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환경운동의 기본 전제는 모든 생명체와 인류의 삶의 터전인 지구는 오직 하나뿐이라는 사실이다. ‘하나뿐인 지구(Only One Earth)’라는 말은 지구의 환경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1972년 6월 5일 소집된 제1차 UN인간환경회의의 구호이었다. (세계환경의 날은 이날을 기념하기 위하여 6월 5일로 정하였다.)
이러한 구호를 채택한 까닭은, 인류가 환경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하고 지구를 오염시켜서 인간이 살 수 없는 상태가 되더라도 다른 행성으로 이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향이 싫으면 고향을 떠날 수 있고, 자기 나라가 싫으면 다른 나라로 이민 갈 수 있다. 그러나 지구가 오염되어 못 살겠다고 다른 행성으로 이사 갈 수는 없다. 모든 동식물과 인류의 거주지가 오직 하나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지구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경건해지지 않을 수 없다.
이 세상에서 하나만 존재하는 것은 소중하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하나만 존재하는 것은 하나기 때문에 소중하다. 나의 어머니가 소중한 것은 오로지 하나이기 때문이다. 나의 조국은 하나이기 때문에 소중하다. 오직 하나뿐인 외동딸이나 외아들은 얼마나 소중한가? 우리가 가난했던 시절에는 하나뿐인 책가방, 하나뿐인 필통, 하나뿐인 연필을 얼마나 소중히 여겼던가? 학교 선생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요즘 아이들은 연필이 많아서 연필을 잃어버려도 찾아가는 아이가 없다고 한다. 많다고 생각하니까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다.
하나가 있으면 최소한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 법정스님(1932~2010)이 말하기를 “하나가 필요한 데 두 개를 가지려고 하는 것이 욕심이다.” 법정스님의 고백에 따르면 오랫동안 만년필 하나를 애지중지 썼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지인이 만년필 하나를 선물로 가져다주었다. 만년필이 두 개가 되자 첫 번째 만년필에 대한 이전의 알뜰살뜰한 애정이 줄어들더라는 것이다.
침팬지를 연구한 동물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제인 구달(1934-2025)이 2025년 10월 1일 세상을 떠났다. 그녀는 40대 초반인 1974년에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성당에서 영적 체험을 했다고 자서전에서 밝히고 있다.
그녀가 성당에 앉아 있을 때 바흐의 음악이 연주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라는 신비롭고 강렬한 경외감에 사로잡혔다고 한다. 그녀의 이 경험은 자연과 모든 생명체 그리고 인류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신념의 토대가 되었다. 이 신비한 체험 이후 그녀는 침팬지 연구가에서 자연을 보호하는 환경운동가로 변신하였다.

제인 구달은 사후 공개를 전제로 한 2025년 3월 넷플릭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 푸틴, 시진핑, 그리고 네타냐후와 그의 극우 정부 구성원들을 모두 돌아올 수 없는 우주선에 태워 지구 바깥으로 날려 보내고 싶다”라고 말하였다는 사실이 2025년 10월 6일 공개되었다. 그녀의 메시지는 정치적 억압으로 고통받고 있는 지구촌 곳곳의 난민들과 맹목적인 전쟁터에서 총을 든 병사들에게 잠시나마 위로감을 주었을 것이다.
그녀는 기후위기에 맞서 싸우는 환경운동가들을 격려하는 아래와 같은 메시지를 남겼다.
“이 세상에서 여전히 아름다운 것을 지키고 싶다면, 미래 세대 곧 당신의 손자와 또 그들의 손자를 위해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고 싶다면, 날마다 당신이 하는 행동에 대해 생각해 보라. 작은 행동일지라도 백만 번, 십억 번 하게 되면 거대한 변화를 만들어내게 될 것이다.”

환경문제가 대두되기 훨씬 전에 돌아가신 만공스님(1871-1946)은 모든 생명체와 인류가 하나로 연결된 그러한 세상을 세계일화(世界一花)라고 표현하였다. 이 세상을 하나의 꽃으로 비유하고 다음과 같은 법문을 남겼다.
세계는 한 송이 꽃
너와 내가 둘이 아니요, 산천초목이 둘이 아니다.
이 나라 저 나라가 둘이 아니요, 이 세상 모든 것이 하나의 꽃
어리석은 자들은 온 세상이 꽃인 줄을 모른다.
그래서 나와 너를 구별하고, 내 것과 네 것을 분별하고,
적과 동지를 구별하고, 다투고 빼앗고 죽인다.
하나 지혜로운 눈으로 세상을 보아라.
흙이 있어야 풀이 있고, 풀이 있어야 짐승이 있고,
네가 있어야 내가 있고, 내가 있어야 네가 있는 법.
남편이 있어야 아내가 있고, 아내가 있어야 남편이 있고,
부모가 있어야 자식이 있고, 자식이 있어야 부모가 있는 법.
남편이 편해야 아내가 편하고, 아내가 편해야 남편이 편한 법.
남편도 아내도 한 송이 꽃이요, 부모와 자식도 한 송이 꽃이요,
이웃과 이웃도 한 송이 꽃이요, 나라와 나라도 한 송이 꽃이거늘.
이 세상 모든 것이 한 송이 꽃이라는
이 생각을 바로 지니면 세상은 편한 것이요,
세상은 한 송이 꽃이 아니라고 그릇되게 생각하면
세상은 늘 시비하고 다투고 피 흘리고
빼앗고 죽이는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그래서 ‘세계일화(世界一花)’라는 참뜻을 펴려면
지렁이 한 마리도 부처로 보고, 참새 한 마리도 부처로 보고,
심지어 저 미웠던 원수들마저도 부처로 봐야 할 것이요,
다른 교를 믿는 사람도 부처로 봐야 할 것이다.
그리하면 세상 모두가 편안할 것이다.
제인 구달의 깨달음이나 만공 스님의 깨달음은 같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일찍이 간디가 이렇게 말했다. “진리는 하나지만 길은 많다. 같은 목적지에 도달하는 한, 우리들이 서로 다른 길을 가려 한들 상관없는 일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