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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는 선생, 가리키는 스승

대학자임 퇴계 이황은 '선생'이라고 불리는 것을 꺼렸다
[정운복의 아침시평 262]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우리는 교사를 일상적으로 높여 부르는 말로 ‘선생(先生)’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물론 스승을 칭할 때도 사용하지요.

현대에는 의사 선생처럼 사람에 따라서 2인칭 대명사로 쓰기도 하지만

그래도 존경의 의미가 상당히 남아있습니다.

 

곧 순수하게 남을 가르치는 직업으로써 교사를 일컫는 단어라기보다는 전문 지식과 인생의 비법을 겸비한 존경 하고 따를 만한 사람을 일컫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전문가의 상담이나 자문받을 때 상담 전문가를 선생이라고 부르니까요.

 

선생(先生)은 먼저 태어났다는 의미이니

본래 관직에 있는 손윗사람을 부르는 호칭이었습니다.

그것이 "가르침을 주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바뀌게 되었지요.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선생(先生)이란 표현은 학식과 덕이 높은 자에게만 붙이는 칭호였습니다. 요즘 아무나 ‘김 선생’, ‘이 선생’처럼 부르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퇴계 이황은 대학자임에도 '선생'이라고 불리는 것을 꺼렸으니까요.

 

 

어떤 직업이든지 직업병이 없을까마는 교사도 직업병이 있습니다.

첫째는 심부름을 시키려는 경향이 높고

둘째는 조금 어려운 낱말을 말하면 설명하려 하고

셋째는 아무한테나 대놓고 가르치려 든다는 것이지요.

 

누군가에게 무엇이든 습득시켜야 하는 일을 업으로 가진 이들이기에 다분히 그럴 개연성이 있습니다. 천성적으로 타고난 자질이라기보다는 가르침을 업으로 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버릇이 되어버린 것이지요.

 

대부분은 배우는 것은 좋아하지만 가르침 받는 것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익히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남의 이끎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타인의 간섭이나 지배를 달가워하지 않는 인간 본성의 발로일 수도 있지요.

 

그래서 “가르치는 선생, 가리키는 스승”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가르치는 일이 선생의 일이라면 가리키는 일은 스승의 일이라는 것이지요.

가르치는 것은 지식의 전달자를, 가리키는 것은 지식의 안내자를 의미합니다.

가르침이 상하관계라면 가리킴은 수평관계에 가까우니까요.

 

교직 40년을 정리하면서 선생이라는 호칭에 걸맞게 살아왔는가를 반성해 봅니다.

호칭의 무게가 주는 중압감이 적지 않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