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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이수대엽’은 삭대엽의 제2 변화곡을 말한다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781]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여창 이수대엽을 불러 객석을 감동케 한 김영기 가객의 이야기를 하였다. 그가 부른 <우조(羽調) 이수대엽(二數大葉)>이란 곡에서 우조(羽調)는 <우조평조(羽調平調)>를 줄인 말이며, 그 뜻은 ‘높은 음으로 시작하는 평조음계’를 가리킨다는 점, 여창가곡에서 가성(假聲)은 여성 특유의 속소리(속청)을 뜻하는 창법이며, 이수대엽이란 악곡에서의 절정은 제4장의 “누구서~” 3 글자를 27박에 붙이되, 유(有)-무(無)-유(有)의 선(線)적인 흐름을 살려 나가는 대목이라는 이야기도 하였다.

 

이미 16세기 이전부터 선비와 지식인 계층을 중심으로 불러온 노래가 곧 가곡이다. 그 원형은 아주 느린 <만대엽(慢大葉)>이었고, 17세기로 넘어오면서 조금 빠른 <중대엽(中大葉)>이 파생하게 된다. 이 시기에 양덕수가 지은 《양금신보》에 따르면 중대엽이 4개의 악조로 소개되어 있어 매우 활발하게 불렸다는 점을 알게 한다. 또한 더 빠른 삭대엽(數大葉)도 소개하고 있으나, 그 비중이 중대엽에는 미치지 못한 듯 보인다. 그 뒤, 가곡의 중심은 삭대엽(大葉)으로 옮겨간다.

 

17세기 후기, 삭대엽이 1, 2, 3으로 확대되기 시작하는데, 그 첫 번째 변화형이 곧 <초삭대엽(初數大葉)>이고, 두 번째 변화곡이 <이삭대엽(貳數大葉)>, 그리고 세 번째가 <삼삭대엽(三數大葉)>이다. 여창에는 이삭대엽만 불리고 있는 점이 남창과 다르다.

 

여기서 잠시, 곡 이름과 관련한 이야기를 해 본다.

초삭대엽~삼삭대엽이 곡 이름에서 <삭(數)>이란 ‘자주자주’, 곧 ‘빠르다’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 글자가 순서를 나타내거나 수(數)를 셀 경우에는 삭이 아닌, 수(數)라고도 읽어왔다는 점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과거의 가객들은 <이삭대엽>을 <이수대엽>으로도 불렀다. 다시 말해, 삭대엽의 두 번째 변화곡은 <이삭대엽>이 분명하지만, 발음은 편하고 부드럽게 <이수대엽>으로 불러왔다는 말이다.

 

 

그 전통은 이미 1900년대 초, ‘이왕직아악부’에서 하규일 사범을 초빙하여, 가곡을 지도받던 당시에도 <이삭대엽>을 <이수대엽>이라 불렀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 같은 사실은 당시, 가곡을 배운 이병성이나 이주환, 성경린, 이석재, 김기수, 홍원기를 포함한 이왕직아악부의 명인들뿐만 아니라, 그 이후 세대에게도 또한 그렇게 전해졌다.

 

이름과 관련한 재미있는 실화 한 가지 소개한다.

 

1972년 겨울이었다. 당시 국악고교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던 나는 그들의 졸업 연주회를 위한 여러 종목을 고르는 가운데, 가곡은 <남창 초수대엽>을 뽑고 프로그램에 <초삭대엽>이라고 올렸다.

 

뒤늦게 이 사실을 발견하신 당시 교장이셨던 관재 성경린 선생이 나를 불러 세우고, 몹시 언짢은 모습으로 “누구는 <초삭> 모르고, <초수>를 몰라 그렇게 읽고 쓰는 줄 아는가?"라며 못마땅한 심기를 드러내셨다. 선생의 의도는 <초삭>도 좋고, <초수>도 좋다는 의미가 아니라, 반드시 <초수>로 써야 한다는 강한 심기를 들어내셨던 것이다.

 

1950년대 ‘국립국악원이나 국악사양성소에서는 <초삭대엽>이 아닌, <초수대엽>으로 불러왔던 것인데, 그 뒤에 서울대 국악과에서는 <초수대엽>이 아닌, <초삭대엽>으로 고쳐 쓰고 있었기에 발음하기엔 다소 불편해도 별생각 없이, <초삭>으로 썼다가 크게 지적을 당했다.

 

근래에 와서도 <수>는 틀린 명칭이고, <삭>으로 발음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부 있는 것 같은데, 이는 전후 맥락을 살펴볼 때, 매우 단편적인 판단에서 나온 결과라 아니 할 수 없다. 한자(漢字)의 우리말 발음은 반드시 원래의 발음대로 읽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五六月>을 <오육월>로 발음하지 않고, <오뉴월>로 발음하는 것이 틀렸다고 주장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삭대엽 앞에 순서를 나타내는 초, 이, 삼삭대엽을 <삭>으로 읽느냐, 아니면 <수>로 읽느냐, 하는 이야기가 다소 길어졌다. 오랜 관습은 <수>로 읽고 써왔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혀둔다.

 

 

여창 <이수대엽>에 올려지는 노래말들은 *버들은 실이 되고, *간밤에 부든 바람에, *동짓달 지나긴 밤을, *창오산 성재혼이, *왕상에 잉어잡고, *인생이 둘가 셋가, *내 언제 신(信)의 없어 등등, 여러 종류가 소개되고 있지만, 가장 널리 쓰이는 가사는 다음의 “버들은 실이 되고”다. 이 노랫말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초장 - 버들은 실이 되고,

2장 - 꾀꼬리는 북이 되어,

3장 - 구십(九十) 삼춘(三春)에 짜내느니 나의 시름,

4장 - 누구서,

5장 - 녹음방초를 승화시라 하든고.

 

봄날, 한 여인이 자연의 풍경을 베 짜는 장면에 빗대어 마음속의 근심을 풀어내는 구절이 인상적이다. 이 곡은 느린 흐름을 타고, 긴 호흡으로 이어가는 여창가곡인데, 때로는 속청으로 들어올리기도 하고, 때로는 흘러내리기도 하면서 곱고 아름답게 이어지고 있는 가락과 창법이 돋보이는 노래다.

 

김영기가 불러주는 <이수대엽>은 오래전부터 스승에게 배운 노래를 올곧게 이어가면서 전승의 중심을 지켜 온, 바로 그 노래였다. 그 노래 속에는 지난 세월을 돌아보는 듯하면서도, 자신만의 고뇌와 외로움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는 듯해서 인상적인 무대였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