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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쩌자고 자꾸 마음이 끌리는가?

무심거사의 단편 소설 (10)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김 과장이 아가씨에게 물었다.

“사람이 살아가며 크건 작건 희망이 있을 텐데 수련이의 희망은 뭔가?”

“카페를 하나 차리고 싶어요. 그래서 지금 계를 들고 있죠. 현재 계획으로는 1년 정도 기다려야 될 것 같아요.”

“카페를 차라기도 전에 몸이 망가지지 않을까?”

“그럴지도 모르죠. 처음보다 몸이 많이 나빠진 것 같아요. 요즘은 날마다 간장약을 먹고 또 가끔 집에서 엄마가 보내 주는 보약을 먹기도 해요.”

“어머니도 수련이가 여기 있는 줄 아나?”

“아니요. 회사 다니는 줄로만 알고 있죠.”

 

태어날 때의 인간은 다 같이 평등하고 인간의 소망은 다 같이 소중할 텐데, 어쩌다가 자기 몸을 축내며 매일매일 억지로 술을 마셔야 하는 직업을 가지게 된 이 아가씨의 삶이 안타까웠다. 어떤 통계를 보니까 서울에서 직업을 가진 여성의 50%가 호텔, 여관, 사우나, 안마시술소, 이발소, 룸살롱, 다방, 텍사스촌 등 유흥업소 종업원이라던데 과연 이들의 삶에 누가 관심을 가져주는가? 유명한 정치인이나, 훌륭한 종교 지도자 가운데서 이들의 고달픈 삶에 진정으로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다 집어치우고 시집이나 가지 그래.”

“사귀는 사람이 있기는 있어요. 그러나 저 자신을 숨기고 결혼하고 싶지는 않아요.”

“집은 어디야?”

“마담 언니 집에서 함께 살아요. 친언니처럼 잘 대해 주지요.”

“아까 온 미스 정도 함께 사나?”

“아니요, 그 아가씨는 보도에서 불러온 아가씨에요.”

“보도?”

“아가씨들이 한곳에 모여 있다가 전화를 받고 보내 주는 데가 있어요.”

“몇 시까지 영업하나?”

“두 시 반까지요. 다 치우고 집에 가면 네 시쯤 되고 뭐 좀 먹고 나서 오후 한 시나 두 시까지 잠을 자지요.”

“출근은?”

“저녁 여덟 시 반에 나와요.”

“그 사이에는 뭘 하지?”

“일어나서 밥 먹고 그럭저럭 시간을 보내지요. 고스톱을 치기도 하고 또 출근 전에는 화장도 해야 하고.”

 

 

김 과장은 생각해 보았다. 내가 어쩌자고 자꾸 이 아가씨에게 마음이 끌리는가? 하룻밤 헛사랑을 나누기 위해서인가? 그건 김 과장으로서는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카페를 하나 차려 준다? 그건 금수저 물고 태어난 재벌의 아들이나 가능하지 자기 같은 봉급생활자에게는 맞지 않는 이야기고. 그렇다면 교회에 나오라고 전도를 해? 그건 좀 쑥스러운 이야기고. 내가 이 아가씨를 그저 지나치지 않고 하나의 인간으로서 도울 수 있는 길은 없을까? 내가 이 나이에 너무 감상적인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