손바닥만 한 네모난 똑말틀(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모습도 심심찮게 보입니다. 몸은 가까이 있는데 마음은 콩밭에 가 있는 듯한 모습, 어쩐지 쓸쓸하지 않으신가요? 그래서 오늘은 여러분과 '소통'이나 '유대감' 같은 딱딱한 말 대신, 서로의 마음을 그윽하게 들여다보게 하는 토박이말 '눈부처'를 나누고 싶습니다. '눈부처'라는 말, 처음 보시거나 듣는 분들이 많지 않은가 싶습니다. 이 말을 말집(사전)에서는 '눈동자에 비치어 나타난 사람의 형상'이라고 풀이합니다. 낱말의 짜임을 살펴보면 우리 몸을 뜻하는 '눈'과 부처님의 '부처'를 더한 말이지요. 옛 책을

[하루 하나 오늘 토박이말]도르리

따뜻한 마음이 돌고 도는 겨울 밥상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옷깃을 파고드는 찬 바람 탓인지 마음마저 움츠러들기 쉬운 요즘, 들려오는 기별은 그리 따뜻하지 못합니다. 치솟는 몬값(물가)탓에 밥집(식당)보다는 집으로 사람을 불러 저마다 먹거리를 조금씩 싸 와서 나누는 모임을 하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 살가운 바람빛(풍경)을 두고 너나없이 ‘포트럭(Potluck) 파티’라고 하더라구요. 다른 나라에서 들어온 온 낯선 말이 아닌, 우리 삶이 배어 있는 토박이말을 꺼내어 봅니다. 오늘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말은 바로 ‘도르리’입니다. ‘도르리’라는 말은 ‘여러 사람이 음식을 차례로 돌려 가며 내어 함께 먹는 일’ 또는 ‘음식을 똑같이 나누어 주거나 골고루 돌려 주는 일’을 뜻합니다. 그 짜임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물레방아가 돈다 할 때의 ‘돌다’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저 먹거리를 먹는 자리가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돌리고 마음을 나눈다는 뜻이 이 낱말 속에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이 말은 우리 말꽃 지음몬(문학 작품) 속에서도 잘 쓰였습니다. 벽초 홍명희 님의 소설 <임꺽정>을 보면 옛사람들의 삶 속에 녹아있던 도르리의 바람빛(풍경)이 생생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