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새로운 하루의 그림을 그리기 비롯하는 아침입니다. 우리는 거의 다 반듯한 금을 그을 때 쓰는 곧은자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누리의 금들이 모두 곧은 것은 아니지요. 오늘은 그 어떤 자로도 그리기 어려운, 많고 많은 굽은금을 그리는 데 쓰는 자, ‘구름자’를 만나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구름자’를 ‘곡선을 그리는 데 쓰는 자’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말로는 ‘곡선자(曲線-)’나 ‘운형자(雲形-)’,를 들고 있습니다. ‘운형자’는 ‘구름 모양 자’라는 뜻이니, ‘구름자’와 그 뜻이 꼭 닮았습니다. 다만 풀이를 할 때 쓴 '곡선'을 '굽은금'이라고 했더라면 더 좋았겠다 싶기는 합니다.
왜 하필 ‘구름’이었을까요?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떠올려보면 그 까닭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구름은 하나의 곧은 금도 오롯한 동그라미도 없이 저마다의 모습으로 마음껏 피어납니다. 굳어진 모양 없이 셀 수 없을 만큼 여러 가지의 부드럽고 아름다운 굽은금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구름이지요.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이 연장에서 그런 구름의 모양을 보았고, ‘구름자’라는 더없이 멋진 이름을 붙여준 것입니다.
옷본을 뜨는 바느질 장인도, 멋진 배를 만드는 뱃사람도 저마다의 구름자를 써서 부드러운 금을 그려냈을 것입니다.
굽이굽이 들어오고 나가는 저 바닷금(해안선)이야말로, 커다란 구름자가 그려낸 솜씨가 아닐까요?
아이가 그린 굽이치는 언덕길을 보며 "꼭 구름자로 그린 것처럼 멋지구나!"하고 추어올려 주었다.
이처럼 쓰임새와 뜻이 깊은 말이니, 말꽂지음이(문학 작가)들의 눈에 띄지 않았을 리 없습니다. 이수익 님의 가락글(시) 「우울」에는 ‘구름자’가 마음의 모습을 그리는 데 아프고도 아름답게 쓰였습니다.
구름자로 그린 듯한 한숨의 굽은 등, 저녁 어둠이 조용히 내려와 덮는다.
한숨의 무게에 굽어진 등을 ‘구름자’로 그린 듯하다고 말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무너짐을 더없이 아픈 굽은금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 또한 곧은자로만 그을 수는 없겠지요. 때로는 돌아가고 때로는 휘어지는 삶의 길을 받아들일 때, 우리에게는 마음의 ‘구름자’ 하나가 있어야 할 지도 모릅니다. 반듯하지 않기에 더욱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금을 그을 줄 아는 슬기 말입니다.
오늘 하루, 여러분의 길 위에 그려질 부드러운 굽은금들에 손뼉을 쳐 드립니다. 뜻대로 되지 않아 조금 돌아가더라도, 그 또한 아름다운 길의 조각일 것입니다. 그 금들을 마주할 때, 하늘을 품은 ‘구름자’라는 멋진 말을 떠올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