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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하루 하나 오늘 토박이말]구름자락

옷자락이 땅을 어루만지 듯 구름자락도?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우리는 하늘을 보며 그 위에 떠 있는 구름을 이야기하지만, 때로는 그 구름이 땅으로 내려와 우리를 가만히 안아주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오늘은 바로 그 구름의 가장 부드럽고 살가운 끝자락을 일컫는 토박이말, ‘구름자락’을 만나 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구름자락’을 ‘구름의 아래로 드리운 부분’이라고 풀이하고,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는 ‘넓게 퍼진 구름의 아래로 드리운 것처럼 보이는 부분’이라고 덧붙여 풀이하고 있습니다. 이 말의 참멋은 ‘자락’이라는 낱말에 있습니다. ‘자락’은 ‘치맛자락’이나 ‘두루마기 자락’처럼 옷의 아랫부분이 넓게 늘어뜨려진 곳을 가리킵니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하나의 커다란 옷으로 보았고, 그 옷의 끝자락이 뫼와 들, 바다 위로 부드럽게 드리워진 모습을 ‘구름자락’이라고 부른 것입니다.

 

 

이름을 알고 나면 바람빛(풍경)이 달리 보입니다. 뫼허리에 걸린 구름은 그냥 구름이 아니라, 뫼에 하늘의 옷이 살짝 걸친 모습이 됩니다. 그 모습은 또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구름자락’은 솜털처럼 부드러운 모습일 때도 있지만, 때로는 곧 쏟아질 비를 머금어 무거운 얼굴을 하기도 합니다. 나날살이에서 '구름자락'이 함께하면 다음과 같은 말과 글이 쏟아질 수 있을 것입니다.

시커먼 구름자락이 들판 저쪽에 낮게 드리운 것이 곧 비가 내릴 것 같았다.

먼바다 섬들 위로 구름자락이 낮게 드리워져, 마치 하늘이 섬을 감싸 안으려는 듯 보였다.

어머니의 넓은 치맛자락처럼, 포근한 구름자락이 온 마을을 덮고 있었다.

 

이처럼 아름다운 말은 가락글 지음이(시인)의 마음도 세게 이끌었나 봅니다. 조지훈 님의 가락글(시) 「산방」에는 '구름자락'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구름자락을 잡고 흰 바위 위에 오르면  하늘과 땅이 함빡 내 품에 안긴다.

 

아찔한 바위를 오를 때, 손에 잡히는 것이 딱딱한 바위가 아니라 부드러운 ‘구름자락’이라고 머릿속으로 그려보니, 힘든 오름길마저 한결 부드럽고 새롭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다음에 뫼나 바다 위, 하늘의 옷자락이 부드럽게 드리워진 모습을 보거든 ‘구름자락’이라는 이름을 꼭 불러주세요. 딱딱한 삶이 한결 부드럽고 살갑게 느껴지실 것입니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느낌을 혼자만 간직하기보다, 곁에 있는 분들에게 “저기 구름자락 좀 봐.” 하고 말을 건네보면 어떨까요? 우리가 함께 쓸 때 우리말은 더욱 빛나고, 우리 사이는 더욱 좋아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