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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겨집기 작전’에는 무조건 ‘잡아떼기 작전’으로

무심거사의 단편소설 12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집에 돌아와 보니 아내는 그때까지 자지 않고 있다가 문을 열어 주었다.

“왜 이렇게 늦었어요? 요즘 세월이 좋은가 봐요.”

아내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어, 우리 회사 그 박 과장 있잖아. 카페에서 대중가요 스무 곡을 가사 하나 틀리지 않고 2절까지 내리 부르고 마담한테 술을 뺏어 먹었다는 그 사람 말이야. 그 친구가 오늘 부장으로 승진했다고 전화가 와서 한잔했어.” 김 과장은 슬쩍 둘러댔다.

 

“지금이 대체 몇 시에요?” 아내는 화가 난 모양이다.

“어디 시계 좀 보자고. 어, 벌써 두 시가 넘었군. 오늘은 너무 늦었는걸. 여보 미안해.”

김 과장이 아내를 포옹하면서 달래려 했다.

“빨리 가서 세수나 해요. 그 분냄새 나는 와이셔츠도 빨리 벗어 치우고요!”

아내가 뿌리치며 언성을 높였다.

 

김 과장은 속으로 아차 했다. 술김에 용기를 내어 아가씨와 포옹하면서 좌충우돌 키스를 두 번인가? 했는데, 아가씨의 화장이 너무 진했거나 아니면 아내의 코가 너무 예민했나 보다. 부부싸움 덜 하려면 후각이 무딘 여자를 고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면서 김 과장은 와이셔츠를 벗어서 빨래통에 던지고 세수하고 이빨까지 닦은 뒤에 잠자리에 들었다.

 

아내는 잠이 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이제 아가씨는 만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던 김 과장은 문득 아가씨에게 명함을 준 것이 생각나자 갑자기 불안해졌다. 술에 취하면 기분은 좋아지지만, 판단력이 흐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당신 혹시 여자 생긴 것 아니에요?”

아내는 살살 달래는 어조로 물어왔다.

“무슨 말이야. 뚱딴지같이!”

김 과장은 강하게 되받았다. 부인들의 ‘넘겨 집기 작전’에는 무조건 ‘잡아떼기 작전’으로 맞서야 한다고 동료들에게서 들은 바가 있었다.

“당신도 알다시피 내가 교회에서는 집사 아니요? 금주를 못 하고 십일조를 안 내서 장로까지는 못 되었지만.”

 

 

아내는 금요일마다 같은 교회 다니는 부인들이 모이는 성경공부반에 나간다. 아내가 하는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성경공부가 끝나고 이른바 ‘성도들의 교제’를 나누는데 가끔 화제는 남자가 바람피우는 이야기일 것을 김 과장은 알고 있다. 아마 오늘도 성경 공부하러 갔다가 무슨 이야기를 들은 것임이 틀림없다.

 

“그래, 오늘 성경공부 하다가 무슨 이야기를 들었어?”

김 과장이 물었다.

“어느 집사님이 다른 사람에게서 들었다는 데 강남에 있는 유명한 교회에 훌륭한 장로님이 계셨데요. 어느 날 장로님이 우연히 카페에서 한 아가씨를 알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만났다나요. 장로님 생각에는 나쁜 길로 들어선 아가씨를 좋은 길로 인도하는 것도 예수 믿는 사람이 힘써 행해야 할 일 중의 하나라고 믿었데요. 몇 번 만나다 보니 서로 좋아하게 되었고 그러다가 선을 넘게 되었고. 그렇게 되자 아가씨가 장로님에게 돈을 요구하더래요. 평생 거짓말 할 줄 모르고 산 장로님은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되었고, 결국 어느 날 그 장로님은 아가씨를 죽이고 자기도 자살했대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