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06 (목)

  • 구름많음동두천 15.5℃
  • 구름많음강릉 17.8℃
  • 구름조금서울 16.1℃
  • 박무대전 15.8℃
  • 박무대구 16.3℃
  • 구름조금울산 18.7℃
  • 구름조금광주 19.2℃
  • 맑음부산 20.8℃
  • 구름조금고창 18.1℃
  • 맑음제주 22.0℃
  • 구름조금강화 16.8℃
  • 맑음보은 13.8℃
  • 맑음금산 14.5℃
  • 맑음강진군 20.4℃
  • 구름조금경주시 19.6℃
  • 맑음거제 17.5℃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하루 하나 오늘 토박이말]벌집구름

하늘에 지은 벌집, 벌집구름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어느 날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을 때, 얇게 퍼진 구름 사이로 동그란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듯한 모습을 본 적 있으신가요? 누군가 하늘에 촘촘한 그물을 쳐 놓은 것 같기도 하고, 꿀벌들이 힘들여 지어 매달아 놓은 '벌집'을 보는 것 같기도 하지요. 오늘 우리가 함께 나눌 토박이말은 바로 이 야릇하면서도 아름다운 구름, '벌집구름'입니다.

 

'벌집구름'은 그 이름 그대로 벌집처럼 생긴 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하늘에 얇고 넓게 퍼진 구름에 동그란 구멍들이 숭숭 뚫리면서, 그 무늬가 꼭 벌집이나 그물처럼 보이는 것이지요.

 

 

말집(사전)에서는 이 구름을 다음과 같이 풀이하고 있습니다.

벌집처럼 생긴 구름. 권적운, 고적운과 같은 비교적 얇은 구름에 둥근 구멍이 많이 뚫려서 생긴다. 《표준국어대사전》

 

풀이에 나오는 '권적운(卷積雲)'이나 '고적운(高積雲)' 같은 한자말이 조금 낯설게 느껴지실 수 있습니다. 이는 하늘 높은 곳에 비늘처럼 얇게 퍼진 구름을 가리키는 말로, '권적운'은 '털쌘구름' 또는 '비늘구름', '고적운'은 '높쌘구름' 또는 '양떼구름'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러니 '벌집구름'은 하늘 높은 곳에 뜬 '비늘구름'이나 '양떼구름' 같은 얇은 구름 조각들 사이사이에 동그란 구멍이 뚫리면서 그물이나 벌집 같은 무늬를 만들어낸 구름을 이르는 고운 우리말입니다. 이런 구멍은 구름을 이루던 물방울이나 얼음 알갱이들이 어떤 까닭으로 떨어져 내리거나 흩어지면서 그 자리가 비어 생겨난다고 하니, 참 놀라운 바람빛(풍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벌집구름'은 흔히 볼 수 있는 구름은 아니지만, 그만큼 마주치게 되면 오래도록 머리에 남는 아름다운 구름입니다. 나날살이에서 다음과 같이 쓸 수 있습니다. 

하늘 좀 봐! 얇은 구름이 쫙 깔렸는데, 구멍이 뚫려서 꼭 벌집구름 같아.

어제 해 곁으로 퍼진 구름이 벌집처럼 숭숭 구멍이 뚫린 벌집구름을 봤어.

아침에 벌집구름이 보이더니,  날씨가 흐려지려나 봐요.

 

우리가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하늘의 작은 바뀜에 '벌집'이라는 살뜰하고 살가운 이름을 붙여준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따뜻한 눈썰미와 마음결이 느껴지는 말입니다.

 

언젠가 하늘을 올려다볼 때, 이런 그물무늬 구름을 만나게 되거든 반갑게 "아, 벌집구름이다!" 하고 아는 체를 해주세요. 그리고 그 야릇한 모습을 찍어 곁에 있는 이에게 "하늘에 꿀벌들이 집을 지었네! 벌집구름이야." 하고 이 고운 토박이말을 꼭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