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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잦은 배따라기는 ‘봉죽타령’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762]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그 옛날, 조선조 후기, 기녀(妓女)들이 불렀다고 하는 <배타라기>에 관한 이야기, “정거혜(碇擧兮) 선리(船離)”로 시작하는 한문 가사는“닻 들자, 배 떠나니”라는 이별의 노래라는 점, 간혹 <닻>을 <달>로 잘못 발음하며 <달 뜨자>로 부르는 사람도 있으나 이는 바로 잡아야 한다는 점, 이 노래는 현재 불리는 서도좌창 <배따라기>와 이른이 비슷할 뿐, 서로 다르다는 점, 그보다는 오히려 서울과 경기지방에서 불러오는 <이별가>와 비슷하다는 점도 이야기하였다.

 

또한 이별가는 앞부분을 고음(高音)으로 질러낸 다음, 점차 하행하는 간결한 형태이며 노랫말들은 대체로 앞 귀(句)와 뒷 구로 구분, 각 8글자를 기본으로 넘나든다는 점, 대체로 <이별이야> <인제 가면> <배 띄워라> <새벽서리> 외에도 많은 이별의 애처로운 느낌을 주는 대표적인 민요라는 점을 덧붙였다.

 

이번 주에는 서도창법으로 부르는 어부들의 노래인 <잦은 배따라기> 이야기를 해 보기로 한다.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배따라기>는 청춘 홍안(紅顔)의 뱃사람이 속절없이 늙어 백발이 된다는 인생무상을 한탄하는 노래였다. 다시 말해, 천생(天生)의 모든 사람이 제각기 직업을 갖게 마련인데, 왜 우리는 이 위험한 뱃사람이 되었는가 하는 점을 한탄하는 내용이다. 이 노래에서도 뱃사람이 되어 머나먼 바닷길로 장사를 떠났다가 자칫하면 안개 속에서 방향을 잃고, 거센 풍랑 속에 배는 파선(破船)이 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배가 파선이 된다는 말은 곧, 배에 실려 있는 모든 물건은 물론이고, 함께 타고 있던 모든 사람이 수장(水葬)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데, 그 노랫말에는 주인공만이 구사일생(九死一生)으로 살아나게 되어 살아 돌아오는 과정이 나온다. 오히려 그 부분이 지나치게 과장되어 공감대를 잃을 정도다. 그래서 보통 이 노래는 앞부분만 부르고 뒷부분은 생략하고 있다.

 

이처럼 <잦은 배따라기>는 파선한 뱃사공의 비참한 정경이라든가, 사공이 된 신세를 한탄하는 것과는 달리, 풍어(豊漁)에 북을 울리고 돌아오는 기쁨을 노래한다. 그래서 한탄조의 <배따라기>에 견줘 <잦은 배따라기>는 흥겹고, 신명 나는 가락과 장단으로 짜여 있어서 뱃사공들의 노래답게 널리 불리고 있다.

 

여기서 잠시, 벽파의 《가창대계》에 실려있는 <잦은 배따라기>의 시작부분 본절과 후렴귀를 들어 보며 그 분위기를 상상해 보기로 한다.

 

“여보시오 친구님네들 !, 이내 말씀을 들어를 보소.

금년 신수(身數) 불행하여 불행하여 망한 배는 망했거니와

봉죽을 받은 배, 저기 떠 들어옵니다.

봉죽을 받았단다 봉죽을 받았단다.

오만 칠천 냥, 대봉죽을 받았다누나.”

(후렴)지화자 좋다. 이에~어구야 더구야 지화자 좋다.

 

돈을 얼마나 실었읍나, 돈을 얼마나 실었읍나.

오만 칠천 냥 여덟 갑절을 실었다누나.

(후렴)지화자 좋다. 이에~어구야 더구야 지화자 좋다.

강화(江華)월곶(강화도의 월곶은 물결이 심해 배질이

어렵다고 알려져 있음)이 하 어렵다 하니,

밀물을 받아서 지구만 돌리자누나.

(후렴)지화자 좋다. 이에~어구야 더구야 지화자 좋다. (이하 줄임)

 

 

한편, 박기종의 《전통서도소리 명곡대전》에 실린 노랫말들의 일부를 소개해 본다.

 

“여보시오 동지들아, 금년 신수는 불길허여 망한 배는 망했거니와 봉죽을 받은 배 많이 떠들어옵니다.

(후렴) 지화자자 좋다 이~에 어거야 더거야 지화~자~자 좋다.

1) 봉죽을 받았단다. 봉죽을 받았단다. 오만 칠천양 대봉죽을 받았다누나.

2) 돈 실러 가잔다. 돈 실러 가잔다. 연평바다로 돈 실러 가잔다누나

3) 돈이 많던지 적던지간에 이물 고물에 처리철철 넘었다누나 (이하줄임)

 

이 <잦은 배따라기>를 또한 ‘봉죽타령(鳳竹打令)’이라고도 하는데, 그렇게 부르게 된 배경은 고기잡이가 잘되어 장대 끝에 꿩의 깃털을 단 봉죽(鳳竹)을 꽂고 돌아오면서 부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같은 이름의 노래이기는 해도, 앞의 산문체로 이어가는 신세 한탄조의 <배따라기> 노래와는 달리, 분절(分節) 형식이며 선창자가 각각의 본절(本節)을 내면, 모두가 제창(齊唱)으로 후렴구를 받는 형식이다. 이 노래는 3박자의 경쾌한 세마치장단으로 부른다. 그러므로 이 잦은 <배따라기>라는 노래는 한 사람이 메기면, 여럿이 받는 노동요의 전형적인 형태, 곧 ‘메기고 받는 형식’의 대표적인 어업요(漁業謠)의 하나다.

 

만선의 기쁨을 표현하는 소리 가운데는 세마치장단보다도 더 빠르게 몰아가는 ‘볶는 타령장단’에 맞추는 소리도 있는데, 여기서 <볶는 타령> 장단이란 명칭은 4박자의 타령장단을 마치, 콩을 볶듯, 2박자로 <쿵-짝, 쿵-짝>의 빠른 장단으로 몰아간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재미있는 이름이다.

 

유사한 이름의 <잦은 뱃노래>라는 소리는 평양의 유명한 명창, 김주호와 가수 선우일선(扇于一仙)이 레코드에 취입한 뒤, 더 널리 세상에 알려진 노래가 되었다고 전한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