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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하루 하나 오늘 토박이말]놀구름

하늘이 그린 아름다운 그림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놀구름'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는지요? 어쩐지 마음을 간질이는 소리 같기도 하고, 어릴 적 동무를 놀리 듯 부르는 이름 같기도 한데요. 어떤 구름을 가리키는 말일까요?

 

'놀구름'은 '붉게 노을이 진 구름'을 뜻하는 토박이말입니다. 해가 뜨거나 질 무렵,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의 준말인 '놀'과 '구름'을 더해 만든 말이지요. 뜻을 알고 나니 참 살갑고 예쁜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신가요? 우리는 흔히 '노을 진 구름' 또는 '붉은 구름'이라고 풀어서 말하곤 하지만,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이처럼 아름다운 이름을 붙여주셨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놀구름'을 '붉게 노을이 진 구름'이라고 가든하게 풀이해 놓고 보기월도 하나 없지만, 그 이름이 품은 바람빛(풍경)은 그리 가볍지 않습니다. 하루의 일을 마친 해가 땅거미 너머로 몸을 숨기기 앞, 누리에 마지막으로 건네는 따스한 인사처럼 하늘에 번지는 붉은빛. 그 빛을 고스란히 머금어 함께 붉어지는 구름이 바로 '놀구름'입니다. 때로는 붉은 빛으로, 때로는 누런 빛으로, 또 때로는 보랏여러 가지 빛이 섞인 야릇한 빛깔로 하늘을 수놓는 모습은 그야말로 하늘이 그린 한 쪽의 그림입니다.

 

이 아름다운 말은 우리 말꽃 지음몬(문학 작품) 속에서도 하늘을 채우며 그 빛을 내 왔습니다. 이문구 님의 「우리 동네」에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옵니다.

서쪽 하늘 가득 피어난 놀구름은 마치 어린아이의 발그레한 볼처럼 사랑스러웠다. - 이문구, 「우리 동네」

 

이처럼 지은이는 '놀구름'을 '어린아이의 발그레한 볼'에 빗대어 저녁 하늘의 살가운바람빛(정겨운 풍경)과 사랑스러운 느낌을 오롯이 담아냈습니다.

 

우리의 나날살이 속에서도 '놀구름'을 부려 쓸 수 있는 때는 참 많습니다.

 

와, 오늘 놀구름이 참 멋지게 폈네.

저기 번지는 놀구름 좀 봐. 꼭 네 마음처럼 따뜻한 빛깔이야.

오늘은 유난히 붉은 놀구름을 보며 내 마음을 달랠 수 있었다.

 

'노을'이라는 익은 말 뒤에 숨어 있던 '놀구름'이라는 값진 우리말.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며 하늘을 올려다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곳에 해가 남기고 간 붉은빛 손씻이(선물)가 있다면, 그저 '노을'이라 부르기보다 그 이름을 불러주세요. "아, 놀구름이 참 곱다." 하고요.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부를 줄 아는 마음, 그리고 그것을 다른 이와 나누고 싶은 마음이 우리 삶을 더욱 넉넉하게 합니다. 여러분께서 만난 '놀구름'의 바람빛(풍경)을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찍그림(사진)과 함께 "오늘 하늘에 '놀구름'이 참 예쁘더라!" 하고 나눠 보세요. 우리의 말이 우리의 삶을 얼마나 빛깔스럽게 하는지 새삼 느끼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