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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군산에 ‘동국사’라는 일본식 절이 있는 것을 알고 계시는 분도 있을 것이다. 일본 조동종(曹洞宗) 스님이 100여 년 전에 만든 ‘금강사’는 해방 후에 이름을 바꾸고 ‘동국사’가 되었다. 본당은 단청 장식이 없는 흰색과 검정을 기조로 한 목조건물이고 큰 경사가 있는 커다란 기와지붕은 한국 절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것이 해방 전에 지어진 한국에 유일하게 남은 일본식 사찰건축 양식이다.
군산은 일본강점기 때에 쌀 수탈기지로서 1만 명에 가까운 일본인이 살았던 도시이며 지금도 ‘적산가옥’인 일본식 건물이 무려 170여 채가 남아있는 곳이다. 2005년에 동국사 주지가 된 종걸스님은 부분적으로 한국식으로 개조되어왔던 동국사 건물을 옛날 그대로의 일본식 건물로 복원하기 위해 정력을 기울여왔다. 역사를 본보기로 삼아 후세에 전하기 위해 부끄러운 역사도 지우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 아오모리현(靑森縣)에 있는 운상사 주지인 이치노헤(一戶彰晃)스님은 일제시기 자신의 종파인 조동종이 침략전쟁에 가담했던 과거에 대해 검증작업을 하는 ‘양심의 스님’이다. 그는 중국대륙과 한반도를 답사하여 ≪조동종의 전쟁≫과 ≪조동종은 조선에서 무엇을 했는가≫라는 두 권에 책을 일본에서 출간한 바 있다.
1년 전, 이치노헤 스님이 동국사를 찾아와 종걸 스님과 만나 ‘동국사를 지원하는 모임’(http://tousikai.web.fc2.com/) 을 만들고 동국사의 복원을 도와주고 있다. 또한, 이치노헤 스님은 그동안 모은 자료를 동국사에 기증하여 지난봄에 동국사에서 “‘일제감점기 치욕의 역사 유물전시회” 가 열렸다.
지난 9월 16일에는 동국사에서 조동종이 발표한 ‘참사문(懺謝文)’을 새긴 ‘참사문비’의 제막식이 열렸다. ‘참사문’이란 아시아의 있어서 조동종이 과거 침략의 죄를 사죄하기 위해 20년 전에 조동종 종무총장 이름으로 발표가 된 문서다. 이치노헤 스님은 바로 이 문서를 보고 일본불교가 교리를 벗어나 침략에 가담한 사실을 검증하는 연구에 몰두하게 되었다고 한다.
제막식에는 이치노헤 스님을 비롯한 일본 스님 세 명이 함께 했다. 마침 독도문제나 위안부문제로 한일관계가 떠들썩거리는 시기라 한국 언론도 총동원되어 군산시장과 조계종 관계자들이 참석한 이 행사는 크게 보도되었다. 조계종은 조동종의 ‘참사문’ 뜻을 높이 평가하여 “누군가에게 사죄나 참회하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이치노헤 스님의 용기를 칭찬했다. 제막식에 참석한 나는 다음과 같은 축사를 낭독했다.
이번 제막식은 한일 불교 교류의 새로운 장을 연 행사로 기록되었다. 그런데 일본에 돌아간 이치노헤 스님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참사문비의 철거를 요구하는 조동종 본부에서 온 편지였다. 그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다시 해보려고 한다.
조동종 참사문은 이런 문장으로 끝을 매고 있다.
“우리는 다시 맹세한다. 두 번 다시 같은 잘못은 범하지 않겠다. 그리고 과거 일본의 강압 정치에 고통 받은 아시아 사람들에게 깊이 사죄하여, 국가권력에 영합해 가해자 입장에 서서 개교를 한 조동종의 해외포교의 잘못을 여기서 진심으로 사죄한다. 1992년11월20일”
독자 도다 이쿠코 / 일본인 작가, 도서출판 토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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