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 = 김영조 기자] 조선은 기록의 나라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세계기록유산에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 《일성록》이 올랐을 정도이니까요. 이 가운데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는 조선시대 임금의 비서실 기능을 했던 기관인 승정원에서 날마다 취급한 문서와 사건을 날짜별로 기록한 책입니다. 원래 조선 건국 초부터 쓰인 것으로 여겨지지만 현재 남아있는 것은 1623년(인조 1)부터 1910년(순종 4)까지 288년간의 기록 3,243책이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승정원일기》는 세계 최대의 역사기록물이라고 합니다. 1999년 4월 9일 국보 제303호로 지정되었고, 2001년 9월 세계기록유산으로 올랐지요. 임금의 주변에서 있었던 세세한 부분까지 정리된 방대한 기록임은 물론 하루도 빠짐없이 기록된 날씨, 1870년대 이후 다른 나라와의 관계에 관한 기록 따위는 《승정원일기》의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승정원일기》는 임금을 가장 가까이서 모시는 승정원에서 이루어진 기록인 만큼 임금의 기분, 숨결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고 기록해 놓은 것이지요. 승정원은 “후원(喉院)”이라고도 불렸는데 ‘후(喉)’는 목구멍을 뜻하는 한자어로 승정원이 임금의 말을 바로 대변하는 기관임을 암시합니다.
▲ 세계기록유산에 오른 288년간의 기록 3,243책의 《승정원일기》
그런데 조선전기에 기록된 《승정원일기》는 전쟁과 정변으로 대부분 불에 타거나 없어졌습니다. 이후에도 영조 때와 고종 때 등 몇 차례 화재를 만나 일부 책들이 불에 탔지만 그때마다 《일성록》, 《춘방일기春坊日記, 세자 교육을 담당했던 세자시강원에서 기록한 일기)》와 《조보(朝報, 조선 시대 관보)》를 참고하여 없어진 부분을 채워 나갔지요. 특히 《승정원일기》는 날마다 쓰여 졌기 때문에 하루, 한 달, 한 해의 정치 흐름을 잘 파악할 수가 있습니다. 또 정치의 주요 현안이 되는 자료나 중앙이나 지방에서 올린 상소문의 원문을 거의 그대로 올리고 있어 역사 자료로서의 가치가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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