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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원자력발전소는 혐오시설인가, 효자시설인가?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이 여의도 100배를 넘는 일본 후쿠시마
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137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우리나라에는 현재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소가 26기가 있고, 4기를 건설 중이다. 이재명 정부는 2026년 1월 26일 대형 원전 2기와 소형 원전(SMR) 1기를 건설하기로 하였다. 새 정부는 지난 문재인 정부의 탈핵 정책을 계승하지 않고 친원전 정책으로 돌아선 것이다.

 

이러한 친원전 정책의 밑바탕에는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엄청나게 늘어날 전기 수요를 충족할 수 없다는 염려가 자리 잡고 있다. 풍력과 태양광 발전은 바람과 날씨 변화에 민감해서 안정적인 전기를 계속 공급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에 미래 산업으로서 급부상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그리고 수출 주역인 반도체 생산 시설을 늘리려면 많은 전기가 필요하다는 점도 친원전 정책의 근거로 작용하였다.

 

정부에서는 신규 원전 건설의 추진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2026년 1월에 전 국민 대상으로 여론 조사를 하였다. 환경단체에서는 문항이 편파적이라고 공정성 논란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신규 원전 찬성 여론이 60% 이상으로 나타났다.

 

과거의 환경운동 역사를 살펴보면 쓰레기 매립장, 쓰레기 소각장, 하수처리장, 화장장, 고압 송전선 등은 이른바 혐오시설에 관한 것들이다. 국가적으로는 필요한 시설이지만 우리 동네에 들어오는 것은 싫어한다. 혐오시설의 입지가 발표되면 지역 주민들은 반대 운동을 시작한다. 충분히 이해된다. 예를 들어, 자기가 사는 동네에 쓰레기 소각장이 들어온다면 찬성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원자력발전소는 어떠한가?

 

우리나라 첫 원전인 고리 1호기는 1971년에 착공되었다. 당시 지역 주민들은 원전이 들어오면 일자리가 생기고 지역 경제가 발전할 것이라고 기대하였다. 원전의 위험성과 피해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1978년에 고리 1호기가 완공되어 가동하기 시작하자 피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뜨거운 원자로를 식힌 온배수가 바다로 방출되자 해양 생태계에 변화가 나타났다. 수온이 오르면서 고기가 잡히지 않고 양식장에 피해가 나타났다. 고리 원전 인근 어민들은 어획량 감소에 따른 생존권 대책과 피해 보상을 요구하기 시작하였다. 원전에서 발생하는 핵폐기물을 어떻게 보관하고 처리할 것인지 문제가 제기되었다. 원전은 뒤늦게 혐오시설 목록에 추가되었다.

 

1982년에 정부가 삼척시 근덕면을 원전 후보지로 발표하자 지역 주민들은 삼척군 원전반대투쟁위원회를 결성하였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발생하자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의문을 많은 국민이 공유하게 되었다. 어민들과 농민들이 함께 반대 운동을 강렬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벌였다. 결국 1998년에 삼척시민은 원전 후보지 지정 해제를 이루어냈다.

 

 

1990년 11월 3일에 정부가 충남 안면도에 핵폐기물 처리 시설을 건설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서 알려졌다. 분노한 주민들이 화염병을 안면파출소와 면사무소에 던져 반대 시위는 방화 사건으로 번졌다. 과학기술처 장관이 현지를 방문하여 핵폐기물 처리장 계획을 백지화한다고 발표하자 반대 시위는 멈추었다.

 

1993년 11월 정부에서는 <방사성 폐기물 관리사업의 추진 및 시설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지역발전기금 제공 등 주민들의 수용성을 높이려고 하였다. 혜택을 늘리면 주민들의 반대 여론이 수그러들 것이라고 기대하였다.

 

1994년 12월에 정부에서 인천시에 속하는 굴업도에 핵폐기물 처리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하였다. 인천에서 남서쪽으로 90km 멀리 떨어져 있는 작은 섬(면적 1.7km2) 굴업도에는 주민이 9명(5가구)이 살고 있었다. 정부에서는 주민 설득과 보상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였다.

 

인천시민과 덕적도 주민들 그리고 환경단체와 종교계 인사들까지 참여하여 ‘굴업도 핵폐기장 건설 반대 인천시민투쟁위원회’를 결성하고 대규모로 반대 운동을 벌였다. 반대 운동 와중에 굴업도 인근에서 활성단층이 발견되면서 핵폐기물 처리장의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었다. 정부에서는 1995년 11월에 굴업도 핵폐기물 시설 지정 고시를 철회하면서 입지 선정은 취소되었다.

 

2003년 7월 전북 부안군수가 산업자원부에 방폐장(방사성폐기물처리장) 유치 신청을 했다. 방폐장 부지인 위도는 격포항으로부터 14km 떨어져 있고 면적은 11km2다. 위도는 부안읍으로부터 직선거리로 30km 떨어져 있다. 부안군민들이 크게 반발하며 대규모 시위와 촛불집회를 시작했다. 이후 7달 동안 부안군 주민들은 등교 거부, 차량 시위, 해상 시위, 고속도로 점검 등으로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부안군수가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2004년 2월에 부안 주민은 우리나라 처음으로 주민투표를 했다. 당시에는 주민투표법이 시행되기 전이라 법적 효력은 없었지만, 주민 92%가 방폐장 유치를 반대하였다. 부안군 위도에 방폐장을 건설하려는 계획은 백지화되었다.

 

 

2005년 3월에 정부에서는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 시설 유치 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였다. 이 법에서는 고준위 방폐장은 같은 지역에 두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었다. 중저준위 핵폐기물은 상대적으로 방사능이 강하지 않아서 주민 거부감이 약할 것이라고 예상한 입법이었다. 게다가 아래 열거한 지원과 혜택을 제시하고 전국의 지자체에게 유치 신청 공모를 하였다.

 

- 특별지원금: 3000억 원 즉시 지급

- 서울에 있는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

- 3000억 원 규모의 양성자가속기 연구 센터 건립

- 추후 방사성폐기물 반입량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를 배분

- 이 밖에도 여러 가지 지역 개발 사업 지원

 

이처럼 엄청난 혜택이 알려지자, 전북 군산, 그리고 경북의 경주, 영덕, 포항 등 4개 지자체가 공모 신청을 하였다. 정부에서는 4개 후보지역에서 각각 주민투표를 하여 가장 찬성율이 높은 지역을 선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방자치 단체 사이 경쟁을 붙인 셈이다.

 

2005년 11월에 최종 가장 높은 찬성률(89.5%)을 기록한 경주시가 방폐장 입지로 선정되었다. 경주시는 “방폐장 유치로 경주 경제를 확 바꿉시다”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민관이 합심하여 ‘국책사업 경주 유치 추진단’을 결성하고 대대적인 홍보 작업을 벌였다. 과거에는 혐오시설로 간주되던 방폐장이 지역발전을 견인하는 효자시설로 바뀐 것이다.

 

이처럼 혜택을 늘려서 지방자치단체 간 경쟁을 붙이는 방식은 이재명 정부의 신규 원전 부지 선정 과정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2026년 1월 30일 원전 건설 담당 기관인 한수원(한국수력원자력)에서는 자사 누리집 공지사항에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후보 부지 유치 공모’를 게시하였다. 전국의 지자체를 대상으로 3월 말까지 유치 공모 신청을 받고 있다.

 

한수원에서는 원전을 받아들이는 지자체에게 어떠한 혜택을 제시하였나? 한수원 관계자에 따르면 “지역에 돌아가는 경제적 이익은 건설 기간 10년에 발전 기간 60년을 기준으로 약 2조 원 수준으로 추산한다”라고 알려졌다. 대형 원전 터는 울산시(울주군 포함)와 경북 영덕군이 경쟁하고 있다. 소형 원전(SMR) 터는 부산 기장군과 경북 경주시가 경쟁 중이다. 각 지자체는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주민들을 대상으로 찬성 서명운동과 홍보 작업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원자력발전소는 더는 혐오시설이 아니다. 경제 발전을 으뜸 값어치로 추구하는 평범한 주민들에게 원자력발전소는 혐오시설이 아니고 효자시설이다. 2011년에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남의 나라 일이다. 원전 사고의 위험성과 방사선 피해는 불확실하다고 생각한다.

 

2026년 3월 11일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난지 15돌이 되는 날이다. 이날 낮 1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전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 집례로 ‘핵 없는 사회를 위한 시국미사’가 봉헌되었다. 미사를 봉헌한 뒤 ‘신규핵발전소저지 전국비상행동’ 출범식과 탈핵 선언대회가 열렸다.

 

 

사고가 나고 15년이 지났지만, 아직 후쿠시마 원자로 내부에서 녹아내린 핵연료는 처리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방사능이 섞인 오염수는 계속 바다로 방류하고 있다. 높은 방사선량 탓에 사람이 살 수 없는 귀환 곤란 지역이 여의도 100배를 넘는 309km2나 남아있다. 도쿄 전력은 2050년까지 원전 폐로 작업을 마친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후쿠시마 재앙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