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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세상에서 제일 슬픈 일

평화와 인권의 노래를 부른 멜라니 사프카, 세상 떠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256]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1969년 8월 15일부터 사흘 동안 미국 뉴욕주 북부 베델 근처 한 농장에서 열린 전설적인 우드스탁 음악제(Woodstock Music Festival)의 개막일은 날씨가 궂어 비가 많이 내렸다. 아침 5시에 시작된 이 공연은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11시부터는 출연예정인 인크레더블 스트링 밴드(the Incredible String Band)가 비 오는 날씨에 공연을 못 한다고 거부하는 사태가 생겼다. 마침 거기에 와 있던 22살의 여성 가수가 급히 무대에 대신 투입됐다. 그녀는 20분 동안 깜짝 공연했는데 50만에 이르는 축제 참가자들로부터 앙코르가 쏟아져 두 곡을 더 불렀던 일이 있었다.

 

 

이에 용기를 얻은 이 여성 가수는 이듬해인 1970년에 <Lay Down(Candles in the Rain)>이란 노래를 음반으로 발표했는데 이 노래가 크게 인기를 얻어 이후 이 여성가수는 곧 존 바에즈와 함께 미국 포크계의 양대 상징으로 올라섰다. 1971년 작 〈Brand New Key〉와 1972년 작 〈Nickel Song〉이 잇달아 크게 히트했고 우리나라에서는 그 이듬해에 〈Saddest Thing〉이란 노래가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이쯤 되면 이 여성가수가 누구인지 알 것이다. 바로 멜라니 사프카(Melanie Safka)다.

 

70년대 초 우리에게 알려진 노래 〈Saddest Thing〉은 노랫말이나 곡에 담긴 서글픈 분위기가 가슴을 파고들었다. 풍부한 감성과 짙은 호소력, 수려한 어쿠스틱 기타 선율을 깔고서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게 큰 인기였다. 정작 미국에서는 이 노래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는데 우리나라에서만 크게 인기를 얻은 특이한 노래다. 당시 대학생이던 필자도 팬 가운데 하나였다. 노래 가사를 보면

 

“And the saddest thing under the sun above

Is to say good-bye to the ones you love~”

 

라고 해서 태양이 빛나는 훤한 대낮에 가장 슬픈 일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굿바이’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필자도 이 노래를 좋아하긴 했는데 다만 일일이 가사를 정확히 파악하고 듣는 것이 아니라(사실 필자의 실력으로는 제대로 알기도 어려웠다) 그냥 귀에 들리는 대로 듣는 것인데, 중간에 이런 부분이 있다.

 

“But before you know you say good-bye

Oh-good time, good-bye

But I will not weep nor make a scene

Just say, 'Thank you, life, for having been”

 

번역을 해보자면

 

당신이 ‘굿바이’라고 말하려 하기도 전에

오 행복한 시간이여, 이젠 굿바이에요

나는 눈물 마구 흘리거나 울고불고 하지 않으렵니다.

그저 ‘내 인생 고마워요’라고만 하렵니다.

 

이런 정도로 풀 수 있을까... 참 쉬운 말 같으면서도 막상 정확히 뜻을 이해하려면 어려운 것이 외국어 노래 가사다.

 

그런데 왜 이 말을 하는가 하면 당시 라디오 등에서 이 노래를 들을 때 대학 친구 가운데 귀 밝고 머리 좋은 친구가 ”I will not weep nor make a scene“이란 부분에서 ‘make a scene’이란 구절을 콕 집어서 이것이 얼굴에 눈물이 흐르곤 해서 화장이 엉망이 되는 상황을 의미한다고 제법 근사하게 설명하며 그러니까 ‘울고불고하지 않는다’라는 뜻이라고 알려준 것이 있어서이다. 그 뒤에도 이 노래를 들으면 그저 이 부분만 귀에 들어와 하여간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더라도 울고불고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알아들어 왔다.

 

 

사실 노래 가사를 잘 들어보면 사랑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자기가 사랑해 온 모든 것들을 의미하는 것 같다. 그렇더라도 당시 우리 청춘들(나 같이 대충 알아듣는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별을 말하는 것이 가장 슬프다는 식으로 이 노래를 즐겨 들었다. 음악이라는 것이 다 제 귀에 들리는 대로 하는 것이니 의미가 좀 달라도 무슨 상관인가? 대충 자기 좋은 대로 들으면 되는 것이지.

 

그런데 근래에 와서 이 노래가 더욱 애절하게 느껴지고 있는데 그것은 꼭 나이 먹어서가 아니라 이 노래 이 부분을 알려준 그 친구가 연락이 끊긴 지 10여 년이 되어 가는데도 영 소식이 없어서 그 친구가 점점 더 걱정되고 보고 싶어지는 때문이다. 그 친구는 나보다 영어 실력도 좋아 일찍부터 비틀즈 노래를 줄줄 외우고 다니면서 다른 노래도 잘 부르고 바둑도 잘 두곤 했는데, 나중에 사회에 나와 한창 사업을 잘하다가 조금 기울어진 뒤로는 외국으로 나갔는지 통 연락이 안 되는 것이다.

 

그러니 어디 변이라도 당했을까? 하는 걱정도 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다시 이 노래의 해석과 의미가 다르게 다가오는 것이다. 곧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은 사랑했던 사람에게 이별을 말하는 순간을 넘어서 생사를 모르니 이별을 말할 수도 없는 지경이 아니겠냐는 것이다.

 

멜라니 사프카는 이 노래 말고도 평화와 인권 옹호의 메시지를 담은 노래를 통해 시대를 풍미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녀의 노래는 <브랜드 뉴 키>, <피스 윌 컴>, <레이다운>, <루비 튜스데이> 등이 대표곡으로 꼽히고 1972년에는 빌보드 최우수 여성 보컬리스트상을 받는 등 전성기를 누렸다.

 

이런 사프카가 2006년과 2008년 두 차례 한국을 방문하여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2006년에는 임진각에서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간이 콘서트를 열었고, 2008년에는 한국전쟁 정전 55주년을 맞아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DMZ)에서 공연했다.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갈구하는 그녀의 마음이 멀리 한반도 비무장지대에까지 찾아온 것이리라.

 

 

2012년 9월에는 우리나라 가수 국카스텐(Guckkasten)이 부른 ‘The Saddest Thing’ 노래를 듣고 트윗을 남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국카스텐(Guckkasten)이 2012년 7월 1일 모 방송에서 이 노래를 한국적인 정서인 ‘한(恨)’이 서린 애절한 목소리와 슬픔을 절제한 가창력으로 노래하여 호평받았는데 9월 14일에 노래의 주인공인 멜라니 샤프카가 “국카스텐이 부른 ‘The Saddest Thing’은 지구 반 바퀴를 돌아 나에게까지 감동을 주었다, Love(팬이 되었다)” 라는 내용으로 노래를 칭찬해 준 것이다.

 

 

어제가 우리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 지 74주년이 된 날이다. 6·25전쟁은 3년 뒤 휴전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으며 또 북으로 끌려가 실종된 뒤 생사도 모르는 사람들이 또 얼마인가? 70년이 넘었기에 그때 가족과 이별한 사람들은 해마다 북녘을 보며 한숨과 눈물로 지새다가 그나마 다들 세상을 하직하고 얼마 남지 않았을 것이고, 한참 전에 남북 이산가족 만나기로 일부 아쉬움은 해소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생사를 몰라보고 싶고 만나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같이 옆에 있다가 갑자기 사라진 친구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이럴진대, 강제로 끌려가고 생사도 모르는 가족들이야 오죽하겠는가? 북한에 사시다가 1.4후퇴 때 남으로 내려온 우리 장인도 생전에 고향에 두고 온 가족을 그리 생각하시다가 한을 못 풀고 돌아가셨는데 그런 분이 아직도 많이 있을 것이고 그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이 아니겠는가? 이제 6월을 보내며 개인의 아픔을 넘어서 민족 전체의 고통이 더욱 커진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은 사랑하는 사람의 생존 여부도 알지 못해서 이별이라는 말도 하지 못하고 만나지도 못하는 것이리라. ​

 

평화와 인권의 메시지 담은 노래로 시대를 풍미한 미국 여성 포크가수 멜라니 사프카는 올해 초인 1월 23일에 76살의 나이로 미국 테네시주 네슈빌 근처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그렇게 가깝고 마음이 통하고 우리를 대변하고 위해주던 가수였는데 그녀가 이 세상을 떠나가는 것도 놓치고 말았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 곧 또 하나의 구체적 사례다. 사랑했던 사람이 먼 길을 가도 그것을 모르고 있다가 문득 뒤늦게 알게 되는 것 말이다.

 

 

이동식

 

전 KBS 해설위원실장

현 우리문화신문 편집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