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 = 김영조 기자] 한국의 전통 집에는 곡물을 비롯한 각종 물건을 넣어두는 방 또는 집을 일컫는 곳간이 있습니다. 다른 말로는 광이나 고방이라고도 하며, 따로 독립하여 있는 경우 곳집·곳간채라 부르기도 하지요. 《삼국지》 위지 동이전 고구려조에 보이는 “집집마다 작은 창고가 있는데, 그것을 부경이라고 한다.”는 기록이 있는데 여기의 “부경”이 곳간과 같은 것으로 문헌상으로는 처음 나온 내용입니다. 《북사(北史)》 백제전 직관조와 《삼국사기》 신라 직관조에 나오는 “경부”도 역시 곳간을 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고려사》에는 여러 기능으로 나누어진 관설고(官設庫)가 상당히 많이 나옵니다. 조선시대는 보통 집의 일부(주로 행랑채)를 칸막이해서 곳간으로 쓰거나 독립된 건물을 마당의 적당한 곳에 세우기도 했습니다. 곳간의 종류에는 넣어두는 물건에 따라 창고ㆍ곡간ㆍ찬광(반찬이나 반찬거리를 넣어 두는 광)ㆍ골방ㆍ서고로 나누기도 합니다. 문짝이 없는 광인 헛간은 따로 독립된 건물을 이루는 수도 있으나 보통은 행랑채나 안채의 일부로 부속되어 있는 경우가 흔하지요. 행랑채에 부속된 헛간은 가마·수레 따위를 놓아두거나 작업용 기물을 두는 방으로 쓰이며, 안채에 부속된 것은 곡물창고로 쓰입니다.
▲ 880석을 저장할 수 있는 경주 최부잣집 곡간
곡간은 보통 나락을 가마니 따위에 포장한 채로 보관할 수 있도록 지은 큰 건물을 가리킵니다. 곳간과 곡간의 다른 점은 크기뿐 아니라, 곳간에는 마루를 깔고 세간을 보관할 수 있도록 선반과 시렁을 설치하는 반면, 곡간은 그런 시설을 만들지 않습니다. 그리고 곡간의 크기에 따라 그 집안의 규모를 짐작할 수도 있는데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한 경주 최부잣집의 곡간은 800석을 저장할 만큼 커다란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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